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사람 많으면 끊기는 무선 이어폰, 해법은?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출퇴근길에 애플 에어팟, 갤럭시 버즈 같은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으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멀쩡히 잘 들리던 소리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갑자기 끊기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특히 횡단보도가 모여있는 교차로,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이런 현상이 심해집니다.

사실 이렇게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무선 기기 연결이 끊기는 건 기기 자체의 결함이나 고장일까요? lhsXXXX님이 보내주신 질문입니다.

“안녕하세요.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출퇴근 지하철이나 사람 많은 장소에서는 너무 끊깁니다. 원래 무선 이어폰이 전파 간섭 때문에 사람 많은 데서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듣긴 했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하네요. 혹시 최신 제품이나 유명 제조사 제품으로 바뀌면 나아질까요?” (일부 내용 편집)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등에서는 무선 이어폰 끊김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 출처=셔터스톡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등에서는 무선 이어폰 끊김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 출처=셔터스톡

무선 혼간섭 현상…기술 발전, 정책 변화 등 거시적 해법 필요한 문제

아쉽게도 최신 제품이나 유명 제조사 제품으로 교체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무선 이어폰 자체의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많은 장소일수록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무선 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기기도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 기기들이 비슷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전파 혼선·간섭이 일어나면서 통신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에어팟을 시작으로 무선 이어폰이 인기를 끌면서 전파 혼선·간섭 현상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상황이 더 잦아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도로는 부족한데 차량 보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교통 정체가 극심해지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전파 혼선·간섭 문제를 무선 통신을 처리하는 칩세트 성능이나 작동 방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완화는 할 수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충분하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주파수 관련 정책이나 무선 통신 기술 규격 자체도 손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어팟을 시작으로 무선 이어폰이 대중화되면서 전파 혼선·간섭 현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 출처=셔터스톡
에어팟을 시작으로 무선 이어폰이 대중화되면서 전파 혼선·간섭 현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 출처=셔터스톡

그 대책 중 하나가 ‘비면허 대역’을 늘리는 건데요. 주파수의 혼선·간섭 현상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주파수를 나라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에 특정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처럼 용도에 따라 주파수를 나눠놓고 이를 허가받은 사업자들만 쓸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이렇게 허가를 받아야 쓸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면허 대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출력 무선 기기까지 일일이 주파수 사용 허가를 받게 하는 건 비효율적일뿐더러 관련 서비스와 기기가 나올 수 있는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게 됩니다. 그래서 ‘비면허 대역’이라고 하여 허가 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대역도 남겨두고 있는데요.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등이 활용하는 2.4GHz 대역이 대표적인 비면허 대역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 이후 와이파이 확산에 더해, 최근에는 무선 이어폰의 보급까지 이어지며 점차 이 비면허 대역, 그중에서도 2.4GHz와 같은 특정 대역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비면허 주파수 대역 중에서도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이 활용하는 2.4Ghz는 활용하는 기술, 기기가 워낙 많아 간섭이 심한 대역이다 / 출처=셔터스톡
비면허 주파수 대역 중에서도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이 활용하는 2.4Ghz는 활용하는 기술, 기기가 워낙 많아 간섭이 심한 대역이다 / 출처=셔터스톡

그렇다면 만약 비면허 대역을 지금보다 더 늘리면 어떨까요? 도로를 추가로 개통해서 통행량을 분산하는 효과가 생기듯 특정 대역의 포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 자체는 2.4GHz의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 작동하는 기술이라 다른 대역으로 옮겨가는 게 어렵지만, 와이파이처럼 높은 대역에서도 작동하는 기술들이 다른 대역으로 옮겨가면 포화 상태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통신이 좀 더 쾌적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최근 와이파이는 포화 상태인 2.4GHz를 피하고 좀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5GHz, 6GHz 등 높은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들도 최근 무선 통신 기기가 늘어나면서 잦아지는 주파수 혼선·간섭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점차 비면허 대역 확대를 검토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블루투스 기술 표준을 관리하고 감독하기 위해 여러 기업이 모여 설립한 기관인 블루투스 SIG(Bluetooth Special Interest Group) 또한 비면허 대역 확대를 지지하는 입장이고요.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20년 6GHz를 비면허 대역으로 추가 공급하면서 이를 활용하는 와이파이 6E 기술의 물꼬를 터준 바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들이 당장 극적인 효과를 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관련 정책 당국도, 기술 단체도, 기기 제조사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니 미래에는 차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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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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