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에스와이에스 “플라즈마로 농축산 폐수 정화합니다”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한만혁 기자] 플라즈마(플라스마)는 강한 전기장이나 열로 인해 입자가 분리된 이온화 기체를 말한다. 이것이 단백질로 구성된 바이러스, 세균 등 유해물질을 만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파괴한다. 덕분에 플라즈마는 강력한 살균 및 정화 효과를 지닌다.
에스와이에스는 플라즈마 기반 정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김성용 대표는 대기업에서 디스플레이, 태양광 패널 세정 공정 작업을 하면서 플라즈마에 흥미를 느끼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에스와이에스를 창업했다. 창업 이후 식자재 보관 설비, 공기 및 물 정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농축산 폐수 정화 시스템에 주력하고 있다.
플라즈마 살균 및 정화 시스템 보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김성용 대표를 만나 플라즈마와 에스와이에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플라즈마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자 창업
IT동아: 안녕하세요, 김성용 대표님. 우선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성용 대표: 안녕하세요, 에스와이에스 김성용입니다. 저는 창업 전 디스플레이, 태양광 패널 관련 대기업에서 세정 공정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디스플레이나 태양광 패널은 전기 회로를 넣기 전 플라즈마를 이용해 가장 깨끗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그것을 세정 공정이라고 해요.
사실 저는 세정 공정 업무 전에는 플라즈마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플라즈마에 대해 알아갈수록 흥미가 생겼어요. 그러다가 한 가지 사건(?)을 계기로 플라즈마 관련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습니다.
독일에서 주재원 생활을 할 때였어요. 한 번은 저희 팀원 전체가 상한 음식을 먹고 장염에 걸려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심각하게 대응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독일에서는 음식이 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일상에서도 플라즈마 기반 살균 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그 일을 계기로 플라즈마를 세정 공정 외에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 좀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내 창업 콘테스트에 지원했고 거기에 선정되면서 창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2018년에 플라즈마 기반 살균 및 정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에스와이에스를 창업했죠.
IT동아: 플라즈마가 강한 살균력을 갖는다고 하셨는데요. 플라즈마란 무엇인가요?
김성용 대표: 플라즈마는 이온화된 기체를 말합니다. 공기의 경우 전기적인 성분을 가하면 이산화탄소가 깨지면서 플라즈마가 되는데, 이때 오존, 산소, 라디칼(하나의 전자를 지닌 원자 또는 분자)이 발생합니다. 이 3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살균 효과를 냅니다. 오존은 단백질로 되어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안전하고 빠르게 분해하고, 산소와 라디칼은 그것을 빠르게 이동시키죠.
오존이 나온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어요. 물론 오존이 일정 수치 이상이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기기가 아닌 일반 가정용 제품에서 발생하는 오존은 미세량입니다. 칫솔이나 컵, 젖병 소독기도 마찬가지고요. 인체에 전혀 해가 되지 않아요. 만약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냉장고에 플라즈마 기능이 있다면 살균 효과를 위해 반드시 활성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체 기술력으로 구축한 농축산 폐수 정화 시스템
IT동아: 현재 에스와이에스를 이끌고 있는데요. 어떤 회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성용 대표: 저희는 플라즈마의 강한 살균력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식자재 보관 설비, 공기 정화 시스템 등을 만들었습니다. 식자재 보관 설비의 경우 현재 농협과 협업해 식자재 보관 센터, 대형 물류 센터 등에 도입했어요. 공기 정화 시스템은 기차 및 지하철 역사에서 운영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농축산 및 산업용 폐수 정화 시스템을 개발했고, 지금은 해당 분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공기 정화 시스템 이름은 ‘라퓨에어’, 물 정화 시스템은 ‘라퓨수’입니다. ‘라퓨(La Pur)’는 프랑스어로 신선하다, 깨끗하다는 의미에요.
IT동아: 농축산 폐수 정화 시스템에 주력하신다고 했는데요. 에스와이에스 시스템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김성용 대표: 농축산 폐수 정화 시스템의 경우 기존에는 산소 발생기, 오존 발생기, 보관 탱크 등 각각 설비를 갖춰야 했습니다. 저희 시스템은 플라즈마 발생기와 보관 탱크로 구성됩니다. 플라즈마 발생기를 통해 산소와 오존을 동시에 생성하는 것이죠. 덕분에 설비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요.
보관 탱크 ‘키퍼’도 직접 개발했습니다. 키퍼는 플라즈마 발생기에서 나온 오존을 오랜 기간 안전하게 보관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존의 경우 보통 4~5시간이 지나면 40~50% 이상 손실되거든요. 키퍼는 외부로 배출되는 오존을 최소화해 90% 이상의 오존을 5~6일 정도 유지합니다. 지난해 개발을 마치고 농축산 농가에 적용한 상태이고, 해당 기술은 특허 출원 중입니다.
필터도 새로 개발했습니다. 농축산 폐수의 경우 정화된 물이라도 완전히 맑아지지 않아요. 그래서 혼탁한 정도(탁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필터를 적용했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있는 필터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농업 폐수에는 잔류 농약이 있어 필터를 녹이고, 축산 폐수는 부유물이 많아 쉽게 막혔어요. 그래서 저희가 탄소 섬유를 이용해 직접 만들었습니다. 시제품으로 5곳에서 테스트했는데, 맑은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필터를 이용한 자동 세척 시스템도 개발했어요. 필터가 걸러낸 부유물을 쉽게 뺄 수 있게 만든 것이죠. 현재 마무리 단계로, 오는 6월 농축산 농가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정화 시스템 도입으로 농가 생산성도 향상
IT동아: 현재 에스와이에스 정화 시스템을 도입한 농가가 있나요?
김성용 대표: 지난해 7월부터 농축산 농가, 식품 가공 공장,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산업 현장에 적용했습니다. 축산 폐수 정화 시스템은 충청남도, 전라북도 축산농가 15곳, 농업 및 식품 가공 폐수 정화 시스템은 충청남도, 강원도 등 3곳에 도입했습니다.
IT동아: 정화 시스템을 도입한 농가의 반응은 어떤가요?
김성용 대표: 저희가 한 달에 한 번씩 농가를 방문해 설문조사를 하는데, 대부분의 농가가 만족하고 있습니다. 축산농가의 경우 공급하는 물도 정화하는데, 가축이 깨끗한 물을 먹으니 분비물 악취가 줄었습니다.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죠. 덕분에 활동량도 늘었고 생산성도 향상됐습니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정화 시스템 도입으로 소득 개선 효과까지 얻은 셈입니다.
농가의 경우 처음에는 설비 규모나 비용 면에서 부담스러워했습니다. 농업용 폐수는 농약이 섞여 있어 보기에는 깨끗하지만 성분을 검사하면 유해 물질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걸러내기 위해 추가 설비가 필요하죠. 대신 저희가 한 달에 한 번씩 전문 기관에 수질 검사를 의뢰해 그 결과를 농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합니다. 실제 도입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니 결국에는 만족하더라고요. 지방자치단체도 민원이나 업무 공수가 줄어드니 긍정적인 반응이고요.
저희 시스템을 도입한 농가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IT동아: 현재 한국농업기술진흥원(KOAT)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지원이 있었나요?
김성용 대표: 사업을 전개하면서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는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 프로그램 덕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화 자금을 통해 플라즈마 발생기와 오존 보관 탱크 키퍼, 필터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관련 업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지원해 도입 사례를 빠르게 늘릴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특허 등록 및 기술 상담, 교육 등 많은 부분에서 도움받았습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덕에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IT동아: 마지막으로 에스와이에스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성용 대표: 우선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설비를 대형화하고자 합니다. 향후 5년 이내에 시 처리장 규모의 농축산 폐수 정화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과 역량을 키울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자원 순환 관련 사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축산 폐수의 경우 부유물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을 양질의 퇴비나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플라즈마 살균력을 보다 많은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가정용 제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식자재 보관 설비, 공기 및 물 정화 시스템을 소형화하는 것이죠. 우선 식자재 보관함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식자재 중에는 실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보관 기간이 길어야 2주거든요. 저희가 개발한 식자재 보관 설비를 이용하면 딸기는 최대 2달, 양파는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개발, 설계는 끝났고 시제품 제작 전 단계입니다. 정식 론칭은 시장 조사 후 적절한 시기에 진행하려고 합니다.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실 축산 폐수 정화 시스템은 협업 기업을 통해 이미 대만과 태국 농가에 도입했어요. 그것을 계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의 수요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태국, 인도네시아의 관련 기업과 미팅하면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를 통해 해외 시장에 안전하고 강력한 정화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