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거래량·수익 상승, 원화·코인 마켓 격차 뚜렷’
[IT동아 한만혁 기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23년 하반기 가상자산 사업자(VASP)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가상자산 사업자의 주요 지표가 모두 증가했다. 가상자산 시세 상승과 투자 심리 회복의 영향으로 거래량, 매출, 영업이익 등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단 원화 입출금이 불가능한 코인마켓 거래소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원화마켓 거래소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실태조사는 FIU에 사업 신고를 마친 37곳 중 29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가상자산 거래소 22곳, 지갑 및 보관 기업 7곳이며, 영업 종료 4곳, 자료 미제출 4곳은 제외했다. FIU는 각 VASP가 제출한 지난해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 현황을 분석했다.
거래량, 원화마켓 24% 증가 코인마켓 44% 감소
2023년 하반기 가상자산 일평균 거래 규모는 3조 6000억 원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 일부 거래소의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 덕에 상반기 2조 9000억 원 대비 24% 증가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원화마켓 거래소 경우 상반기 2조 9000억 원 대비 24% 증가한 3조 5800억 원을 기록했다. 단 코인마켓은 41억 원으로 상반기 74억 원 대비 44% 줄었다. 원화마켓은 8월 이후 증가세, 코인마켓은 7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VASP의 총매출은 5800억 원으로 상반기 5747억 원 대비 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상반기 2280억 원보다 18% 늘어난 2693억 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원화마켓은 2968억 원, 코인마켓은 275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VASP는 15개로 집계됐다.
참고로 원화 예치금은 8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12월 말 기준 4조 9000억 원까지 늘었다. 6월 말 원화 예치금과 비교하면 9000억 원 더 많다.
코인마켓 상장 폐지 증가로 전체 거래 종목 감소
원화마켓과 코인마켓 거래소의 격차는 거래 종목에서도 드러난다. 전체 거래 종목은 12월 말 기준 1333개며, 중복 종목을 제외하면 600개다. 각각 6월 말 대비 66개, 22개 줄었다. 원화마켓의 신규 거래 지원(상장) 종목이 늘었지만, 코인마켓의 거래 중단(상장 폐지) 종목이 더 많아지면서 전체 종목 수는 소폭 감소했다.
신규 거래 종목은 169개로, 원화마켓 155개, 코인마켓 14개다. 각각 상반기 대비 70% 증가, 82% 감소했다. 거래 중단 종목은 138개로 원화마켓 43개, 코인마켓 95개다. 원화마켓은 10% 줄었지만, 코인마켓은 42% 늘었다. 코인마켓의 경우 전체 거래 종목이 줄어든 셈이다.
한 곳에서만 거래하는 단독 상장 종목은 332개로, 6월 말 366개 대비 34개 줄었다. 그중 국내 가상자산은 6월 말 대비 50개 감소한 133개다. 단독 상장 종목 중 32%인 107개는 시가총액 1억 원 이하 소규모다. FIU는 이들 종목에 대해 급격한 시세 변동이나 유동성 부족 등 시장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내 VASP가 지원하는 가상자산의 시가 총액은 2023년 12월 말 기준 43조 6000억 원으로 상반기 28조 4000억 원 대비 53% 늘었다. 원화마켓은 43조 1000억 원으로 99%를 차지하며, 코인마켓은 4600억 원으로 1%에 머물러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 원화마켓에 몰려
가상자산 이용자도 원화마켓에 몰리고 있다. VASP 등록 계정은 12월 말 기준 1816만 개로 집계됐다. 6월 말 대비 91%인 867만 개가 늘어난 수치다. 이는 휴면계정이 일반 계정으로 전환됨에 따라 계정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중 원화마켓 계정은 1790만 개며 코인마켓 계정은 26만 개에 불과하다. 원화마켓은 6월 말 대비 882만 개가 늘어난 반면, 코인마켓은 15만 개가 줄었다.
고객확인의무를 완료한 실제 이용자 수는 지난해 6월 말 606만 명에서 12월 말 645만 명으로 6% 늘었다. 원화마켓 이용자는 6월 말 대비 44만 명 증가한 640만 명, 코인마켓 이용자는 4만 8000명 감소한 4만 7000명이다.
이용자를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29.3%로 가장 많고 그 이후 40대(28.9%), 20대 이하(18.2%), 50대(17.7%) 순이다. 전체 이용자의 64.6%가 50만 원 미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0만 원 이상 보유자는 10.3%로 상반기 8% 대비 2.3% 늘었다.
원화·코인 마켓 격차 뚜렷, 가상자산 거래·보관에 주의 필요
FIU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가상자산 산업 시장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업게에서 말하는 ‘크립토 윈터’가 끝나고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원화마켓을 보유한 일부 사업자에 해당하는 말이다. 코인마켓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곳도 15곳에 이른다. 이에 이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VASP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접근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FIU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023년 12월 말까지 영업 종료를 공지한 VASP는 4곳이지만, 그 이후 영업 중단을 알리는 VASP가 늘고 있다”라며 “이용자는 가상자산 거래, 보관 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가상자산 시세 변동성은 61.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