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간 흘렀어도 64코어는 여전히 강력하다’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7980X
[IT동아 강형석 기자] 게임과 영상 콘텐츠 등을 즐기고 적당한 부하의 작업을 실행한다면 흔히 구매 가능한 데스크톱 중앙처리장치(프로세서)를 구매하면 된다. 실제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제품만 보더라도 6~8 코어를 갖춘 중급 제품이다. 여기에서 비용을 더 들여 확실한 성능을 손에 넣을 목적으로 12~16 코어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AMD는 코어와 플랫폼 구성을 놓고 보면 제법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앞서 언급한 6~8 코어 기반의 라이젠 5ㆍ7을 시작으로 12~16 코어를 앞세워 뛰어난 처리 성능을 갖춘 라이젠 9가 대표적이다. 플랫폼 또한 DDR4 메모리를 쓰는 AM4와 DDR5 메모리와 최신 입출력 규격을 제공하는 AM5까지 있어 그야말로 선택지가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최대 16 코어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지 그 위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화질 영상과 3D 데이터를 정제하는 전문가 환경은 그 이상의 시스템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화질 콘텐츠 영역 외에 인공지능, 데이터 과학, 빅데이터 등 처리해야 될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그에 맞는 제품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라이젠 스레드리퍼(Ryzen Threadripper)는 이 분야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AMD가 라이젠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코어 수를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는 스레드리퍼가 있다. 처음 공개되던 시점에는 대형 중앙처리장치 플랫폼에서는 16 코어를 적용해 주목받았고, 차세대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32, 64 코어를 구성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가장 최근 선보인 라이젠 스레드리퍼는 제품에 따라 최대 64~96 코어를 제공한다.
16 코어부터 64 코어까지, 라이젠 스레드리퍼의 발자취
이 엄청난 프로세서는 지난 2017년 대만 컴퓨텍스(Computex)에서 처음 공개됐다. 출시는 그해 8월부터 이뤄졌는데 8 코어를 탑재한 1900X를 시작으로 최대 16 코어를 갖춘 1950X까지 출시됐다. 1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에 적용된 젠(Zen) 설계를 바탕으로 당시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했다. X399 플랫폼도 매력적이었다. 최대 64 레인에 달하는 PCI-익스프레스(Express) 3.0 규격으로 다수의 그래픽카드와 저장장치를 여유롭게 다뤘다. 당시 출시 가격이 100만 원 이상 했음에도 다중코어의 강력한 성능을 앞세워 전문가 및 고성능 시스템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차세대 제품은 다음 해인 2018년에 출시됐다. 젠 설계에서 아쉬운 부분을 보강한 젠+ 설계가 적용됐다. 12나노미터(nm) 미세공정이 특징이며 코어 구성도 최대 32개로 두 배 증가했다. 당시 AMD는 2세대 라이젠 스레드리퍼 플랫폼을 바탕으로 데스크톱 단에서 머신러닝은 물론이고 하이브리드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 8K 비디오 재생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부터 AMD는 코어 수로 인텔과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이어 CES 2020에서는 3세대 라이젠 스레드리퍼를 공개했다. 데스크톱 단일 중앙처리장치로는 처음 64 코어를 탑재하며 주목받았다. 1개의 물리 코어에 논리 코어를 더한 동시 다중작업 기술(SMT - Simultaneous Multithreading)까지 적용할 경우 최대 128 스레드(명령어 처리 코어 수) 처리가 가능했다. 출시 가격은 라이젠 스레드리퍼 3990X 기준 3990 달러(원화 환산 약 537만 원)이었다. 그러나 3세대에 들어 메인보드 플랫폼이 변경됐다. 소켓 규격이 TR4에서 sTRX4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4세대는 젠3 설계를 바탕으로 성능을 높였다. 다만 코어 수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게 되었다. 또한 프로라는 이름과 함께 전문가 시장을 겨냥, 일반 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제품이 되었다. TSMC 7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해 데스크톱용 라이젠 5000 제품군의 특성을 이어받았다.
5세대는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됐다. 코어 구성은 최대 64개로 이전 세대 틀을 유지한다. 다만 스레드리퍼 프로 제품군은 최대 96 코어와 192 스레드를 제공한다. 젠4 설계를 기초로 성능을 한껏 끌어올렸음은 물론이고 새로운 TRX50 플랫폼을 통해 PCI-E 5.0, 8채널 메모리 등 확장성까지 두루 갖췄다.
최고의 성능, 고부하 작업에서 빛나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7980X 프로세서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볼 차례다. 이를 위해 에이수스 프로(Pro) WS TRX50-세이지(SAGE) 와이파이(WIFI) 메인보드와 지스킬(G.SKILL) 제타(Zeta) R5 네오(Neo) DDR5-6400 ECC(F5-6400R3239G32GQ4-ZR5NK) 32GB 모듈 4개로 시스템을 꾸몄다.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RX 7900 XTX를 사용했다.
시네벤치 2024 판으로 중앙처리장치의 실력을 확인해 봤다. 처음 단일 코어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109점을 기록하면서 라이젠 7950X 프로세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멀티코어 항목을 실행하니 64 코어/128 스레드의 힘이 느껴진다. 총점수 5380을 기록했는데, 이는 그 어떤 중앙처리장치도 따라올 수 없는 점수다.
렌더링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코로나 10을 구동했다. 1분 정도 테스트를 진행하니 3229만 6312점을 기록했다. 이는 일반적인 중앙처리장치가 도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압도적인 수의 코어가 효율성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강력한 프로세서의 성능과 함께 그래픽카드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뛰어난 효율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약 2분 가량의 풀HD(1920 x 1080) 해상도 영상을 4K(3840 x 2160) 해상도로 업스케일링 할 때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 봤다. 소프트웨어는 핸드브레이크를 썼다. 일반적인 프로세서라면 약 4~5분 가량 소요되는 과정인데 라이젠 스레드리퍼 7980X는 약 2분 40초 정도면 마무리된다. 상황에 따라 영상 변환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르겠지만, 일반 16~32코어 중앙처리장치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인공지능 처리에 대한 실력을 파악했다. UL 프로키온 인공지능 추론 벤치마크 내 반정밀도(FP16) 설정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준다. 참고로 해당 수치는 모두 모바일용 지포스 RTX 4090의 FP16 테스트 값보다 더 좋았다. 동급 데스크톱 그래픽카드와 비교하면 결과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지포스 RTX 4080 수준의 연산 능력을 갖췄다고 보면 되겠다.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전문가에 의한, 전문가를 위한’ 최고의 제품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7980X 프로세서. 64 코어/128 스레드의 강력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중앙처리장치로 고부하 연산을 많이 하는 직종 종사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성능을 자랑한다. 다만 700만 원대 가격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16 코어/32 스레드 기반인 라이젠 9 7950X 프로세서 가격이 70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코어 4배 차이로 10배의 비용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메인보드와 메모리 등을 구축하게 되니 비용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비용의 차이만 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다. 1분 1초 더 빨리 작업을 완료함으로써 얻는 유무형의 가치는 라이젠 스레드리퍼 7980X의 존재감을 더 부각한다. 하나의 작업을 16코어 시스템 4대가 동시에 수행할 수 없으니 말이다. 출시된 지 6개월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전문가에 의한, 전문가를 위한 최고의 중앙처리장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