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저커버그 대담으로 들여다본 '생성형 AI의 향방'
[IT동아 남시현 기자] 컴퓨터 그래픽 기술 콘퍼런스 ‘시그라프 2024’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7월 28일 개막해 오는 8월 1일까지 열린다. 시그라프는 컴퓨터 그래픽 및 인터랙티브 기술의 진화를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 AMC 시그라프가 진행하는 행사며, 엔비디아가 꾸준히 지원해 왔다.
올해 시그라프에서 엔비디아는 실제 세계의 AI 레디 가상 모델을 생성하는 새로운 딥 러닝 프레임 워크 ‘fVDB’, 물리 생성형 AI ‘NIM 마이크로서비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가속화 지원 방안 등을 발표했다. 아울러 젠슨황 엔비디아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기초 연구가 어떻게 AI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생성형 AI와 오픈 소스가 어떻게 개발자와 크리에이터에게 힘을 실어주는가’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메타, 초개인화된 생성형 AI 모델 바라본다
젠슨 황은 “메타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발전시키며, 이를 향상하기 위해 어떤 기능을 적용하는지”로 운을 뗐다. 마크 저커버그는 “세상에서 가장 큰 컴퓨팅 시스템 중 하나가 추천 시스템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추천 시스템 등 광활한 콘텐츠들이 AI로 다듬어지고, 비정형 데이터에도 기능을 넣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기능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개발이 진척될수록 라마(Llama)를 비롯한 대형언어모델(LLM)은 챗봇 느낌이 줄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초 개인화된 크리에이터 AI와 AI 스튜디오를 내놓을 것이라 말했다. 메타 플랫폼 내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콘텐츠로 개인화된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소통, 영업, 고객 대응을 한다. 또 사용자 데이터를 학습해 커뮤니티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보조 도구로 쓰고, 예술 작품이나 콘텐츠를 창조하는 맞춤 유틸리티로 만들 것이라 답했다.
저커버그는 한 개인이 여러 사업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하는 것처럼, 모든 기업이 고객과 소통하는 AI 에이전트를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시장에 접근한다. 또 시장 형성을 위해 메타는 라마를 비롯한 오픈소스로 시장 지원에 나선다.
메타의 오픈소스 전략? “생태계 표준에 따른 이점 커”
현재 생성형 AI시장은 오픈AI의 챗GPT나 엔스로픽의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등 고성능 유료 모델을 중심으로 발전하는데, 메타는 누구나 무료로 자산을 쓸 수 있는 오픈소스 형태로 AI를 개발 중이다.
젠슨 황이 무료로 LLM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는 생태계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앞서 파이토치나 데이터 인프라 등을 공개해 보니, 업계 표준이 됨에 따라 모든 공급망에서 주문을 받게 됐다. 이는 우리를 포함한 모든 업계 기업의 자산을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라고 말했다. 즉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은 있어도, 전반적인 생태계 확보에 더 비중을 두겠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젠슨 황도 ‘AI 파운드리’를 통해 기업들의 AI 생태계 구축을 돕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AI 파운드리는 DGX 시스템으로 구성된 클라우드로 엔비디아 기반 시스템 및 오픈소스 모델을 맞춤 개선하는 인프라 및 도구 제공 서비스다. 모델은 메타 라마 3.1 405B, 엔비디아 네모트론 리워드 모델에서 생성된 데이터로 도메인별 산업 사용 사례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젠슨 황은 “많은 사람들이 AI를 구축하려 하고, 이들을 데이터 플라이휠(생태계 선순환)에 넣어야 한다. 엔비디아가 만든 AI 파운드리가 많은 서비스들이 AI로 전환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목에서 메타의 가상현실 플랫폼에 대한 짧은 근황 소개가 이어졌다. 마크 주커버그는 “스마트 안경이나 홀로그램은 아직 어렵고 꽤 비싸지만,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라면서, 에실로룩소티카, 레이밴, 오클리 등 소비자가 원하는 대형 브랜드에서 다양한 폼팩터로 제품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카메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거나 영상 통화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상 및 혼합현실 그래픽과 지원 디스플레이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컴퓨팅 스택이 재창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젠슨 황은 “우리는 컴퓨터 처리의 근간이 재창조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안드레가 소프트웨어 1과 2라고 부르는 것이지만, 이제는 범용 컴퓨팅과 신경망 처리 방식이라는 3단계를 내다보고 있다. 우리가 개발하는 앱과 기능은 과거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고, 기술과 생성 AI는 빠른 속도로 소비자와 기업, 산업, 과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드레 카파시는 캐나다의 컴퓨터 과학자로, 테슬라와 오픈 AI를 거치며 심화학습(딥러닝) 기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2017년 인간이 제시한 논리 구조를 바탕으로 직접 코딩하는 방식을 소프트웨어 1.0, 데이터 기반으로 컴퓨터가 논리와 알고리즘을 만드는 시대를 2.0으로 규정했다. 젠슨 황은 병렬 컴퓨팅과 AI가 이를 넘어서는 환경이라 말한다.
이어서 “우리가 접하는 모든 분야에 생성형 AI가 도래하며 근본적인 전환이 시작됐고, 마크 저커버그가 말하는 분야에도 생성형 AI가 적용되고 있다. 우리 자신이 구축하는 AI는 내가 만든 모든 내용으로 미세 조정되고,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질문하고 싶어 하는 훌륭한 조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을 밝혔다.
AI 생태계 투자 계속되지만, 기술 편중 심해질 것
이번 대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은 AI에 대한 메타의 접근법, 그리고 저커버그의 시각 등이다.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은 다양한 콘텐츠 유형과 시스템을 모두 통합한 단일 AI 모델’이라고 말했고, 이를 통해 메타가 SNS를 거대한 AI 생태계로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개인이 학습 데이터를 입력해 본인에게 최적화된 개별 AI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고, 여러 산업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방향을 잡고 있다.
라마 LLM 등 고성능 AI 모델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 역시 향후 메타 기반의 AI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한 초석이며, 비용보다는 투자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젠슨 황이 AI 파운드리로 산업 개발을 지원하고 나선 점이 메타의 오픈소스 전략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산업 생태계를 종속하려는 것에서는 의의가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대담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가치 창출의 수단을 넘어, 투자로 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월가를 중심을 AI가 돈 먹는 하마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지만, 활용도와 수요가 확실한 만큼 자금을 투입해 시장을 먼저 갖겠다는 전략이다. 오픈소스 등을 통해 시장 생태계는 더욱 확대되겠으나, 빅테크의 기술 편중은 갈수록 치우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