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x IT동아] 여성 과학자들이 만든 페미닌 헬스케어 스타트업 ‘이너시아’
[SBA x IT동아 공동기획]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성수·창동·동작에 창업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이에 본지는 SBA와 공동으로 2024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여성 과학자들이 모여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불편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페미닌 헬스케어 기업 ‘이너시아(INERTIA)'의 이야기다. 특허받은 소재로 여성 일상과 가장 밀접한 제품에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를 만났다.
카이스트 출신 여성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페미닌 헬스케어 스타트업 ‘이너시아’
이너시아는 카이스트(KAIST) 출신 여성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페미닌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의료 분야 AI를 전공으로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변화를 과학으로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 AI도 전도유망한 분야지만, 해당 분야에서 모두가 느낄 변화를 불러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그러던 중 몇 해 전 발생한 생리대 독성 논란을 지켜보며 일상 속 불편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문제가 드러났지만, 이후에도 유의미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불편을 과학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너시아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김효이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여성 몸에 직접 닿는 생리대를 혁신하기 위한 물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김효이 대표는 “여성 몸에 직접 닿는 생리대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은 문제를 일으킨다. 예컨대 생리대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지속해서 여성 질 점막에 닿아 염증을 유발한다”며 “대안으로 미세플라스틱을 뺀 생리대가 나왔지만, 흡수력이 떨어져 많은 여성이 불편을 겪었다. 유해화학물질을 배제하면서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흡수력을 보이는 천연흡수체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천연흡수체를 찾는 과정은 무수한 실험의 반복이었다. 수백 개의 샘플을 만들고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하루 종일 생리대를 착용하고 생활하기도 했다. 실험 생리대의 흡수력을 테스트해야 하는데 매번 분비물로 할 수가 없어 도축장에 피를 받으러 다닌 기억도 있다”며 “매주 도축장에 피를 받으러 오니 현장에서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도 받았다. 비린내가 심한 피를 실어 나르는 과정도 만만치는 않았다. 2년여간 이같은 고난의 과정을 거쳐 생리혈을 잘 흡수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천연흡수체 ‘라보셀(LABOCELL)’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너시아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지혈 소재에서 착안해 천연흡수체 라보셀을 개발했다.
김효이 대표는 “라보셀 소재는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흡수력을 발휘하는 천연흡수체이지만, 원가가 월등히 비싸다. 대기업이 미세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던 이유”라며 “하지만 몸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자연에 가까운 소재를 사용한다면 값을 더 지불할 소비자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 일상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그간 가장 변하지 않았던 제품부터 혁신을 시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너시아는 자주 사용하는 생필품이 비싸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주변의 우려를 기술력으로 극복했다.
김효이 대표는 “유해 물질 외에도 기존 생리대를 사용하던 소비자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생리혈 특유의 냄새를 잡아주지 못하는 점이다. 미세플라스틱과 생리혈이 만나 생기는 문제”라며 “라보셀 소재가 냄새까지 잡아주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을 때,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가 라보셀 소재를 적용한 생리대를 선택할 것으로 확신했다. 독일 피부과학연구소인 더마테스트에서 라보셀에 대한 안정성과 임상 완료 인증을 획득한 동시에 탈취 효과도 인정받았다. 미국 FDA 인증, 생리대 전체 OCS 국제 유기농 인증 등도 획득했다. 라보셀 기술로 한국공학한림원에서도 차세대 공학리더상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이처럼 국내외 공인기관에서 라보셀 소재를 인정받은 덕분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너시아의 라보셀 흡수체 기반 생리대 라인업은 B2C로 직접 여성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이너시아 자사 몰과 올리브영, 컬리, 쿠팡, 갤러리아, 현대백화점 등에서 제품을 접할 수 있다.
“다양한 여성 소비재에 기술 적용할 것”…SBA 입주 후 해외진출 박차
이너시아는 생리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성 소비재에 기술을 적용, 일상의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성의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예방하는 필수 성분인 이노시톨을 빠르고 맛있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한 것이 그 예다.
김효이 대표는 “기존에 이노시톨 섭취를 어려워하는 여성들이 있었지만, 국내 최초로 액상 제형을 개발해 한 포로 하루 권장 섭취량을 충족하도록 돕는 제품을 만들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해 여성 소비재에 혁신을 불러올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현재 좋은 반응을 얻는 라보셀 소재 기반 생리대로 여성 위생용품에 대한 편견도 깨고 싶다. 쓰고 버리는 물건인데 좋은 기술이 들어가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때 여성의 삶과 아주 밀접한 품목이므로, 반드시 기술로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답한다. 생리 트러블과 같이 건강에 대한 고민 탓에 생리대를 쓸 때마다 두려웠다는 소비자가 자사 제품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효이 대표는 이어 “이너시아 구성원은 과학으로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여성 소비자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생리대 이외의 품목에서도 여성들의 삶의 불편을 해결하는 과학자들이 되고 싶다”며 “올해부터 서울경제진흥원(SBA) 동작창업센터에 입주한 덕분에 처음으로 서울에도 지점을 냈다. SBA가 해외 전시회와 바이어를 만날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어 해외진출도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다. 올해는 일단 국내 시장에 집중한 후 내년부터 SBA와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너시아의 행보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