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신약 개발의 검증인, 트윈피그바이오랩의 '임상시험 PM' 이야기
[IT동아 남시현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하나의 약물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고, 수백 억에서 조 단위의 비용이 투입된다. 약물후보물질이 개발되면 이후 철저한 임상시험을 거치며, 관계 기관의 검증을 거친 끝에 상품화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의약품은 수많은 제약업계 종사자의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신약 후보물질이 의약품으로 승인받는 비율은 전체 임상시험승인신청 품목들 중 채 10%가 되지 않는다. 임상적 효과가 부족하거나, 임상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거나, 경제성이 부족하여 시판화 되지 못하는 등이 이유다. 제약사 입장에서 신약 개발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임상시험과 관리도 약품 개발만큼 중요시 여긴다. 최근 트윈피그바이오랩에 합류한 조인숙 총괄임상본부장(CCO, Cheif Clinical Officer)을 만나 임상개발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 PM)의 역할과 직업 자체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트윈피그바이오랩, 면역 항암제 ‘TB511’로 임상시험 돌입 예정
트윈피그바이오랩은 서울홍릉강소특구(단장 임환)의 지원을 받는 의료 전문 스타트업이다. 현재 3세대 면역 항암제 ‘TB511’을 개발 중이며,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이하 FDA)으로부터 ‘희귀 의약품(Orphan Drug Designation, ODD)’ 지정을 받았고 향후 신속심사 대상지정신청을 준비 중이다. 24년 8월 현재 TB511은 cGMP(강화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 기업인 벨기에 아데나에서 생산에 들어갔고,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임상 시험에 들어간다.
조인숙 CCO가 최근 합류한 이유도 TB511의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다. 조인숙 CCO는 연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MBA와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드림씨아이에스 임상시험 프로젝트 관리, PPD, INC리서치 한국 지사장, 클린텍(현 IQVIA) 북아시아 지역 디렉터,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임상개발센터장, 셀라토즈 테라퓨틱스 최고 임상개발임원 등 약 30여 년에 가까운 임상시험 관련경험을 갖고 있다.
경력과 관련해 조인숙 CCO는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 의료 기관까지 모두 거쳐왔고, 경력의 대부분은 CRO(임상시험 수탁기관) 조직에서 일했다. 30여 년가까운 기간을 업계에 종사하면서 임상시험과 관련된 거의 모든 섹터에 소속돼 있었고, 관련된 업무는 거의 모두 경험했을 정도”라면서, “트윈피그바이오랩에서는 회사의 임상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전략적으로 진행한다. 아직은 조직이 작지만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하여 이제 막 승인받은 TB511 임상과제를 성공적으로 개시하고 완수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덧붙였다.
트윈피그바이오랩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경력과 커리어를 넘어, 임상시험 전문가로서 성공한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본인의 족적을 남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조인숙 CCO는 “TB511은 시장에 없는 퍼스트 인 클래스, 원천 기술이면서 항암 관련 분야에서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이다. 비록 임상 전이나, 비임상시험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정상조직세포에는 전혀 작용을 하지 않고 암 세포에서만 활성화 되어 안전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또 암환자 대상 의약품이어서 1상부터 바로 효과를 시험할 수 있다. 세상에 기여하는 의약품을 내놓는 데 일조하겠다는 마음에서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임상시험,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될까?
일반적인 임상시험은 전 임상을 거친 뒤 1상, 2상, 3상까지 단계적으로 시험을 진행하나, TB511은 올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2상을 동시 진행 허가를 받았고, 이후 2b, 3상을 진행한다. 주요 의약품에 대한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희귀 의약품이나 치명적 질환 치료제 등에 한정해 이런 방식의 임상이 허용된다.
TB511은 종양미세환경의 편집(Tumor microenvironment Editing)을 활용해 종양관련 대식세포(TAM, Tumor-Associated Macrophage)의 세포기질 생산과 혈관 생성을 감소시킨다. 쉽게 말해 암세포의 방어력을 낮추고, 치료약물이 잘 투과되도록 만든다. 덕분에 항암제 및 면역세포의 침투가 용이해지고, 치료제에 대한 내성은 억제해 항암치료의 효과가 극대화한다. 조인숙 CCO에게 임상시험의 진행 방식과 순서를 물었다.
조인숙 CCO는 “임상시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규제기관의 임상시험용신약(IND)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실시기관(IRB) 심의를 통해 임상실험에 대한 과학적, 윤리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 및 승인 과정을 거친다. 이후 본 계약을 맺은 뒤 시험약이 입고되고 제약사, 기관 연구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임상시험 계획서에 대한 리뷰, 진행절차에 대한 토의, 각자의 역할과 방안 등을 확인하는 개시모임을 진행한다. 임상시험 개시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갖춰진 게 확인되면 비로소 환자 모집에 들어간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서 “환자가 모집되면 절차별로 데이터를 관리한다. 환자 상태 등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투약량 등에 따른 의약품의 효능을 계속 검증하면서 환자 수를 늘리는 식으로 데이터 분석 규모를 키운다. 진행 병원들에서 대상자의 임상적 결과나 변화, 이상 징후 등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수집해 취합하고, 통계 분석한 뒤 결과의 임상적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해당 임상시험의 목적에 미루어 합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임상시험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조인숙 CCO는 “흠결 없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게 어렵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기나긴 개발여정 속에서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은 강한 도덕적 원리와 가치를 고수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또 이러한 부분들이 완벽하다면 그 어떤 규제기관도 넘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반대로 이 요소들이 확실하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과 자금을 쏟아부어도 진행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규제기관의 변화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인데, 긴 시간 동안 이런 부분들을 계속 대응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끌고 가는 게 어렵다. 규제기관이 말을 바꾸면 빨리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인내심과 시장 대응 모두 갖춰야 할 덕목이다”라고 덧붙였다.
임상시험 프로젝트 매니저, 과학적 지식과 정직함 갖춰야
그렇다면 임상시험 시 갖춰야할 지식이나 경험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었다. 조인숙 CCO는 “임상시험 전반에 걸친 과학적, 의학적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다. 의학 관련 학위가 있으면 좋고, 생명과학 전공도 괜찮다. 또한 국가마다 규제나 임상 시험 방식 등의 절차가 다 다르기 때문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고, 기관마다 다 다른 시스템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과학, 행정 분야는 계속 바뀌므로 항상 이를 공부하고 발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한 책임감, 굴하지 않는 의지, 그리고 확고한 윤리적인 태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인숙 CCO는 “어떤 결과든 정직하게 만들어야 한다. 좋은 의약품도 임상이 제대로 안 돼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해외 기관과 제약사는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데, 하나만 잘못되어도 모든 데이터를 불신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표준기술문서 체제의 도입으로 모든 데이터를 규제기관의 통계분석가가 검증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므로 철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는 우리나라 임상 시장, 제약 산업과 함께 성장
조인숙 CCO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임상시험 전문가 집단 규모가 작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학 수준은 선진국 대열로 올라선지 꽤 오래 됐고, 의료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임상 시험 시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인숙 CCO는 “과거에 우리나라 임상시험은 경제성으로 밀었고, 약을 도입하기 위한 후기 임상 정도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 업계가 성숙했고, 또 환자들의 이해도도 높다. 덕분에 데이터의 품질과 신뢰성이 높아져 신약 개발을 위한 초기 임상도 늘었고, 외국계 기업들도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임상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초기 임상이 늘어나면 우리나라 환자들이 신약을 활용한 칠 기회를 얻게 되고, 의사들 입장에서도 학회에서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기업 유치를 통해 임상 시험자는 세계에서도 통하는 경력을 갖게 된다. 임상시험 시장은 생긴지 반 세기정도 밖에 안 된 초기 시장이니 블루 오션인 셈”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인숙 CCO는 임상 연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조인숙 CCO는 “작은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큰 기업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신약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어 기회가 많으니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에서 경력을 쌓길 바란다. 우리 업계는 수요가 넘치는 분야라는 점을 잊지 말라”라며 대화를 마쳤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