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블라 “창업의 꿈, 가천대 코코네스쿨에서 이뤄”
[IT동아 차주경 기자] 가천대학교는 AI공학관 6층에 새로운 개념의 창업 대학이자 지원 공간인 ‘코코네스쿨’을 마련했다. 2022년 9월,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과 천양현 코코네 회장이 주도해 만든 이 곳은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학생과 기업과 학교를 한 데 묶는 공간이다.
가천대학교에서 2학년 1학기를 보낸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코코네스쿨에 입학 지원 가능하다. 코코네스쿨은 지원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토론 인터뷰 평가를 거쳐, 매 학기 최대 40명을 선발한다. 이들은 먼저 6개 과목에서 18학점을 받는 창업학기제 수업을 듣는다. 한 학기가 지나고 창업을 단독전공 혹은 융합전공으로 수료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창업학부 과정에 진입 가능하다.
가천대학교는 코코네스쿨 창업 대학 입학생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둔 학생에게는 창업 활동 장학금 100만 원을, 창업학부 과정에 진입한 학생 가운데 우수 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준다. 창업 과목뿐만 아니라 기업의 현직 전문가들로부터 창업 현장 멘토링도 받는다. 창업학부제 창업 팀 가운데 유망한 곳에는 코코네스쿨이 최대 1억 5000만 원 규모의 자금도 지원한다.
이 곳에 들어온 학생들은 창업 아이템 발굴과 검증, 결과 보고 등 창업 활동 전반의 실무 수업을 받고 체험한다. 앱 개발과 네트워킹, 법인 설립 등 스타트업 창업의 거의 모든 절차를 배운다. 코코네스쿨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스타트업을 창업한 대학생 팀도 여럿 있다. 이 가운데 한 팀인 ‘북블라’의 고도현 대표와 이태희 공동창업자를 만나, 코코네스쿨의 시설과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활용 사례를 들었다.
북블라는 책을 매개로 남녀가 자연스레 공감대를 만들도록 돕고, 이들이 연인이 되도록 돕는 매칭 서비스를 만든다. 가천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고도현 대표와 이태희, 김동현 공동창업자는 코코네스쿨의 도움을 받아 북블라를 창업하고 올 4월 법인 설립도 마쳤다.
코코네스쿨 창업학기제 수업 과목의 과정 가운데 하나인 아이디어 검증을 토대로, 이들은 첫 사업 주제인 스마트팜 대신 데이팅 앱을 선택했다. 자금을 더 적게 쓰는 반면, 시장성은 더 크다는 판단 하에서다. 그리고 20대 초반 대학생을 위한 데이팅 앱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시장·소비자 조사와 서비스 분석에 나섰다.
북블라는 주 소비자로 가정한 20대 대학생들을 학교 안에서 만나 설문조사를 하면서, 이들이 데이팅 앱을 잘 쓰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기존 데이팅 앱들은 대부분 외모 위주로 만남을 주선했다. 서비스 방식도 대동소이했고, 회원이 다른 회원을 알아갈 때 쓸 정보도 빈약했다. 이에 북블라는 반대로 회원의 외모를 가장 나중에 공개하도록, 그 전에 ‘책’을 매개로 상대의 정보를 검색하고 알아가도록 서비스를 꾸몄다. 같은 책을 읽고 공감대를 가진 사람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빠르게 친해질 것이라는 가정도 세웠다. 책은 초면인 두 사람이 처음 꺼낼 대화의 주제로도 알맞다.
북블라는 이어 코코네스쿨 창업학기제의 수업 과목, 아이디어 검증과 POC(개념 검증)에 나섰다. 먼저 책을 읽는 사람을 모으는 구조, 이들의 관심사를 구심점으로 한 데 모아 매칭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자신이 만나려는 회원이 정말 그 책을 읽었는지, 혹은 자신과 같은 관점에서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도록 상대 회원에게 책 내용을 다루는 퀴즈를 내는 기능도 개발했다.
북블라는 이렇게 만든 프로토타입 데이팅 앱을 가천대학교 교내에 공개한다. 홍보 포스터 제작과 배포,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홍보도 직접 했다. 첫 지원자 수는 355명. 가천대학교 안에서 짧은 기간 동안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인상 깊은 수치다. 고도현 대표와 북블라 임직원들은 첫 시험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판단 하에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한다.
북블라는 두 번째 프로토타입 데이팅 앱에 흡연과 음주 여부, MBTI 등 회원들이 궁금해할 만한 기준을 도입했다. 회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데이팅 앱을 이용하도록 소액의 이용료도 설정했다. 책의 종류를 늘리고 회원들이 더 손쉽게 데이팅 앱에 접속해 대화를 나누도록 꾸몄다. 다섯 번의 시험과 프로토타입 데이팅 앱 개선을 거쳐, 총 998명의 사용 데이터를 반영한 후 북블라는 6월 중 정식 앱을 공개할 계획을 세웠다.
북블라의 데이팅 앱 완성판은 학교 인증을 마친 후 가입, 이용 가능하다. 책을 매개로 관심을 가진 회원끼리 연결하는 기본 개념은 유지하고, 이들이 손쉽게 이용하며서 같은 취향을 가진 다른 회원들을 만나도록 구조를 고도화했다. 북블라는 서비스를 우선 가천대학교 학생에게 공개 후 점차 다른 대학교로 대상의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고도현 대표와 이태희 공동창업자는 코코네스쿨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한다. 단기간에 아이디어와 개념 검증, 앱 개발과 테스트를 마친 것. 코코네스쿨은 변호사와 변리사, 현직 기업 임원 등 각계각층의 겸임교수진을 초빙해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한다. 덕분에 비즈니스모델 분석과 검증, 법률 검토와 스케일업 전략까지 창업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풍부하게 받는다고 북블라는 밝혔다.
코코네스쿨 학생들은 건물 한 개 층, 700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을 독점 사용한다. 이 곳에는 학생들이 지식을 쌓도록 돕는 도서관, 주에 한 번 이상 열리는 스타트업 생태계 명사들의 강연, 200여 명이 한 공간에 모여 수업을 듣고 창업 활동에 임하는 창업 교실 등이 배치된다. 이 곳에서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전용 사무실과 연구 공간이 주어진다. 스타트업의 기본기를 다진 후 실제 창업을 하면 독립 사무실과 스튜디오, 휴게실과 전용 미팅 룸까지 제공된다.
이들 지원을 업고 성장한 북블라는 6월 앱 출시를 시작으로 스케일업에 나선다. 고도현 대표는 “온라인에서도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 코코네스쿨과 동반 성장하면서 건강한, 누구나 안심하고 쓰는 취향저격 데이팅 앱을 만들겠다. 나아가 소셜 서비스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