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 “한국은 기회 많은 시장”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리플은 대한민국 공공ㆍ민간 부문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 지원 확대에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기회가 많은 시장이다. 국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규제를 지키며 성장 중인 거대한 리테일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보안과 토큰화를 준비한 기업들의 기회도 증가 중이다. 리플은 글로벌 금융 기관. 기업, 정부 및 개발자들이 가치를 이동ㆍ관리ㆍ토큰화해 더 큰 경제적 기회를 열어주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는 우리나라 블록체인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기관과 기업, 개발자간 협력을 강화해 리플 생태계를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에서 운영 중인 ‘블록체인 학술 연구 이니셔티브(UBRI - University Blockchain Research Initiative)’에 연세대학교가 합류하면서 블록체인 기술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 / 출처=IT동아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 / 출처=IT동아

리플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성장을 위해 ‘XRP 레저(Ledger) 한-일 펀드’를 조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펀드 금액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러 방식을 통해 커뮤니티를 지원할 예정이다. 투자액 상한선은 부여하지 않을 예정이며 양질의 프로젝트에 얼마든지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2020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적법한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며 리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결과도 관심사였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는 “SEC는 20억 달러의 벌금을 요구했지만, 판사는 벌금을 94% 줄였다. 이는 최종 판결에서 큰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에 승리했지만 차기 미국 대통령에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SEC와 리플의 대립이 장기적 위험요소가 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는 “여러 고위 인사를 만난 결과 개리 겐슬러 SEC 의장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도 상당하다.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가 SEC 의장을 연임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니라는 쪽에 돈을 걸겠다”고 말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연내 공개 예정

리플은 달러(USD)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준비하고 있다. 발행된 모든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예금과 미국 국채 등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가치를 100% 연동하는 구조다. 신뢰성을 위해 리플이 매월 증명 자료를 발행할 방침이다. 모니카 롱(Monica Long) 리플 사장은 “리플 스테이블 코인 도입은 기관 거래를 위한 진입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플 스테이블 코인은 이더리움 기반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리플 스테이블 코인은 연내 공개를 목표로 마지막 담금질이 한창이다. 모니카 롱 사장은 규제를 준수하면서 신중히 확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 금융 서비스 부서와 함께 신탁 면허를 리플로 이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설명 중인 모니카 롱 리플 사장(가운데). / 출처=IT동아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설명 중인 모니카 롱 리플 사장(가운데). / 출처=IT동아

모니카 롱 사장은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약 1700억 달러(원화 약 228조 40억 원) 규모에 달하고, 2028년까지 2조 8000억 달러(원화 약 3755조 3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뢰성과 안정성, 달러 기반으로 한 유용성을 갖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XRP 토큰을 시작으로 스테이블 코인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리플에 대한 시장의 관심사는 현물 ETF(지수 추종 펀드)다. 에릭 반 밀텐버그(Eric van Mintelburg) 리플 전략 이니셔티브 수석부사장은 “XRP는 전 세계 상위 10대 자산에 속하고 암호화폐 수요와 기관의 관심은 존재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ETF 상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XRP 레저’

리플은 ‘XRP 레저(Ledger)’의 청사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0년 이상 9000만 개 이상 블록을 처리한 XRP 레저는 신뢰성 높고 확장 가능한 플랫폼임을 증명했다”며 “리플은 커뮤니티와 함께 XRP 레저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도 성장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리플은 XRP 레저의 기능을 개선하고자 자동화 마켓 메이커(AMM)을 도입했다. 중앙화된 원장 프로젝트인 자동화 마켓 메이커는 XRP 레저 메인넷 안에서 유동성과 거래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힘쓴다. 분산 ID를 활용한 대출 프로토콜은 기관이 스마트 계약 없이도 직접 자산을 대출하고 차입 가능하다. 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담보로 사용 불가능한 오라클(Oracles)도 도입한다.

데이비드 슈워츠 CTO는 “XRP 레저는 스마트 계약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은 아니다. 지불과 자산 발행 등 용도로 설계됐으나 커뮤니티의 요청을 받아 개발했다. 2025년까지 자동화 시장 메이커와 오라클을 적용한 후 향후 프로그래밍 가능성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에 나선 리플 임원들. (좌측부터)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CTO,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 모니카 롱 리플 사장, 에릭 반 밀텐버그 리플 수석부사장. / 출처=리플
질의응답에 나선 리플 임원들. (좌측부터)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CTO,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 모니카 롱 리플 사장, 에릭 반 밀텐버그 리플 수석부사장. / 출처=리플

리플은 2024년 9월 3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기술 개발 방향과 국내 시장 투자 관련 계획을 발표했다. 리플의 블록체인 기술 청사진 못지 않게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의 입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SEC와 법적 다툼에서 승리한 후 처음 방한했기 때문이다. 관심만큼 기자들 질문도 쏟아졌다. 어떤 질의응답이 있었는지 정리했다.

Q :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한 리플의 입장은 무엇이고, 암호화폐 업계에 시사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만약 SEC가 항소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 리플의 승리는 전체 암호화폐 산업이 거둔 중요한 승리다. 불행히도 미국은 규제 프레임워크가 전 세계 다른 국가보다 뒤처져 있다. 규제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 SEC가 제기한 소송은 4년간 지속됐다. 재판은 최근 종결됐지만, SEC가 항소할지는 알 수 없다. 재판은 2024년 8월 7일에 종결됐는데, SEC가 60일 이내에 항소해야 된다. 중요한 것은 XRP가 그 자체로 증권이 아니라는 핵심 판결을 뒤집을 근거가 없다. 이번 판결로 SEC의 암호화폐 전쟁이 종식되기를 바란다.

미국 대선 이후에는 SEC의 리더십이 바뀔 가능성이 있으므로 향후 건설적인 교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향후 광범위한 기회가 암호화폐 업계에 생길 것이라 본다.

Q : 국내 은행에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할 계획이 있는가?

모니카 롱 사장 : 물론이다. 은행과의 협력은 초창기부터 리플 전략의 일부였다. 2023년에 메타코를 인수한 후 결제 및 디지털 자산 수탁 부문에서 많은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서는 하나은행을 비록해 일부 은행이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리플에게 엄청난 기회라 생각한다.

Q : XRP ETF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미국이 아니라면 고려 중인 다른 국가가 있는지도 알려달라.

에릭 반 밀텐버그 수석부사장 :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에 대한 관심과 성공은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수요가 있음을 증명했다. 시간이 지나며 여러 디지털 자산 ETF가 등장할 것이고 리플도 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리플은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대 자산에 포함된다.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거래되는 토큰이다. 이 자리에서 리플 ETF에 대한 언급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 수요가 생기면 자연스레 상품도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데이비드 슈워츠 CTO : 그 어느 때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낙관적이다. 나는 2011년부터 10년 이상 이 분야에서 일했는데 암호화폐 사용 사례와 기관의 관심이 증가했음을 느낀다. HSBC 같은 대형 은행이 토큰화와 블록체인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다.

결제는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변동성에 대한 안정적인 대안을 제공한다. 앞으로 서로 원활히 작동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면 자산과 데이터를 운용하는 게 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오른쪽). / 출처=리플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오른쪽). / 출처=리플

Q : 소송이 마무리되고 가격에 대한 낙관적 예측이 나오고 있다. XRP의 중장기 가격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그리고 한국 내에서 XRP의 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 나도 데이비드 슈워츠 CTO와 같이 블록체인 업계에서 오랜 시간 일했는데 지금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낙관적이다. XRP 생태계는 확장성이 뛰어나고 빠르면서 비용은 낮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한국 외에 전 세계 개발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생각한다.

Q : 이제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는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궁금하다. 이유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디지털 자산에 대해 서로 다른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양당 후보 중 하나가 집권할 때 일어날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기술은 당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암호화폐에 더 우호적이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주요 민주당 인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블록체인이 미국 내 기업과 투자를 유치할 기회라 보는 당원이 많다.

누가 대선에서 승리해도 SEC 같은 주요 기관에는 새 리더십이 등장할 것이다. 그 과정 속에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미래 가치와 지속 성장, 참여 확대의 길이 열리리라 생각한다.

Q : 리플이 한국 시장에서 1조 원 이상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명확하게 발겨진 게 없는 것 같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알려달라. 또, 국내 리플 투자자 사이에서 락업 해제 물량이나 외부 요인에 민감하다. 최근 10억 개 규모의 XRP 락업이 해제됐는데 확보한 자금으로 무엇을 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부탁한다.

에릭 반 밀텐버그 수석부사장 : XRP 한일 펀드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기 어렵다. 하지만 투자를 어떤 숫자로 제한하고 싶지 않다. 좋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리플은 과감하게 지원할 것이다. 제한을 가할 이유는 없다.

모니카 롱 사장 : 리플이 스테이블 코인에 적용하고 싶은 것은 예측 가능성과 신뢰다. 리플이 2017년 보유한 XRP로 한 것은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에스크로 구조를 설정한 것이다. 리플은 XRP가 투명하게 쓰이는 것을 원한다. 리플 USD는 연내 공개를 목표로 비공개 테스트 중이다. 이미 작동 중이지만, 테스트 환경이므로 조심스레 접근할 생각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규제를 완벽하게 준수한다. 뉴욕 금융 서비스부와 함께 뉴욕주 신탁 면허를 이전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Q :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는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 판도를 보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앞선다. 만약 민주당이 대선에 승리할 경우, 개리 갠슬러 위원장의 임기가 예정된 2026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비록 승소했지만, 미래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 대부분 민주당원이 개리 겐슬러 위원장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워싱턴 DC에서 양당의 주요 지도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SEC의 암호화폐 전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SEC는 법에 근거해 말하지 않고 자의적인 표현을 썼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판사도 SEC가 법적 근거 없는 디지털 자산 증권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언급했다. 나 자신도 해당 용어는 임의로 만들어진 것이라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개리 겐슬러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 뿐만 아니라, 나는 미국 내 법률이 말하는 것과 반하는 언행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계속 비판할 것이다. 그리고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개리 겐슬러 위원장의 임기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돈을 걸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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