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法] 휴가철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법적 분쟁 대비하기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여름 휴가철 교통사고 발생률은 다른 기간보다 약 10%~1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수치로도 확인이 가능한데요. 도로교통공단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름 휴가철(7월~8월)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증가 추세입니다. 2019년 769건, 2020년 632건, 2021년 864건, 2022년 856건, 2023년 896건으로 총 4017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최근 5년간 렌터카 교통사고 또한 여름 휴가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불가피한 장거리 운행이나 낯선 지역을 자신의 차량이 아닌 렌터카로 운행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에 따라 이번 기고에서는 여름 휴가철,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숙지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안내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지난 7월 15일 금융감독원도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 알아두면 유익한 자동차보험 특약 정보와 여름철 주요 자동차 사고 유형별 유의 사항을 안내한 바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먼저 지난 기고에서 다뤘던 판례 중 제주 렌터카 전복 사고에서 운전자는 렌터카 계약서상 운전자가 아니었기에 민사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렌터카 이용에 있어서 장거리 운행이 많은 휴가철에는 교대 운전도 필수인데요. 교대 운전 시에도 안심하고 운전하도록 관련 자동차보험 특약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 차량을 운전할 경우엔 내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보장범위와 동일하게 보상하는 '단기 운전자 확대 특약'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차량을 운전할 때는 '다른 자동차 운전 특약', ‘다른 자동차 차량손해 지원 특약’을 이용하면 됩니다.
-관광지 등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 운전 중 사고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는 특약 등을 활용하면 됩니다.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이 있는 경우는 렌터카 손해 특약 활용이 가능합니다.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이 없는 경우는 ‘원데이 자동차보험’을 이용하면 됩니다.
-휴가철 장거리 이동 중 배터리 방전이나 타이어 펑크 및 연료부족 등 예상치 못한 긴급상황 발생 시 긴급출동 서비스 특약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이러한 특약들은 가입한 다음 날인 24시(자정)부터 보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출발 전날 가입해야 보상이 가능합니다. 보험사에 따라 특약 명칭과 보장 조건(보상 한도 등)이 다르므로, 가입 시 보험사와 상세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여름철 교통사고 3대 유형(최근 3년간 손해보험협회 과실분쟁심의위원회 심의 결정 건 중 7월·8월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한 사고 기준)과 유의 사항을 설명해 드립니다.
-먼저 차로를 변경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차로를 변경하는 B차량과 동일 방향에서 후행해 직진하는 A차량이 충돌했을 경우. [기본과실 A차량 30 : B차량 70(개별 사고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과실 비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선행차량(B)은 진로변경 전 방향지시등을 켜고, 후행차량(A)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 진로 변경해야 합니다. 후행차량(A)도 감속·제동 등을 통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우측 직진(A) 대 좌측 직진(B)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오른쪽 도로에서 직진하는 A차량과 왼쪽 도로에서 직진하는 B차량이 충돌한 경우. (기본과실 A차량 40 : B차량 60)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의 경우, 기본적으로 서행해서 운전해야 합니다. 이때 좌우를 확인하기 어렵거나, 교통이 번잡한 교차로의 경우, 일시정지 후 진행해야 합니다. 먼저 진입한 차량이 있는 경우, 그 차량에 진로를 양보해야 합니다. 진행하는 도로의 폭보다 넓은 곳에서 진행하는 차량이 있는 경우, 그 차량에 진로를 양보해야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교차로에 동시에 진입하는 경우에는 우측에서 진행하는 차량에 통행우선권이 있습니다.
-좌우 동시 차로변경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3차로에서 2차로로 진로 변경하는 A차량과 1차로에서 2차로로 진로 변경하는 B차량이 충돌한 경우. (기본과실 A50 : B50)
사고 시 양 차량 모두 진로 변경에 있어 쌍방 과실로 봅니다. 진로 변경 시에는 후방 및 측면 진행 차량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휴가철 교통사고가 났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즉시 차량을 정차해야 합니다. 뺑소니 혐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다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구호 조치 후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합니다.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동이 힘든 상황에서 자신이 안전하다면,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조치를 해야 합니다.
-사고현장 영상과 사진을 확보해야 합니다. 최소한 주변 차량 번호라도 찍어야 합니다. CCTV 정보공개 청구도 필요합니다. (CCTV옆에 관리자와 연락처가 기재돼 있습니다.)
-보험사에 사고를 즉각 알려야 합니다. 사고가 크게 발생했거나, 다툼이 있을 것 같으면 경찰에 신고도 해야 합니다.
-급박한 상황이 아닌 경우, 견인 차량의 요청 또한 보험사 안내를 받아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를 녹음해야 합니다. 시시비비에 대해 태도를 바꾸는 경우도 있으니 상대방과의 대화도 녹음이 가능하다면, 하시기를 바랍니다(도청은 범죄지만, 대화 당사자 간 녹음은 불법이 아닙니다.)
교통사고는 예방도 중요하지만, 피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교통사고와 휴가는 양립해서는 안 되지만, 현실은 양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가철 긴장을 풀고 휴식에 나서더라도, 안전운전만큼은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