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x IT동아] 아트랩 “피부 좋아지는 법, AI가 찾아드립니다”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성수·창동·동작에 창업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2024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인공지능(AI)이 가장 큰 화두였던 올해 CES에서 주목받은 기업 중 하나가 로레알이다. 로레알은 개인 특성이나 상황에 맞춰 적절한 화장품이나 화장법을 추천하는 챗봇 등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치럼 뷰티 및 스킨케어 분야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 로레알이 최초거나 유일한 건 아니다. 국내에도 일찌감치 AI를 적용한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 솔루션을 선보이며 주목받은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아트랩이다.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서 로봇과 머신러닝을 연구한 엄태웅 대표가 지난 2019년 설립한 아트랩은 30만 건의 피부 데이터와 10만 건의 피부 상담 데이터를 생성형 AI와 결합한 디지털 스킨케어 솔루션을 개발한다.
엄태웅 아트랩 대표는 “내 몸이 아프면 전문가에게 왜 아픈지 묻는 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드름과 같은 피부 트러블이 났을 때도 그 원인을 궁금해하고 전문가에게 물어보려고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용이나 접근성 문제로 피부과나 피부 관리 전문가 대신 인터넷 등에서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자가 진단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게 전문가의 눈과 지식을 갖춘 AI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디지털 스킨케어 솔루션이다.
AI 어드바이저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게 피부 데이터다. 엄태웅 대표는 “뷰티 시장의 규모에 비해 AI 기술이 잘 활용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데이터 문제”라며 “구글 포토처럼 디지털화된 피부 데이터가 시장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트랩이 가장 먼저 만든 서비스가 스킨로그다. 피부 사진과 스킨케어 루틴을 기록하며 내 피부 상태의 상태와 변화를 스스로 추적하고 진단할 수 있게 돕는 일지 역할을 하는 앱이다. 물론 모든 사진은 ‘데이터 3법’에 따라 이용자들 동의 하에 철저히 익명화한 형태로 서버에 저장된다.
스킨로그를 통해 매일 이용자들이 정면과 좌우 측면 3면을 3년간 기록한 30만 장의 피부 데이터를 확보한 아트랩은 피부과 전문의들과 라벨링을 거치며 대규모 피부 데이터를 구축했다. 단순한 일회성 피부 데이터가 아닌 3년에 걸친 피부 변화를 담은 시계열 데이터라는 점도 차별점이라고 엄 대표는 강조한다.
이렇게 구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놓은 B2B AI 솔루션이 바로 스킨챗이다. 스킨챗은 핸드폰을 통해 고객의 피부를 분석하고 피부 고민을 상담하며 이에 맞는 화장품을 연결해주는 AI 챗봇 상담사다. 자체 개발한 비전 AI와 피부과학, 화장품 데이베이스를 GPT,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과 결합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파이와의 연동해 온라인 화장품 스토어에서 해당 스토어를 찾은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싱가폴, 영국, 인도, 콜롬비아, 미국 등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이 스킨챗의 주요 고객이다.
스킨챗은 K-뷰티에 관심은 많지만 국내 브랜드나 제품군에는 생소한 외국인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실제 스킨챗은 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복합문화공간인 비더비(B the B)에서도 체험 운영되면서 한국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언어 장벽을 넘어 K-뷰티 제품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엄 대표는 “스킨챗이 K-뷰티와 글로벌 고객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이미 주요 화장품 대기업들과 대형 피부과병원 등이 맞춤형화장품 추천, 시술 후 주름 및 탄력 분석 등에 아트랩의 AI솔루션을 활용 중이다.
아트랩이 다음 발걸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건 여드름 관리 솔루션이다. 아트랩은 스킨로그를 서비스하며 7만 장 이상의 여드름 라벨링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는 여드름 피부 관련 AI 데이터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아트랩 측은 설명한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을지병원 등의 전문의들과 함께 유럽 최대의 피부과학저널(JEADV)에 관련 논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를 활용해 아트랩은 ‘스킨로그’를 여드름 관리에 특화한 ‘아크네다이어리’로 고도화해 다시 런칭할 계획이다. 스킨로그가 피부 변화를 기록하며 관리하는 걸 돕는 앱이었다면, 아크네다이어리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여드름 피부를 분석해 최적의 스킨케어 루틴을 추천하고 AI 어드바이저와 함께 피부가 나아지는 결과까지 함께한다.
엄 대표는 “건강보험 데이터에 따르면 성인 여드름 환자는 매년 6.6퍼센트씩 상승하며 꾸준히 늘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는 여드름성 피부까지 포함하면 국내에만 약 400만명, 전 세계적으로는 약 1억명의 사람들이 여드름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 여드름 환자들은 스킨케어 제품과 서비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들”이라며 “스킨로그 또한 이용자 중 80%가 여드름성 피부 이용자였다”고 말했다.
아크네다이어리는 비전AI로 여드름을 유형에 따라 정확히 분류하고, 그에 맞는 관리법과 스킨케어 루틴을 추천할 수 있다. 엄 대표는 “여드름도 염증성, 비염증성, 여드름 흔적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유형에 따라 처치 방법이 달라진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여드름 종류를 구분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심지어 전문가끼리도 소견이 다를 정도로 애매한 영역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트랩의 AI를 활용하면 여러 전문가가 교차 검증한 것과 같은 분석과 추적이 가능하며, 여드름 갯수의 변화까지 추적 가능하다”고 말한다.
아크네다이어리에도 스킨챗과 마찬가지로 AI 어드바이저가 마치 개인 주치의처럼 개인화된 상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피부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식단, 생활 습관 등 여러 데이터를 추적하며 여드름이 발생했을 때 원인이 될만한 변수를 짚어낼 수도 있다. 향후에는 치료가 필요한 피부 질환이 발견되면 피부과와의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하는 그림 또한 그리고 있다.
설립 1년 만인 2020년 화장품 ODM 업체인 코스맥스, 국내 대표 빅테크인 네이버로부터 8억 원 시드투자를 받으며 주목받았던 아트랩은 최근 다시 투자 유치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서울경제진흥원(SBA)이 개최한 ‘2024년 동작+창동+성수 입주기업 성장지원을 위한 연합 데모데이’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며 다시 한번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엄 대표는 “현재 SBA 서울창업허브 동작으로부터 사무 공간을 지원받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홍보 기회나 전시회 참가 지원, 투자자와의 연결 기회, 기업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트랩은 앞으로 스킨챗과 아크네다이어리를 앞세워 본격적인 글로벌 디지털 스킨케어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엄태웅 대표는 “제 2의 K뷰티 전성기를 맞이하는 요즘, 화장품과 뷰티디바이스 못지않게 AI 기술이 글로벌 디지털 스킨케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스킨챗은 K뷰티와 글로벌 소비자의 가교로, 아크네다이어리는 글로벌 여드름 유저의 해결사로 키워 미래 디지털 스킨케어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