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싱싱한 '사운드' 계란이 왔어요~"

이문규 munch@itdonga.com

올라소닉 도킹 스피커 TW-D7IP

대형 디지털 TV와 홈씨어터 시스템이 대중화돼도, 주문형 비디오서비스(VOD)가 집집마다 제공돼도 우리는 닭장 같은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한다. 최신 영화를 관람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대형 스크린과 풍부한 사운드를 만끽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외부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우리의 눈과 귀를 위해 좋은 화질과 음질을 선호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권리다.

특히 웅장하면서 섬세한 사운드는 영화는 물론 음악 감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음향기기 애호가들이 수백, 수천 만원을 들여 이른 바 ‘명기(名器)’를 장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야 언감생심, 꿈에서나 가능하겠지만 양질의 사운드를 통한 작은 행복 정도는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올라소닉 도킹 스피커’를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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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알처럼 생긴 아이폰/아이팟 도킹 스피커

실제로 타조알을 본 적 있는지 모르겠지만, 올라소닉 도킹 스피커 TW-D7IP(이하 D7IP)는 모양과 크기 면에서 타조알과 거의 비슷하다. PC용 소형 스피커가 대개 사각기둥 형태의 박스 디자인임에 비해 D7IP는 어찌 보면 밥알 같기도, 계란 같기도 한 스피커로서는 독특한 외형을 갖췄다. 두 개의 스피커 유닛과 애플 아이폰/아이팟 도킹용 거치대로 구성돼 있으며, PC와는 USB 케이블로 연결해 사운드를 출력한다. 즉 USB로 전원을 충당하기 때문에 사운드를 듣는 대는 전원 케이블이 필요 없다. 다만 아이폰/아이팟을 충전하려면 전원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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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스피커 유닛 쪽을 훑어 보면, 전면과 후면에 사운드 출력부(드라이버 유닛)가 각각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이 만한 소형 스피커는 전면만 뚫려 있는데 D7IP는 전후면이 다 뚫려 있다. 하나보다는 둘이 나을 테니 뭔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프리미엄급 스피커답게 사운드 출력 시 진동으로 인한 잡음을 방지하고 사운드 청취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도록 실리콘 받침대(인슐레이터, acoustic insulator)를 제공한다. 그 옛날 누군가는 계란을 세우기 위해 끄트머리를 깨야 했다면, D7IP는 이 받침대를 통해 원하는 각도로 안정적으로 세워(얹어)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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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스피커 유닛의 케이블은 도킹 거치대에 연결되고, 도킹 거치대에서 나온 USB 케이블이 PC에 연결되는 방식이다. 데스크탑, 노트북은 USB 케이블로, 아이폰/아이팟은 도킹 거치대로 사운드가 출력된다. 다만 아이패드는 도킹 거치대에 꽂을 수 없으니 스테레오 케이블로 도킹 거치대 좌측부(AUDIO IN)에 연결하거나, 별도의 애플용 USB 젠더를 구매해 연결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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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킹 거치대에는 아이폰/아이팟 거치용 단자와 그 아래로 전원 버튼, 기능 선택 버튼, 볼륨 조절 버튼 등이 달려 있다. 좌측 면에는 외부 오디오 단자(AUDIO IN)와 이어폰 단자(PHONES)가, 뒷 면에는 스피커 유닛 연결 단자, USB 포트, 전원 포트 등이 있다. PC용 스피커 한두 번 연결해 본 사용자라면 설명서 없이도 능히 연결하리라 본다. 앞서 언급했듯 스피커만 사용하는 경우 전원 케이블은 필요 없고 USB 케이블만 PC 등에 연결하면 된다. 여담이지만 스피커 유닛의 매력적인 라인과 달리, 도킹 거치대는 마치 80년 대 구형 라디오를 연상케 하는 복고풍 디자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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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IP에는 깜찍한 리모컨도 들어 있다. 마치 자동차 원격시동키 같이 생긴 리모컨으로 볼륨 조절, 음소거(mute), 베이스 부스트(Bass Boost, 베이스 음 증폭) 설정, 기능 선택, 전원 켜기/끄기 등이 가능하다. 아이폰이나 아이팟을 도킹한 경우 재생 순서도 제어할 수 있다(단 아쉽게도 데이터 동기화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확인한 바로는 아이폰/아이팟 기본 음악재생 앱은 물론 멜론, 리슨미 등의 스트리밍 재생 앱도 리모컨에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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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제작 품질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딱히 나무랄 데가 없지만(그도 그럴 것이 가격이 얼만데), PC에 연결하는 USB 케이블이 다소 짧은 듯하다(약 90cm). 스피커를 바로 옆에 두는 노트북이라면 괜찮지만, 데스크탑의 경우 본체가 책상 아래 있다면 USB 포트의 위치에 따라 짧을 수도 있겠다.

참고로 D7IP를 PC에 연결하면 ‘USB Audio DAC’이라는 재생 장치가 새로 생기니, 이를 ‘기본 장치’로 설정해야 D7IP를 통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MS윈도 7 기준). 아이폰/아이팟 뿐 아니라 맥북에서도 잘 작동한다(Mac OS9/OSX10.1 이상). [설정]의 ‘사운드’ 항목에서 출력 대상을 역시 ‘USB Audio DAC’으로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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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은 생각 이상. 괜히 비싼 게 아니네

애들 장난감처럼 생긴 소형 스피커라 솔직히 음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25만원 대라는 가격이 있으니 뭔가 ‘한 방’은 있으리라 예상했다. 물론 그 예상은 한치도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 이상의 훌륭한 사운드에 제품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됐다.

가장 먼저, 크기에 비해 풍부한 사운드를 뿜어내는 출력이 인상적이다. 낯선 브랜드라 반신반의했던 우려를 대번에 일소할 수준이다. 비범한 사운드에 놀라 브랜드 정보를 캐보니 올라소닉(Olasonic)을 만든 일본의 요시노리 야마모토 사장이 소니(Sony)에서 오디오 부문을 총괄하며 지난 2000년부터 오디오와 관련된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인물임을 알게 됐다. 그럼 그렇지…

일반적으로 이 만한 USB 소형 스피커는 출력이 10W를 넘지 않는데 D7IP는 최대 20W의 음량을 토해 낼 수 있다. 더구나 전원 케이블 없이 USB 포트만으로 이렇게 풍부하고 섬세한 소리를 출력한다는 건 분명 D7IP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전원 케이블이 없다는 건 그만큼 이동 활용도가 높음을 뜻한다. 물론 음질이라는 게 듣는 이의 느낌과 주관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지만, D7IP는 어느 누가 들어도 인정할 수준은 된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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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화 감상 시 사운드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블루레이급 영화라면 사운드로 인한 임팩트는 더욱 커진다. 음질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본 리뷰어가 체감하기에, 전쟁영화의 웅장한 포격음/폭발음 사이로 빗발치는 총격음이 명확히 구분되거나 살을 벨 듯한 도검류의 날카로움도 ‘칼’ 같이 뿌려 주는 듯했다. ‘영화 감상의 7할은 사운드’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제품이다.

호기심에 스피커 유닛의 뒷 부분을 손바닥으로 막고 들어 보니 확실히 뭔가 부자연스러울 만큼 멍하고 탁한 느낌이다. 일반 스피커처럼 앞 부분만 빼고 3면이 막힌 스피커가 얼마나 ‘꽉 막힌’ 사운드를 들려 주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물론 그런 스피커는 ‘탁 트일’ 만큼 저렴하지만). 또한 일부 좌우 통합형 스피커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공간감(채널 분리)과 해상력(효과음 구분)도 인정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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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베이스 부스트’ 기능은 그다지 큰 효과가 있진 않은 듯하다. 베이스 중저음이 약간 더 강화되긴 하지만 그로 인한 감흥은 얼마 되지 않는다(당연히 본 리뷰어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D7IP는 소형 스피커치고는 이미 다 제품을 압도할 월등한 베이스 출력 성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를 D7IP의 특징이라 하기에는 못내 섭섭하다.

아이폰이 아닌 ‘사용자의 귀’를 위한 액세서리

올라소닉 D7IP 스피커는 애플 아이폰/아이팟용 도킹 스피커다. 어차피 같은 연결 단자를 사용하는 거라면 아이패드도 거치할 수 있도록 거치대를 만들었으면 활용도가 더욱 높았을 것이다. 안드로이드폰이나 태블릿PC도 스테레오 사운드 케이블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이 스피커를 구매한다는 건 아무래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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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이폰/아이팟용 도킹 스피커는 D7IP 말고도 여러 제조사를 통해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기능이나 가격 면에서 대부분 비슷비슷하다(D7IP는 2012년 8월 현재 25만원 대다). 올라소닉 D7IP가 그 중에서 유별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스피커 본연의 역할인 ‘사운드’다. 그렇다고 AV전문 스피커 수준은 못 되지만, 타조알 크기의 스피커에서 공룡알 만한 음량을 낸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팟이 단순한 전화기나 게임기가 아닌 이상 (또는 화면 크기가 4인치 이하에 머무는 이상) 음악 재생기로서 사운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러니 이제는 기기가 아닌 사용자 자신(과 귀)을(를) 위한 액세서리를 마련하는 건 어떨까.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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