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의사, 한국형 왕진제도의 지원자 될 것"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
※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은 ‘Hi! 동국, Hello 중구’라는 문구를 내걸고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지역 주민과 기업들에게 ‘상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유망한 청년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창업공간과 맞춤형 창업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성공적인 창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IT동아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지원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많은 이들에게 왕진은 참 낯선 단어다. 그렇지만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왕진은 필수 서비스다. 27년째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에게 나눔 의료를 실천해 온 장현재 전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 강원도 산길, 오지 600여 곳 이상에 방문진료를 실천하는 양창모 호호방문진료센터 센터장, 방문진료 책자까지 만들며 파주시 일대에 왕진을 책임지는 송대훈 연세송내과 원장까지. 우리 사회의 필수의료는 소수의 의사들의 손 끝에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왕진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지원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복지연구소 김창오 교수팀이 60세 이상 성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왕진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왕진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신체적 기능이 부족하거나 자영업자일수록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인지한 정부도 2019년 말부터 왕진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27년까지 재택의료센터 250곳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지금 있는 재택의료 병원을 찾기도 어렵고, 신청은 더더욱 어렵다. 누구나 정부24 앱으로 실시간 민원을 넣을 수 있는 시대임에도 왕진만큼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똑똑의사는 이 접근성을 고치려 한다.
돌봄시장에 비해 방문 진료 발전 더뎌 ‘창업’
조윤경 똑똑의사 대표는 사회 초년생 시절,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다양한 사회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베이비붐 세대의 문제를 들여다보다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빈자리를 채우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설계해 보자는 생각을 갖고 2023년 창업가의 길에 섰다.
사업 아이템을 왕진으로 잡은 이유는 “노인 돌봄은 우리 모두에게 닥친 문제고, 나 스스로는 물론 주변에 누구든지 겪고 있는 일이다. 돌봄 시장은 어느 정도 활성화가 됐으나 여전히 의료 부분은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고자 왕진의사를 위한 서비스 기업, 똑똑의사를 창업했다”라고 설명했다.
똑똑의사의 주력 서비스는 방문진료 의사를 위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똑똑실장’, 그리고 왕진병원 예약 플랫폼 ‘똑똑의사’ 서비스로 구성된다. 네이버에서 환자 및 보호자가 ‘똑똑의사’를 검색한 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근처 왕진 병원 찾기를 비롯해 예약까지 진행할 수 있다. 현재 똑똑의사 입점 병원은 의원과 한의원을 포함해 약 200곳인데, 아직은 대도시 권역을 중심으로만 서비스된다.
환자가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신청하면, 의사가 똑똑실장을 활용해 환자와의 대면 예약을 잡는다. 현재 법적, 기술적 사유로 환자 예약만을 중개하지만, 방문 진료 시 필수로 받아야하는 환자동의서를 전자로 받아 별도의 조치 없이 바로 병원 드라이브에 보관되는 기능을 추가했다. 장기적으로는 병원마다 제각각인 결제 방식도 서비스 상에서 지원하고, 병원 전자건강기록(EMR)까지 연동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비용 측면에서도 왕진 의사를 안 부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윤경 대표는 “집에서 의사를 만나는 비용이 예상보다 비싸진 않다. 정기적으로 의사가 찾아오는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약 3만~5만 원대 금액이면 의사를 대면할 수 있다. 실제로 환자가 사설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하면 20만 원이 들고, 진료나 입원까지 하면 비용이 더 늘어난다. 가족 중 누군가 연차를 내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왕진을 선택하는 게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똑똑의사의 성장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동국대학교는 ‘하이 스타트업 타운(HAI STARTUP TOWN)’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똑똑의사는 입주공간을 비롯해 창업지원금, 교육, 멘토링 등을 지원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윤경 대표는 “동국대 캠퍼스타운의 지원이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올인원 솔루션 추구··· 현재는 기능 첨예화에 집중
똑똑실장 서비스가 개시한 지 어느덧 6개월 차로 접어들었지만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진 않는다. 조윤경 대표는 “방문진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고 이 부분은 사회복지사나 간호사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마지막에 상황을 인지하고 진료하는 부분에 신경 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의사 대상 서비스인 똑똑실장의 이용 빈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서 “그래서 직접 병원을 가서 행정 및 진행 절차를 다각적으로 확인하고, 의사 중심의 작업용 서비스로 개편하고 있다. 시작 단계부터 차근차근 개선하고, 병원마다 다른 결제 방법을 적용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다행히 최근 개발한 방문 진료 동의서 전자 처리는 의사들 반응이 좋고, 이런 식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차차 쌓아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와의 통화내역을 AI로 녹음, 요약해서 데이터로 가공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고, 의사 라이드 서비스도 규제 샌드박스로 신청해 놨다. 일본판 방문진료 서비스 ‘패스트닥터’는 의료용 기기와 의약품이 모두 갖추어진 차량과 기사를 제공함으로써 참여율을 높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사가 알아서 길을 찾아가야 하고, 원칙적으로는 의사가 의약품을 가져가는 것도 위법성이 있다. 이런 규제를 단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처리하자는 게 조윤경 대표의 전략이다.
“2027년 재택의료 본격화, 실정법 개선되어야”
조윤경 대표가 사업의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수많은 규제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려면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하는데, 의사가 찾아갈 수 있음에도 거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직접 방문 신청해야 한다. 또한 관련 정부기관, 공단 측은 방문진료 병원 목록을 알고 있음에도 환자에게 의사를 주선하거나 안내할 수 없다. 환자가 알아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사업 곳곳에 이런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조윤경 대표는 방문진료 업계의 변화를 위해 작은 돌 하나부터 옮기자는 생각이다.
조윤경 대표는 “의원마다 힘든 부분이 제각기고, 이 점이 똑똑실장 개발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병원마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고객사가 이 더운 여름에도 사명감 하나로 환자를 찾아가는 분들인 만큼, 우리 역시 이에 맞춰 노력하고자 한다”라면서, “올해 목표는 똑똑실장 고객 병원을 100곳으로 확정 짓는 것, 그리고 라이드 서비스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연말쯤에는 지금까지의 발전상을 소개하고, 프리 A 투자를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