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급락, 일본 금리 인상과 미국 고용 지표 부진 탓
[IT동아 한만혁 기자] 7월 들어 상승세를 기록하던 가상자산 시세가 7월 말부터 꺾이기 시작하더니 지난 한 달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업계는 그 원인으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미국 7월 고용 지표 부진 등을 지목했다. 외부 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웹3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의 리서치 전담 조직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데이터로 바라본 가상자산 시장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7월 가상자산 시가총액 급등과 급락 이유,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 현황 등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가 총액은 7월 내내 상승세를 기록했다. 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피격 사건, 7월 23일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 개시, 7월 28일 트럼프 후보의 미국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 발언 등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트럼프 후보는 비트코인 2024에서 대통령이 되면 “미국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비축할 것” “SEC 의장을 해임할 것” 등 가상자산 친화적인 발언으로 업계의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7월 초 2조 500억 달러(약 2812조 6000억 원)에서 2조 4500억 달러(약 3361조 4000억 원)로 20%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7월 29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5일간 약 14% 하락하며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보고서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7월 미국 고용 지표 부진, 이스라엘·이란 전쟁 가능성 고조 등의 이슈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지난 7월 31일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했다. 또한 일본 국채 매입 규모를 2026년 3월까지 기존 월 6조 엔(약 55조 7300억 원)에서 3조 엔(약 27조 8600억 원) 내외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8월 1일 154에서 5일 141.6까지 약 8% 하락했다. 결국 엔화 차입자들이 보유하던 금융 상품을 매각했고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면서 글로벌 주가가 하락했다.
이어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지난 8월 2일 ‘7월 미국 고용 지표’를 발표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취업자가 11만 4000명으로 예상치인 17만 5000명에 못 미쳤다. 실업률은 예상보다 0.2% 높은 4.3%를 기록했다.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이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은행 금리 상승과 미국 고용 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는 글로벌 주가 폭락을 야기했다. 그 영향으로 가상자산 시장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디스플레드 리서치는 이와 함께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조사 중인 가상자산 자전거래(MM) 기업 점프트레이딩(Jump Trading)의 3억 6820만 달러(약 5048억 원) 규모 이더리움 매각 가능성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미국 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인한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 하락 등이 가상자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더리움의 경우 ETF 자금 순유출의 영향도 받았다. 지난 7월 23일 미국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이후 대부분의 이더리움 현물 ETF 상품이 순유입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ETHE에서는 20억 달러(약 2조 7420억 원) 규모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ETHE를 제외한 상품의 순유입은 15억 달러(약 2조 565억 원)이다. 이에 이더리움 시세가 곤두박질쳤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치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가상자산 시장은 외부 요인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미국 대선 동향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