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시대] 사용자 중심으로 진화하는 모빌리티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엔진과 소재, 부품뿐만 아니라 동력을 보충하는 방식까지 기존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상과 의문점이 생겨납니다. 이에 IT동아는 전기차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살펴보는 ‘EV(Electric Vehicle) 시대’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전동화·모듈화와 공유 서비스에 이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단연코 사용자 중심 모빌리티일 것입니다.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목적지로의 신속한 이동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최근 변화상이 감지됩니다. 이동의 가치와 경험을 중요시하는 미래 모빌리티에서는 인포테인먼트로 불리는 다양한 콘텐츠와 전동화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확보한 차별화된 공간 경험이 부각됩니다.
한때 비행기와 같이 복잡하게 운전 공간을 구성하는 것을 첨단이자, 미래지향적인 상품으로 홍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둥그런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가 위치한 전면부의 계기반, 공조 장치를 비롯한 다양한 스위치류에 둘러싸인 운전 공간이 그 예입니다.
이에 비해 최근 도로에서 마주하는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실내는 극도로 단순해 커다란 스크린 하나 혹은 두 개가 센터패시아에 자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계기반이 있던 자리와 라디오 및 공조 장치 버튼이 빼곡히 위치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향후 10년~20년 후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에는 더 단순한 구조의 실내, 흡사 주거 공간을 바퀴 달린 박스 안에 넣어놓은 듯한 차량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극명한 변화는 차량 안에 머물고 공간을 향유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식의 차량 개발을 이끌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바닥에 위치하고 인휠모터(In-Wheel Motor) 구동 방식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구성된 미래 모빌리티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덕분에 차량 안을 아늑한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되면서 흡사 사무실 의자나 테이블 같은 가구 성격의 시트가 기존의 커다란 시트를 대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만의 공간이 이동 수단까지 확대되며, 차 안에서 명상을 즐기거나, 냉장고를 내장해 음료를 즐기며 심지어 노래방 설비까지 갖춰지는 수준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주거 공간에 버금가는, 이동성이 추가된 제2의 독립된 공간으로 모빌리티가 재정립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수 제조사가 이같은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를 앞다퉈 제시하고 있습니다.
글/ 노재승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노재승 교수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이자 휴머나이징 모빌리티 디자인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