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ㆍAMDㆍ퀄컴 ‘AI PC 삼각구도’ 완성, 반도체 시장에 힘 실릴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퀄컴을 시작으로 AMD와 인텔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한 코파일럿+ PC 진영에 모두 합류했다. 출시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본격적인 인공지능 PC 경쟁은 2024년 4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세대 PC 시장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 중이다.
국내 AI(인공지능) PC 시장이 성장한 점도 시장 흐름에 긍정적이다. IT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한국IDC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AI PC 비중은 2024년 1분기 19.7%에서 2024년 2분기에는 28.3%로 확대됐다. 소비자 시장은 전체 PC 출하량이 0.5% 감소한 상황 속에서도 AI PC는 성장한 셈이다. 2024년 2분기에 판매된 AI PC 대부분이 중앙처리장치에 NPU를 처음 도입한 제품이 많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1 프로세서와 AMD 라이젠 AI 100 시리즈 프로세서 등이 대표적이다.
차세대 AI PC는 2024년 3분기를 기점으로 출시되는 중이다. 퀄컴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AI PC 시장을 겨냥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를 선보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퀄컴의 새 프로세서를 자사가 제안한 코파일럿+ PC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AMD도 2024년 7월, 인공지능 처리 능력을 높인 ‘라이젠 AI 300 시리즈’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AI PC 시장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것은 2024년 9월에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2’를 공개한 인텔이다. AMD와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도 코파일럿+ PC에 쓰인다.
NPU 성능 경쟁, 그래도 결국 필요한 건 ‘기본기’
AI PC 경쟁의 핵심은 ‘성능’이다. 세 중앙처리장치에 내장된 NPU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한 40 TOPS(초당 1조회 연산) 사양을 만족한다.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최대 45 TOPS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2 최대 48 TOPS ▲AMD 라이젠 AI 300 시리즈 최대 50 TOPS의 처리 성능을 갖췄다. 해당 중앙처리장치가 탑재된 노트북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11에 제공되는 인공지능 서비스 코파일럿을 쓰는 데 어려움이 없다. 향후 다양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가 등장할 때에도 활용 가능한 성능이다.
그러나 인텔ㆍAMD 중앙처리장치와 퀄컴 중앙처리장치는 같은 AI PC 시장을 겨냥했지만, 방향이 다르다. 인텔ㆍAMD는 x86 설계를 바탕으로 개발돼 일반 윈도우 PC와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 퀄컴은 스마트 기기에 쓰이는 ARM 설계에 기초한다. 세 PC 모두 윈도우 11이 설치되어 있더라도 퀄컴 기반 PC는 일부 기능을 가상으로 처리한다. 명령어 처리 구조가 다르다면 소프트웨어 호환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많이 알려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면 호환성 확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퀄컴은 여러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협력해 호환성 문제를 해결 중이다. 출시 초기 프리미어와 라이트룸 등이 실행되지 않았던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현재 호환성이 개선됐다. 게임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외부 침입을 막는 보안 프로그램은 사용 가능하지만, 정작 게임 자체가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쓰지 못한다.
인텔과 AMD는 NPU 처리 성능 뿐만 아니라, 중앙처리장치ㆍ그래픽 처리장치 성능 경쟁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AMD 라이젠 AI 300 시리즈 프로세서는 최대 12코어ㆍ24스레드 코어와 RDNA 3.5 기반 그래픽 처리장치로 생산성 소프트웨어와 게임 성능을 확보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2는 새로운 중앙처리장치 설계로 8코어ㆍ8스레드를 제공하며 3D 가속 성능을 높인 2세대 Xe 기반 그래픽 처리장치로 맞불을 놓았다.
AI PC 시대가 도래해도 시장이 원하는 것은 결국 PC 본연의 성능과 호환성이다. 퀄컴이 호환성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할 경우, 스냅드래곤 X 엘리트 기반 AI PC는 시장 확대가 어려워진다.
AI PC 시장 확대는 반도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AI PC도 일반 PC와 다를 게 없다. 여유로운 생산성 작업 성능과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디램(DRAM)과 낸드 플래시가 중요하다. 세 중앙처리장치 모두 낮은 전력 소모로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LPDDR5X 모듈을 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LPDDR5X 모듈을 양산 중이다. 다수의 PC 시스템이 16GB 메모리를 기본 제공하는 추세지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대용량 메모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디램 수요 상승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2는 중앙처리장치 기판에 LPDDR5X 메모리를 같이 패키징한 형태로 출시된다. 제품에 따라 메모리 용량이 고정되는 구조다. 제품 출시 후 대용량 메모리 선호도가 증가할 경우, 디램 수요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장장치에 쓰이는 낸드 플래시도 주목 대상이다. 대만 시장조사기업 트렌드포스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전 세계 낸드 플래시 총 매출은 167억 9600만 달러(원화 환산 약 22조 5066억 원)를 기록했다. 이전 분기 대비 1% 줄어들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수치다. PC와 스마트폰 시장 수요는 줄었으나 AI 시장이 대용량 저장장치 수요를 만들며 하락폭을 줄였다. AI PC 시장이 확대되고 온-디바이스 AI 수요가 생긴다면, 반도체 시장도 성장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