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K-우주산업 ‘성큼’
[IT동아 김영우 기자] 한때 우주 관련 산업은 실용성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했다. 국가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혹은 과학 연구의 목적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고, 멀리 떨어진 별을 탐사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우주 산업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 우리의 삶과 함께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구글 지도’, ‘네이버 지도’, ‘카카오 맵’ 등의 지도 서비스에서 위성사진 기반 지도 서비스를 손쉽게 쓸 수 있으며,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위치기반 서비스는 위성항법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술을 통해 구동되고 있다. 흔히 쓰는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이미 우주 관련 산업의 수혜를 입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기업들이 우주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한층 빨라졌다. 일론 머스크 회장이 2002년에 세운 민간 우주탐사기업인 ‘스페이스엑스’는 이미 수십차례 로켓을 발사했고, 그 과정에서 로켓 재활용 기술, 스타링크 위성 통신 서비스를 비롯한 관련 솔루션 역시 실용화했다.
그리고 아마존 창업자이기도 한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에 설립한 ‘블루 오리진’ 역시 다수의 발사체를 개발하고 우주 관광 사업, 달 착륙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는 등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 전체의 움직임과 더불어 적잖은 수의 민간 위성이 발사되어 궤도에 오르는 등, 우주 관련 서비스의 저변을 넓이기 위한 인프라 역시 충실해졌다.
한편, ‘K-우주산업’의 도약을 꿈꾸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한화시스템은 영국의 위성통신 기업 ‘원웹’과 손잡고 한국판 스타링크를 지향하는 상용 저궤도위성기반 통신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시스템은 2021년부터 3억 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했으며 작년 7월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치는 등, 의욕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에서 2032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달 착륙선 발사 계획과 관련, 이를 위한 차세대 발사체 제작사업의 협상 대상자로 지난 3월 선정됐으며 이달 9일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에서 2032년까지 총 2조 132억원을 투입할 달 착륙선 발사 프로젝트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가장 핵심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사업을 통해 발사체 제작 역량을 갈고 닦아 향후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중소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대기업들이 위성 개발, 발사체 제작 등을 비롯한 대규모 우주 산업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가운데, 소규모 기업들은 이러한 우주 관련 인프라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결합한 응용∙융합 서비스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공위성 빅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선보인 ‘스텔라비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공위성을 이용, 다양한 지역 및 시설을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모니터링 가능하며,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이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직접 방문이나 드론 등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오지나 해외 지역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기존 광학 영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SAR(Synthetic Aperture Radar) 관련 전문 기술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SAR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이용하며, 구름 등의 장애물이 있는 환경이나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정밀하고 선명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스텔라비전의 이승철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우주 산업은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미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를 바꿀 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며 “우리가 선보인 솔루션 역시 간단히 말하자면 ‘인공위성 기반의 글로벌급 CCTV’와 같은 것이며, 현지시장조사, 자연재해 피해분석, 기반시설 모니터링,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