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취소 수수료 폭탄' 어도비 고소…다크패턴 규제 잇따라
[IT동아 권택경 기자] 미국 규제 당국이 어도비를 고소했다. 구독 취소에 위약금을 부과하면서도 이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온라인 쇼핑객 신뢰 회복법(ROSCA)을 위반한 혐의로 어도비 부사장과 디지털미디어 사업부 사장을 고소했다.
어도비는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일러스트레이터 등 자사 주요 제품을 구독형 상품으로 서비스 중이다. 구독 플랜은 월별 구독 상품과 연간 구독 상품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에서 문제가 된 건 월 결제 방식의 연간 구독 상품이다. 연간 구독 상품은 결제는 월 단위로 이뤄지지만 월별 구독 상품보다 33% 저렴한 요금이 청구된다. 일종의 약정 할인인 셈이다. 다만 결제 취소 시에 남은 연간 구독 요금의 50%에 달하는 취소 수수료가 부과된다.
미 법무부와 FTC는 어도비가 이같은 고액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면서도 이를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어도비 구독 플랜 선택 화면을 보면 ‘14일 이후 취소할 경우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안내만 있다. 취소 수수료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별도 약관 페이지를 들어가야 알 수 있다.
미 법무부는 어도비가 구독을 취소하는 과정 또한 번거롭고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구독 취소 항목을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려울뿐더러, 전화나 채팅 상담으로 구독을 취소할 때도 빈번히 연결이 끊겨 이용자가 매번 상황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도비 측은 “우리는 구독 계약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했고, 취소 절차도 간단하다”며 미 규제 당국의 고소 내용에 반박하고 나섰다.
어도비가 구독 상품의 취소 수수료와 관련해 규제 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22년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도 어도비의 구독 플랜 약관을 약관규제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어도비는 현재 국내에서는 시정 권고를 받아들여 취소 수수료를 10%로 낮추고, 결제 플랜 선택 화면에서도 취소 수수료 비율을 명확히 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4일 이후 환불을 거부하는 선지급 연간 구독 상품 또한 잔여 구독 기간에 해당하는 결제액에서 위약금을 제외한 금액을 환불해주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나 앱의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및 이용자 경험(UX)을 교묘히 설계해 구입이나 가입을 유도하는 ‘다크패턴’은 그간 업계에서 관행처럼 널리 쓰였지만, 최근에는 이를 소비자 기만행위로 보고 규제하는 게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FTC가 아마존이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 가입을 불법적으로 유도하고, 해지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고소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 법과 함께 양대 빅테크 규제 법안으로 불리는 디지털 서비스 법(DSA)에 다크패턴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EU는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나 의사 결정을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구조, 디자인, 기능 등을 다크패턴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공정위가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다크패턴의 범주를 편취형,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등 네 범주로 분류하고 총 19개의 구체적 유형을 제시했다. 무료 구독 체험을 제공하다 명시적 고지 없이 유료로 전환하거나, 구독 취소를 어렵게 만드는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가이드라인 자체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공정위는 이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법 개정 또한 추진에도 나설 방침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