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류형선 회장, "제약 비즈니스 노하우로 협회 성장 이끌 것"
[IT동아]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이하 의수협)는 국내 제약사의 완료/완제의약품 해외 수출을 지원하고, 전 세계 의약품 시장 동향을 파악해 국내 제약사의 해외 홍보/마케팅 및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단체다. 1957년에 설립된 의수협은 국내 대표적인 보건산업 기관으로서, 현재 300여 개 이상의 회원 제약사와 함께 한국 의약품의 품질과 우수성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지난 9년 간 의수협 부회장 역할과 수출진흥위원장 역할을 병행 수행하며, 국내 제약사의 해외 수출 업무를 지원한 류형선 다산제약 대표가 최근 의수협 회장으로 새로 취임했다. 그는 1996년 다산제약(구.다산메디켐) 설립 뒤 현재의 글로벌 강소 제약기업으로 성장시킨 경영 경험과 기업 철학을 토대로, 이제 의수협의 성장과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1996년 다산제약을 창업한 후 현재는 약물 전달 시스템(DDS)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DDS는 약물이 인체 내외부 특정 부위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약물 제향이나 투여 형태를 설계하는 기술인데, 어떻게, 어떤 형태로 약품을 제조하면 약제가 인체에 잘 전달되고 흡수될 지를 집중 연구, 개발하고 있다.”
류 회장은 원래는 어문학도로서 제약업계에 뛰어든 뒤, 원활한 제약 비즈니스를 위해 약학 전공을 선택해 이 분야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업적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제약 관련 전문 지식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업계에서 그는 제약 비즈니스/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비뇨기 계통, 순환기/혈압 계통 제약/제형(복용, 주입 방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류 회장은 이후 의약업계의 지향점은 인류의 노령화/고령화에 따른 개인의 욕구(탈모, 비만, 피부노화, 성기능 저하 등)를 해소하는 약제 개발로 맞춰지리라 예상하고 있다.
“제약/제형 생산 설비는 충남 아산(1,2공장)에 기초를 두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 권한도 국내 제약사로서는 유일하게 취득했다. 아산 공장에서는 연간 9억 정 이상(2,000억 원 이상)의 고형제 알약을 생산(CMO/CDMO)하고 있고, 중남미 지역, 아시아 지역 등에 연 700만 달러(한화 약 95억 원) 규모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일본과 유럽 지역 수출길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CMO: 의약품 위탁 생산 / CDMO: 의약품 위탁 개발 및 생산)
다산제약은 오는 2026년 기업 상장도 계획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집중하고 있는 DDS 영역을 좀더 확장한 새로운 개념의 제약 생산 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주사제 생산 설비, 경피제 생산 설비 등을 확충해,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CDMO 제약사가 되는 것이 류 회장의 상장 이후 목표다.
제약사로서 또는 사업자로서 기업 ESG 행보도 적극적이다. 기본적으로 사내/공장 내 종이컵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제한하고 있고, 비영리 단체인 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을 이끌면서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능동적/창조적 활동을 10년 간 적극 지원, 격려하고 있다. 청소년 관련 단체로서는 국무총리상, 여성가족부장관상 등을 청소년 대상으로 수여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조직이다.
“여기에 의수협 회장으로서 다산제약을 포함한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 수출입 관련 업무를 지원하고, 기업 권익을 보호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의약품 외에 국내 화장품도 일부 해당되며, 국내에 수입되는 신약 관련한 품질/효과/안정성 테스트 등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나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제약 관련 행사나 세미나, 컨퍼런스 등도 개최해 해외 제약사, 바이어와 국내 제약사를 연결함으로써 한국 제약 기술의 위상을 좀더 높이려 한다.”
류 회장은 10년 간 의수협 부회장 역할을 수행하며, 협회의 운영 방식 개선과 미래 발전을 고민했다. 코로나 유행 이후 시대 변화와 제약 트렌드에 따라 협회도 이제 특화된 차별점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제약회사 대표로서 국내 제약사를 대신해 한국 제약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의지가 강했다. 이에 협회 내부의 변화와 개혁이 우선이라 그는 판단하고, 각 부서/구성원에게 동기와 가치를 부여하며 독려하고 있다.
“협회장에 취임하고 가장 먼저, 의약품 대외정책 연구소를 신설했고, 협회 경영평가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이 연구소의 연구 자료와 경영평가 결과를 토대로 우리 협회가 어떻게 변화하면 될 지를 구체적, 실질적으로 논의하려 한다. 제약 관련 교육이나 세미나 환경도 확장해서 그 수익을 통해 협회 회원인 350여 개 제약사에게 좀더 유용한 혜택과 지원을 제공할 생각이다.”
회원 제약사를 500개로 늘리는 것도 류 회장의 목표다. 제약사 규모에 상관없이 일정 가입비를 납부하면, 제약품 수출에 있어 여러 가지 혜택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협회의 조직력과 수익성이 강화될수록, 회원 제약사에게 제공되는 이점도 많을 것이라 류 회장은 믿고 있다. 그는 또한 시대, 기술 흐름에 따라 바이오 천연물 분과를 신설했고, IT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 관련 분야도 협회 영역으로 가져왔다.
“의약품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좋은 약품이 있어야 시장 경쟁력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신약품이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국내 제약계 실정상 신약 개발에만 몰두할 여건과 환경이 못되기 때문이다. 취임 직후 신설한 분과나 위원회, 시스템, 환경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좋은 약이 개발되길 기대한다.”
‘좋은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약사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과 노력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보편적으로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 생산하려면, 평균 10년의 시간과 약 10조 원의 개발 비용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연 매출이 1조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국내 제약 환경, 인프라에서는 사실상 접근 불가능한 수준인 셈이다. 이에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한국 의약품 점유율은 약 2%에 불과하다. 의약/제약업계에 국가 차원의 장기적 투자 및 육성이 절실한 이유다.
“한국은 IT 인프라/기술이나 디스플레이 분야, 반도체 분야 등에서는 탁월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의약/제약 분야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련한 제도적 규제가 과도한 탓에, 의료/제약 분야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임상)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정부의 제도 변화와 개발연구 투자가 시급한 분야 중 하나다.”
의수협과 류 회장도 현재 국내 의약/제약 관련 스타트업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제약사보다 실질적인 지원과 투자가 좀더 절실하기에, 의수협이 주도적인 지원자, 중간 조율자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의수협 설립 후 지난 60여 동안 업계에서 안정된 필수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면, 이후로는 이를 토대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 제약 기술력을 널리 알리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류 회장은 생각한다. 코로나 유행 이후로 이른 바 국가의 ‘약주권(제약시장의 주권)’이 중요해진 시점이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큰 역경과 시련을 겪었다. 의약/제약 분야에서는 되려 기회의 시작이었다. 코로나 유행 전후로 국내 제약 수출 규모도 크게 늘어난 만큼, 의수협 활동을 통해 국내 제약사의 수출 진흥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제약사로서 수출/수입 단계에 어려움과 고민이 있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협회 문을 두드리길 권한다. 우리 정부의 유관 기관도 앞서 언급한 대로, 대한민국의 ‘K-제약품’이 (IT 기술/제품처럼) 전 세계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도록 제도적 지원을 개선하고, 신약 개발 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