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CIT “ASE 증착 기술, 다양한 활용도에 국내외 산업계 주목”
[IT동아 한만혁 기자] 소재 기술 스타트업 CIT(Copper Innovation Technologies)는 절연체에 구리를 얇게 입히는 ASE(Atomic Sputtering Epitaxy) 증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고주파 신호 전송 시 기존 소재보다 신호 손실과 노이즈가 적고 효율이 좋은 장비를 제작할 수 있다. CIT는 자사 ASE 증착 기술이 5G 28GHz 이상 고주파 통신이 필요한 산업 분야를 비롯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료 및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국내외 관련 기업이 CIT에 관심을 보인다. CIT는 최근 하버드 메디컬스쿨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공동연구를 위한 MOU를 체결했고, 유럽 의료 및 헬스케어 기업,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 등과 실증 및 협업을 논의 중이다. 국내외 투자사의 투자 의사도 이어지고 있다.
ASE 증착 기술 이용해 PTFE 기반 FCCL 개발
CIT가 ASE 증착 기술을 처음 적용한 것은 연성동박적층필름(FCCL)이다. FCCL은 회로 역할을 하는 구리를 절연체에 붙인 필름으로,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FPCB는 유연한 절연체에 구리를 붙인 얇은 회로기판으로, 경량화 및 소형화가 가능해 스마트폰,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 등에 주로 사용한다.
FCCL은 절연체 소재에 따라 신호 손실, 전송 속도, 발열 정도가 달라진다. 산업계에 주로 사용되는 절연체는 폴리이미드(PI)다. 3G, 4G 이동통신 환경에서는 충분한 속도와 효율을 보장한다. 하지만 5G 이상 고주파 통신에는 적합하지 않다. 신호 손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는 탓이다. 이에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이다. PTFE는 고주파를 전송해도 신호 손실이 적고 빠른 속도를 보장한다. 단 소재 특성상 구리를 접합하기가 쉽지 않다.
CIT는 분자 접합 기술의 일종인 ASE 증착 기술을 이용해 PTFE와 구리를 균일하게 접합하는데 성공했다. 접착제를 이용하지 않고 단결정 구조로 만들어 표면이 균일한 것 또한 특징이다. CIT는 해당 기술을 이용해 기존 네트워크 장비 표준에 맞춘 120X120mm 크기 FCCL 시제품을 제작했다. 두께는 5~10nm 수준으로 열을 가해도 절연체와 구리가 분리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정승 CIT 대표는 “현재 상용화된 FCCL 중 가장 효율이 좋은 제품보다 높은 성능을 낸다”라며 “자체 테스트 결과 기존 PI 기반 FCCL보다 신호 손실률은 약 10% 낮고, 신호감도 및 효율은 각각 10%, 30% 높다”고 밝혔다. 또한 “전기 신호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출력을 높일 필요가 없고 노이즈가 적어 전반적인 전력 효율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CIT는 ASE 증착 기술에 대한 특허를 한국, 중국, 미국에 출원한 상태다. 유럽 특허 출원도 진행 중이다.
CIT는 올해 통신장비 업계가 요구하는 500X500mm 크기 시제품을 생산했다. 현재 품질 점검 및 수율 개선 중이며, 올해 안에 부산 연구소에 양산 설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또한 ASE 증착 기술을 이용한 스트레처블 FCCL(stretchable FCCL)도 선보였다. 스트레처블 FCCL은 늘리거나 비트는 등 외형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FCCL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다.
IT산업·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기대
CIT는 ASE 증착 기술이 고주파 전기 신호를 이용하는 이동통신,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팩토리는 물론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료 및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승 CIT 대표는 대표적인 활용 분야로 5G 이상의 고주파 통신 장비, 투명 디스플레이, 반도체 패키지용 유리 기판, 의료 기기, 저노이즈 케이블을 꼽는다.
5G 이상 통신 장비의 경우 보다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장점이 있지만 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다. CIT의 ASE 증착 기술을 적용한 PTFE 기반 FCCL을 이용하면 100GHz의 고주파 통신이 가능한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5G 고주파 통신망 구축도 문제없다는 것이 CIT의 설명이다.
투명 디스플레이 제작에도 효과적이다. ASE 증착 기술을 적용하면 투명 디스플레이 내부에 머리카락보다 2만 배 얇은 5nm 두께의 눈에 보이지 않는 회로 기판을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CIT는 지난 4월 17일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24에 참가해 자사 기술을 적용한 투명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선보이고, 테스터기를 연결해 전기 신호가 흐르는 것을 시연했다.
CIT의 ASE 증착 기술은 PTFE 외 유리(사파이어 글라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용 유리 기판 제작도 수월해진다. 반도체 업계는 급증하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으로 유리 소재를 지목하고 있다. 유리 기판은 미세한 회로 구현이 가능하고 전기 신호 손실과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CIT는 ASE 증착 기술을 이용하면 구리와 유리의 균일한 증착을 통해 미세 회로 설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료 및 바이오 분야도 대표적인 활용 분야로 꼽힌다. CIT의 ASE 증착 기술을 이용한 부품은 노이즈가 적기 때문에 신호 증폭 시에도 노이즈로 인한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인체 내 미세한 뇌파 및 생체 신호를 감지하고 전달하는데 유리하다. 이에 생체신호 측정 기기의 전극, 패치에 적용하면 기존 제품 대비 신호 손실률을 줄이고 측정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CIT 기술의 저노이즈 특성은 첨단 공정에 필요한 저노이즈 케이블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기술력·활용도에 국내외 기업과의 협업 제안 이어져
CIT는 기술력과 다양한 활용도 덕에 국내외 관련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하버드 메디컬스쿨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생체인식 및 의료분야 소재 관련 공동 연구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생체신호 및 영상진단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저노이즈 기술 활용 연구 ▲생체인식 및 의료기구 소재 공동연구 ▲바이오헬스 신규 연구 사업 기획 ▲기술 및 전문 인력 교류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기기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유럽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기업,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과 미팅하며 실증 테스트,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투자자의 관심도 적지 않다. CIT는 지난해 9월 11억 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는데, 그 이후에도 미국 실리콘밸리, 스페인 등 국내외 투자자의 추가 투자 의사가 이어지고 있다.
정승 CIT 대표는 “국내외 여러 기업에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여러 글로벌 기업과 구체적인 협업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를 기반으로 레퍼런스를 만들고 분야 확장과 회사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첨단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해외 기술 및 소재에 의존하던 국내 첨단 산업을 국내 기술로 대체하는데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