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X IT동아] 아임토리 “로봇 팔 도입한 제조업 현장, AI 공정 최적화로 효율 극대화”
[SBA x IT동아 공동기획]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성수·창동·동작에 창업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이에 본지는 SBA와 공동으로 2024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개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다. 매년 똑같은 제품보다는 시기나 계절마다 특색을 더한 한정 상품이 인기를 얻는다. 이런 소비 성향 변화와 맞춰 제조업의 트렌드도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되면서 문제가 되는 건 공정 최적화 문제다. 과거처럼 하나의 공정에서 같은 제품을 계속 해서 생산하는 게 아니니 잦은 공정 추가와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노동자의 숙련도 문제가 발생하기도 쉽다.
아임토리(AImtory)는 이처럼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 제조업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으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다.
성노윤 아임토리 대표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는 로봇 팔을 활용한 자동화가 필수적이지만, 실제 제조 현장에서는 로봇 팔이 사람보다 효율이 떨어지거나 잦은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면서 “아임토리는 이런 로봇 팔의 움직임을 추적해 최적화하고, 고장과 오작동을 감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로봇 팔은 원래 고장이 자주 나는 제품이 아니다. 실제 대기업 제조 현장에서는 짧게는 8년,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같은 로봇 팔이라도 중소기업에서 운용될 때 수명은 유독 더 짧다. 그 원인을 성노윤 대표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로 본다. 그는 “중소기업에서는 물량과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로봇 팔을 가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 수명보다 단명하거나 오작동이 잦아지는 것”이라며 “한 대에 1억 원이 넘는 로봇 팔을 대기업에서는 여분을 두고 여유롭게 운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이 그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소 제조업체일수록 로봇의 오작동과 고장을 최소화하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정 최적화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아임토리에서는 이런 중소기업 현실에 맞춘 공정 이상 감지 솔루션을 제공한다. 성노윤 대표는 “공정 이상 감지 시스템은 단순히 불량품이 출하되는 걸 막아주는 게 아니라 생산 효율을 개선하고 불량률 자체를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아임토리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로봇 팔에 카메라와 센서를 달아 오작동을 감지하고 고장을 예측하는 예지보전 기술과 오작동을 줄이고 움직임을 최적화한 로봇 코드를 생성해 적용하는 기술, 불량품 판별과 제품 검수에 사용되는 비전 검사 기술 등으로 구성된다.
기존 예지보전 기술에 주로 사용되던 진동 센서가 모터, 압축기 등 회전체에 특화됐다면 아임토리에서는 로봇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데 특화한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불량품 판별과 제품 검수에 사용되는 비전 검사에는 비지도 학습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불량품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게 아니라 양품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식이라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와 시간이 지도 학습 방식보다 훨씬 적다.
아임토리에는 3D 스캔과 AI를 활용한 차세대 공정 최적화 솔루션도 준비 중이다. 우선 공장 환경을 라이다(LiDAR)와 카메라로 스캔해 3D로 재현하고, 공장 설비의 설정값을 입력해 공정 전체를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다. 이렇게 재현한 공정을 AI가 분석해서 로봇 팔, 컨베이어 벨트, 무인자동운반장치(AGV, Automatic Guided Vehicle) 등 공장 내 자동화 요소들이 최상의 생산 효율을 낼 수 있는 움직임과 설정값을 적용하는 솔루션이다.
이 최적화 솔루션은 현재 시제품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성 대표는 “현재 기술로는 3D 스캔 기술 자체의 한계 때문에 오차가 발생한다. 공정 최적화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런 오차까지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노윤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학위와 경영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다 스마트팩토리 분야 잠재력에 주목했다. 성노윤 대표는 “한국은 제조업의 나라지만 아직 제조업 분야에 혁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성노윤 대표 외에도 카이스트 출신 박사, 현대중공업 출신 제조업 현장 전문가 등의 전문가들이 아임토리를 함께 이끌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레퍼런스(도입 사례) 부재로 인한 영업의 어려움도 있었다. 성노윤 대표는 “중소기업들 중에서는 스마트팩토리의 효용성에 불신을 품는 곳들도 많다. 이런 곳들에 솔루션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레퍼런스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아임토리의 대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차근차근 레퍼런스를 쌓았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제로원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현대중공업의 ‘ICT융합 기술 고도화 및 상용화 지원사업', LS일렉트릭 천안공장의 AI 기반 공정 최적화 실증사업 등을 진행하며 차근차근 기술력과 효용성을 입증했다. 그 결과 굳게 닫았던 중소 제조업체들도 지금은 문을 열고 아임토리의 고객사가 됐다.
서울경제진흥원(SBA)도 아임토리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아임토리는 SBA의 ‘서울형 R&D 지원사업’을 통해 로봇 팔 활용 생산공정 최적화 솔루션과 불량품 자동인식 비지도학습 기반 AI 솔루션’ 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공지능 부문 우수 성과로 선정되어 서울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성노윤 대표는 “SBA에서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교육 프로그램, 세미나 개최, 발표 행사, 로봇 관련 강연 등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네트워크 기회를 제공해 사업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아마존 웹서비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정글’에도 선정된 아임토리는 향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품화해 구독형 상품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느낄 초기 도입비용 부담을 낮추고, 지속적인 유지 보수도 가능케 하겠다는 계획이다.
성노윤 대표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 알고리즘을 많은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며 “제조업에 인공지능, 로봇 등 혁신 기술을 좀 더 많은 기업이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제조업 전체가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아임토리가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