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호환성?’ AI(인공지능) PC 시대, 선택의 기준은?
[IT동아 강형석 기자]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 산업은 물론이고 우리 생활 곳곳에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가 적용 중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원하는 결과를 빨리 찾아주는 것은 기본,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서와 영상 등을 만들어 줄 정도다.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서 내놓은 ‘2030년 전 세계 인공지능 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1502억 달러(원화 환산 약 208조 7780억 원 상당)로 추산됐다. 뿐만 아니라, 2030년에는 연평균 성장률(CAGR) 36.8%를 기록하며 1조 3452억 달러(원화 환산 약 1869조 8280억 원 상당)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 서비스, 장비 등을 시작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기 마련이다. 결국 사용자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선 PC 시장은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인공지능 서비스 코파일럿(Copilot)을 원활히 쓸 수 있는 PC 플랫폼 ‘코파일럿+ PC’를 제안했다.
코파일럿+ PC의 핵심은 초당 40조 회 이상 정수 연산(40 TOPS)이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 대형언어모델(LLM)으로 제공되지만, 소형언어모델(SLM)은 PC 내에서 처리하게 된다. 온라인 상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의 인공지능 경험을 위한 ‘온디바이스(On-Device)’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온디바이스 실력을 갖추는 것이 인공지능 PC의 성공요인이 될 수 없다. 인공지능 처리가 가능해도 근본은 ‘PC(컴퓨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서비스로 인해 PC 선택의 기준은 조금씩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CPU+GPU+NPU’ 중앙처리장치의 종합 성능
인공지능 PC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데이터 처리 구조에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를 위한 장치를 추가해 시장의 요구에 대응한다. 현재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신경망 처리장치(NPU)가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장치의 구조는 다르지만, 다수의 정수(INT) 및 부동소수점(FP) 코어를 병렬 배치함으로써 인공지능이 학습ㆍ추론한 결과를 빠르게 도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최근 출시되는 일부 노트북에 쓰이는 모바일용 중앙처리장치에는 신경망 처리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에 ‘인텔 AI 부스트(Intel AI Boost)’라는 이름의 신경망 처리장치가 있다. 이 장치는 윈도우 11 운영체제 내에서 인식되어 인공지능 서비스가 온디바이스로 작동 시 힘을 보탠다. 경쟁사 프로세서도 신경망 처리장치가 적용되어 있으나 윈도우 11 운영체제 적용은 올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그래픽 처리장치의 성능도 향후 선택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내장, 외장 모두 포함되는 이야기다. 인텔은 자사가 개발한 아크(Ark) 그래픽을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내에 적용했다. 앞으로 선보일 차세대 중앙처리장치에는 새 설계 기술을 접목해 성능, 기능을 높일 예정이다.
향후 인공지능 PC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는 ‘초당 정수연산 수’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초당 1조회 정수연산을 의미하는 TOPS로 성능을 가늠한다.
참고로 인텔이 올 하반기에 선보일 코드명 루나 레이크(Lunar Lake)는 신경망 처리장치의 연산 성능이 약 48 TOPS 수준에 달한다. 인공지능 연산에 도움이 되는 그래픽 처리장치는 67 TOPS의 연산 성능을 자랑한다. 프로세서의 성능까지 더하면 약 120 TOPS 수준의 연산 성능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다. 인텔 외에도 여러 경쟁사도 초당 정수연산 성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외장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중시한다면 선택 기준은 현재와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엔비디아와 AMD, 인텔 중 브랜드 선호도에 맞춰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면 배터리 효율이 낮아지고 발열 설계에 따라 휴대성 저하가 있다. 장시간 사용에 초점을 둔다면 중앙처리장치 자체의 인공지능 처리 능력이 선택 기준이 될 것이다. 반대로 휴대성보다 종합 성능에 무게추를 둔다면 고성능 그래픽카드 탑재 여부가 선택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콘텐츠+전문작업도구’ 소프트웨어 호환성 확보 여부
인공지능 서비스가 더욱 확대되고 온디바이스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증가하면 자연스레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 PC가 등장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가 적용된 노트북이다. 이 중앙처리장치는 ARM 설계가 적용되어 있다. 흔히 시장에서 구매 가능한 x86 설계 중앙프로세서와 다른 방식이다.
X86 설계 기반 중앙처리장치는 복잡한 명령어를 처리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는다. 이를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 칩이라 부른다. 설계 구조가 복잡하고 생산이 어렵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 가능하다. 반면 ARM 기반의 중앙처리장치는 자주 쓰는 명령어 위주로 설계를 단순화한 게 특징이다.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칩 구조로 현재 스마트 기기에 주로 쓰인다. 전력 소모를 최적화하고 특정 환경에서의 성능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칩 설계 구조 차이에서 온다. 일반적인 노트북에 쓰는 중앙처리장치는 우리가 흔히 다루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제공한다. 수백만 개에 달하는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것은 기본이고 사진영상 편집 및 3D 렌더링 등 여러 전문 작업이 가능하다.
ARM 기반의 중앙처리장치가 탑재된 노트북은 이런 소프트웨어 호환성이 제한된다. 같은 윈도우 운영체제 안에서 실행이 되더라도 중앙처리장치가 처리할 수 있는 명령어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2024년 6월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의 새 인공지능 노트북(갤럭시 북 4 엣지)에서 일부 게임 및 어도비 소프트웨어 등과 호환성 문제를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홈페이지 내 안내문을 살펴보면 해당 제품은 퀄컴 스냅드래곤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되어 있으므로 호환되지 않는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이 있다고 적혀 있다. 일부 은행과 금융투자사가 해당된다.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많은 게이머를 보유한 리그 오브 레전드, FC 온라인, 배틀그라운드 등이 호환 불가 목록에 있다. 어도비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애프터 이펙트도 눈에 띈다. 모두 기존 인텔, AMD 기반 노트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실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ARM 기반 노트북이 갖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앞으로 인공지능 PC 시대가 오더라도 이 같은 호환성 여부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주로 접근하는 홈페이지가 잘 되는지, 자주 쓰는 소프트웨어나 게임은 잘 실행되는지 말이다. 같은 인공지능 PC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