[시승기] 3000만 원대 전기차 ‘기아 EV3’…캐즘 돌파 가능할까
[IT동아 김동진 기자] 최근 전기차 캐즘(시장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감소) 현상으로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 신차 출시 계획을 미룬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연이은 화재 사고 발생으로 정면 돌파를 택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기아는 보조금 포함 3000만 원대 소형 전기차 EV3로 캐즘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가격 경쟁력과 확대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 뛰어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등의 장점을 앞세웠다.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할 차량이라고 강조한 EV3를 시승했다.
패밀리룩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적용...실내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탑재
기아는 EV3 전면부에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를 수직으로 배치, 패밀리룩을 형성했다.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은 기아의 최신 패밀리룩 디자인으로,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아 수직선과 수평선을 조화시켜 견고한 인상을 준다. 기아는 이 같은 조명 배치와 전면부 디자인으로 호랑이의 얼굴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냉각 유동을 능동적으로 제어 가능한 범퍼 일체형 액티브 에어 플랩도 탑재해 냉각 저항 성능을 개선했다.
EV3 측면부에서는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 덕분에 역동적인 인상이 풍긴다. 기아는 측면부를 구성하는 선과 면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해 차체 볼륨감을 부각하고 민첩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EV3 전장(자동차 길이)은 4300㎜, 전폭(자동차 폭)은 1850㎜, 전고(자동차 높이)는 1560㎜,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2680㎜다.
후면부에도 후방 유리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양 끝에 배치했다.
EV3의 트렁크 용량은 460리터(VDA 기준)이며, 전방 프론트 트렁크에 있는 25리터의 적재 공간도 활용 가능하다.
세 개의 화면 이어 구성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탑재…’슬라이딩 콘솔 테이블’도 적용
실내에 탑승하자, 세 개의 화면을 이어 구성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끌었다.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5인치 공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세 개의 화면으로 구성됐다. 12인치 윈드실드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각종 주행 정보를 전달하며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콘솔박스 부위에는 전방으로 120㎜ 확장 가능한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을 최초로 적용, 차 안에서 식사나 업무를 보도록 구성했다. 이와 함께 1열 릴랙션 시트, 2열 리클라이닝 시트를 적용해 탑승객 편의를 제고했다.
다만 하단부 컵홀더 부위는 지나치게 낮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정차 중에도 음료를 마시기 위해 몸을 숙여야 할 정도로 컵홀더는 낮게 세팅돼 있다. 센터콘솔의 수납함을 제거한 점도 아쉽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2열 공간감은 나쁘지 않았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공인 복합전비 상회하는 효율 기록…고속 주행감은 아쉬워
서울 도심과 외곽을 오가는 약 186km 거리를 코스로 주행을 시작했다. 시승한 차량은 EV3 롱레인지 어스 트림 차량으로, 산업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501km의 주행거리를 갖췄다. 주행 전 약 75% 충전된 시승차의 주행가능 거리는 424km였다.
EV3는 전기차답게 시원시원한 가속력을 보였다. EV3에 탑재된 전륜 모터는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283Nm의 성능을 발휘한다. 회생제동이 강하다고 느껴질 때는 스티어링 휠 뒷편에 패들시프트로 손쉽게 강도 조절이 가능해 편리했다.
왼쪽 패들시프트를 1초 이상 당기면 아이페달 3.0도 작동한다. 아이페달 3.0은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선택 가능하며, 가속과 감속, 정차 등을 가속페달 하나로 제어하도록 돕는다.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도 활용할 만한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경우, 선행 차량과의 거리와 과속 카메라, 방지턱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적정하게 감속한다. 덕분에 운전 중 브레이크를 자주 밟지 않도록 돕는다. 오른쪽 패들시프트를 1초 이상 당기면 해당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외에도 ▲스티어링 휠 터치만으로도 잡은 상태를 인식하는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 보조 2와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적용, 안전과 편의성을 제고했다.
속도에 따라 반응하는 엠비언트 라이트도 인상적이었다. 차량이 규정 속도보다 빠르게 달리면, 엠비언트 라이트가 붉은색으로 바뀌며 깜빡거려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린다.
기아는 차속과 노면 상태에 따라 타이어에 다르게 전달되는 주파수를 활용,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완화하는 주파수 감응형 쇽업소버를 EV3 전륜과 후륜에 모두 적용했다. 전륜에는 서스펜션 내 부품들을 유연하게 연결해 충격을 흡수하고 진동을 완화해 주는 하이드로 부싱도 적용했다. 스티어링 진동을 완화하고 차량 응답성을 높이기 위해 차체와 스티어링을 연결하는 카울크로스바의 강성 또한 높였다.
다만 시속 100km 이상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은 아쉬웠다. 속도가 붙을수록 전기차 특유의 울렁거리는 느낌도 전달됐다. 대시보드와 차량 하부에 흡음재 사용 면적을 확대하고 윈드쉴드와 1열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한 덕분에 실내 정숙도는 만족스러웠다.
주행을 마친 후에는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안전한 주차를 도왔다. 트립 기록을 살펴보니, 186.8km 거리 주행 후 잔여 주행가능 거리는 167km, 전비는 kWh당 5.7km였다. 공인 복합 전비 kWh당 5.1km을 상회하는 효율을 보였다.
EV3는 엔트리급 전기차임에도 다양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확대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로 무장한 차량이다. 낮은 컵홀더 위치와 고속 주행감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꼈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차량이었다.
EV3 가격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롱레인지 모델은 3000만 원 중후반대, 스탠다드 모델은 3000만 원 초·중반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