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도 정면 돌파 택한 ‘현대차그룹’
[IT동아 김동진 기자] 최근 전기차 캐즘(시장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감소) 현상으로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 신차 출시 계획을 미루거나,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로 우회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 캐즘 정면 돌파를 택한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주목받는다. 이 기업은 고가의 수입 전기차가 대부분인 시장에 보조금 포함 3000만원대 소형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기차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에도 연이어 전기 신차 출시를 예고하며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 'EV3' 이달부터 계약 시작…보조금 포함 3000만원대 가격 경쟁력
기아는 4일부터 전국 지점과 대리점에서 소형 전기 SUV ‘EV3’ 계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EV3는 기아 첫 E-GMP 기반 전기 준중형 SUV ‘EV6’와 대형 전동화 플래그십 SUV ‘EV9’에 이은 자사 세 번째 전용 전기차다.
기아는 전기차 캐즘에도 EV3를 예정대로 출시하며 상품성과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3는 산업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501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며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의 공통된 우려를 해소해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V3는 81.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과 58.3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스탠다드 모델로 나눠 출시된다. EV3 롱레인지 모델은 자체 측정 기준 350kW급 충전기로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31분이 소요된다. EV3에 탑재된 전륜 모터는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283Nm를 발휘한다.
EV3는 1회 충전 시 501km의 주행가능 거리를 보유하고도 보조금을 더하면, 3000만원 초중반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지녔다.
기아가 공개한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전 EV3 가격은 스탠다드 모델의 경우 ▲에어 4208만원 ▲어스 4571만원 ▲GT 라인 4666만원이다.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에어 4650만원 ▲어스 5013만원▲ GT 라인 5108만원이다.
여기에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등재 완료 후 세제혜택이 적용된 EV3의 판매 가격대는 스탠다드 모델의 경우 3995만원부터,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4415만원부터로 형성될 전망이다. 이후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 가격대는 스탠다드 모델은 3000만원 초중반, 롱레인지 모델은 3000만원 중후반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EV3에 자사 EV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기아 AI 어시스턴트도 탑재한다. 기아 AI 어시스턴트는 자연어를 기반으로 ▲여행 ▲차량 이용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지식 검색 등을 지원, 간결하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차량과 운전자의 양방향 소통을 돕는다. 이외에도 ▲차량 주요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가능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빌트인캠 2 ▲디지털키 2 ▲무선 폰 커넥티비티(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최신 커넥티비티 사양도 지원한다.
기아 관계자는 “정부 부처 인증 절차 완료가 예상되는 7월 중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전기차 캐즘에도 가격경쟁력과 함께 생성 AI 등 첨단 기능을 갖춘 EV3의 높은 인기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연내 아이오닉9 출시…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도 출격 대기
현대차는 지난해 대형 전기 SUV ‘EV9’을 출시한 기아에 이어 오는 하반기 자사 첫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 출시를 예고했다. 소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도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아이오닉9과 캐스퍼 일렉트릭이 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이오닉9은 아이오닉5·6에 이어 현대차가 세 번째로 선보이는 아이오닉 브랜드 전기차로, 기아 EV9과 플랫폼 및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대형 전기 SUV다. 아이오닉9은 내연기관 모델인 팰리세이드와 비슷한 차체 크기에 7인승, 3열 시트 구조를 지닌 차량으로 설계됐다. 아이오닉9의 가격은 미정이지만, 동급인 EV9 가격대(7337만원~8397만원)와 비슷하거나 이를 상회할 전망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지상고가 높은 SUV 스타일로, 가벼운 주행뿐만 아니라 캠핑을 선호하는 사회 초년생 수요도 공략 가능한 차량이다. 현대차그룹은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수요를 충족, 도심형 EV의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2000만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다양한 라인업의 신차를 출시해 전기차 캐즘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차량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인재 영입으로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차·기아 R&D본부 산하에 제네시스&성능개발 담당을 신설하고, 만프레드 하러(Manfred Harrer) 부사장을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은 1997년부터 약 25년간 아우디, BMW, 포르쉐 등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에서 샤시 기술 개발부터 전장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총괄까지 두루 경험한 차량 전문가다. 특히 포르쉐 재직 시절(2007~2021) 포르쉐의 주요 차종인 카이엔, 박스터 등 내연기관 차량뿐만 아니라 포르쉐 최초의 전기차인 타이칸 개발을 주도한 이력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을 가속하고 고성능차를 포함해 그룹 차량 전반의 상품성 강화를 위해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사장은 “세계적인 차량 성능 전문가인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 영입으로 제네시스 상품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성능 차량의 성능 향상 및 현대차·기아 차량의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