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에픽·MI300X 투트랙으로 AI 산업 주도권 확보 나서
[IT동아 남시현 기자] 시장조사기업 머큐리리서치가 조사한 전 세계 PC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AMD는 2024년 1분기 x86 CPU 시장에서 사상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체 점유율은 8:2지만, 데스크톱 CPU와 서버 CPU에서 점유율 격차를 크게 줄였다. 데스크톱 CPU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까지 80.2%대 19.8%였지만, 올해 1분기에 76.1%대 23.9%로 차이를 줄였다. 서버 CPU도 2024년 1분기 기준 76.4%대 23.6%로 격차가 줄었다. AMD가 에픽 프로세서를 공개할 당시 서버 CPU 점유율이 0.8%였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2024년 5월 기준 AMD 에픽(EPYC) 프로세서는 젠4 아키텍처 기반의 코드명 베르가모(Bergamo) 9004 라인업과 저비용 및 전성비 최적화 제품군인 시에나(Siena) 8004 시리즈가 주축이며, 이전 세대인 젠3 기반의 에픽 7003, 젠2 기반의 7002 제품군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에픽 CPU는 LGA-6096 소켓에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위한 대형 프로세서였고, 가격이나 활용 측면에서 데이터 서버에만 초점을 맞춘 제품군이었다.
AMD, AM5 소켓 기반의 에픽 4004 시리즈 출시
이번에 출시된 에픽 4004 시리즈는 그간 공백이었던 소형 엔터프라이즈 제품군에 대응한다. 에픽 4004 시리즈는 중소, 중견기업을 위한 서버 CPU로, AMD 라이젠 7000 시리즈와 동일한 AM5 소켓을 채용해 인텔 제온 프로세서 E 시리즈와 경쟁한다. 최상위 제품인 AMD 에픽 4564P 프로세서는 16코어 32스레드 구성에 최대 5.7GHz로 동작하며, 연결성은 PCIe 5.0 28레인에 최대 5200MT/s의 DDR5 메모리를 듀얼 채널로 구성한다.
상위 제품인 에픽 4564P는 170W TDP(열 설계전력)을 갖췄고, 3D V-캐시를 적용해 L3 캐시를 두 배 늘린에픽 4584PX는 TDP가 120W다. 아울러 12코어 24스레드 사양의 4484PX 및 4464P, 8코어 16스레드 사양의 4364P, 4344P, 6코어 12스레드 구성의 4244P, 4코어 8스레드의 4124P로 세분화한다. 아랫사양의 제품들은 TDP가 65W 수준이어서 소형 데스크톱 크기로 구성할 수 있다.
AMD 에픽 4004 CPU 기반 서버는 알토스, 애즈락 랙, 기가바이트, 레노버, MSI, 뉴 에그, OVH클라우드, 슈퍼마이크로 및 타이안 등 주요 파트너를 통해 공급되며, 가격도 최소 149달러(20만 2천 원)에서 699달러(95만 2000원 대)로 기존 에픽 프로세서보다는 일반 데스크톱 프로세서에 가깝다.
AMD가 AM5 소켓 기반의 서버 CPU를 공개함에 따라 인텔과의 서버용 CPU 점유율 경쟁은 훨씬 더 격해질 것이다. 기존의 서버 CPU 점유율 경쟁은 근본적으로 데이터 서버의 수요가 큰 축을 차지한다. 여기서 인텔은 제온 E 시리즈로 스몰 비즈니스, 연구소, 개발 환경 등의 소규모 수요까지 차지해 점유율을 다져왔다. 하지만 AMD가 경쟁 제품을 내놨으니 경쟁 구도도 다변화할 전망이다.
AMD, 마이크로소프트에 MI300X 제공하며 추진력 확보
지난해 12월 출시한 AMD 인스팅트 MI300X 가속기도 올해 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5월 21일(현지 시각), 퍼블릭 클라우드 기업으로는 최초로 ND MI300x v5를 정식 서비스로 채택했다. 새로운 가상머신은 8개의 AMD MI300X GPU로 구동되며, 각 기기마다 1.5TB의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초당 5.3TB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소프트웨어는 AMD ROCm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텐서플로, 파이토치 등의 프레임워크는 물론 오닉스, 런타임, 딥스피드, MSCCL 등을 지원한다.
AI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도 현재 MI300X 기반 가상머신을 쓰고 있다. 허깅페이스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자사 모델을 ND MI300X 가상 머신으로 구동했고, 현재 많은 자연어 애플리케이션이 ND MI300X 상에서 구동되고 있다.
줄리엔 사이먼 허깅 페이스 최고 에반젤리스트는 “허깅페이스는 마이크로소프트, AMD와 함께 ROCm 개방형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해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애저의 허깅 페이스 허브에 있는 수십만 개의 AI 모델들이 코드 변경 없이 AMD 인스팅트 GPU로 실행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쉬움 남은 2분기, 이후부터는 새 판 짜기 들어가야
AMD가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는 이유는 대내외적인 상황 때문이다. AMD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약 54억 7000만 달러(약 7조 4600억 원)로 시장 예상치 수준에 그쳤다. MI300 시리즈의 판매가 긍정적이어서 데이터센터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80% 늘었지만, 게임 사업 부문은 전년 대비 48% 감소한 9억 2200만 달러(약 1조 2500억 원)를 기록했다. 시간 외 주가는 약 7%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가 지금은 다시 회복세다.
그런 측면에서 에픽 4004와 MI300 모두 임무가 막중하다. 에픽 4004 시리즈는 AMD의 점유율 방어 측면에서 중요한데, 올해 인텔은 상반기 이후 차세대 공정으로 제조되는 ‘그래나이트 래피즈’와 E코어 기반의 288코어 제품인 ‘시에라 포레스트’ 프로세서를 내놓는다. 반면 5세대 에픽 프로세서인 코드명 ‘튜린’은 올해 하반기는 되어야 출시한다. 그 사이에 점유율 공백을 메우는 건 물론, 인텔 제온 E 시리즈가 독점한 시장도 끌어와야 한다.
MI300 시리즈는 이제 가능성을 증명할 단계다. MI300 시리즈 매출은 올해 1분기에 35억 달러로 예측되었으나, 4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본격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정식 서비스로 진입했으나, 아직 AWS와 구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 성능을 증명해야만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는 오는 6월 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에서 ‘AI 시대 고성능 컴퓨팅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리사 수 박사가 라이젠 9000 시리즈 및 라이젠 AI 100 시리즈 프로세서를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리를 통해 AMD가 에픽 4004과 MI300 시리즈 발표만으로는 부족했던 시장의 갈증을 깔끔하게 해갈해 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