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극복할 대체식품 산업, 지자체와 푸드테크 기업이 손잡고 키운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금사과’는 아침에 먹는 사과처럼 몸에 좋은 사과를 주로 칭하는 말이었지만, 최근엔 금값처럼 가격이 치솟은 사과를 칭하는 말이 됐다. 사과 도매가격은 1년 만에 두 배 넘게 뛰며 이달 12일 사상 처음으로 10kg당 9만 원을 돌파했다. 가격이 이렇게 뛴 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이상기후로 인해 전년보다 30% 넘게 급감한 탓이다.
환경단체, 유엔식량농업기구 등은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농작물을 비롯한 주요 식량 자원이 감소하다 끝내는 사라질 것이라 경고한다. 지난 2022년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사라질 식량 자원 8가지 중 하나로 사과를 들기도 했다. 최근 금사과 파동은 이런 섬뜩한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처럼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가 심화할수록 주목받는 게 푸드테크다. 지난 2022년 한국딜로이트그룹은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자원 경작 면적 및 생산성 감소 전망에 따라 푸드테크와 이에 기반한 대체 식품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기후 위기를 대체 식품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고기 수요를 일부 흡수함으로써 축산업에 의한 기후 변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았던 대체육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푸드테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사업의 사례다. 지난해 3월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는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익산시는 지난 2008년 왕궁면 일대에 약 232만여㎡ 규모로 국가식품클러스터 1단계 조성을 시작, 2018년 준공을 마쳤다. 현재까지 부지의 79.9%가 분양을 마쳤다.
익산시는 이 1단계 부지 인근에 207만여㎡ 규모로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를 조성해 미래식품산업을 이끌 푸드테크 산업단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 담당관 관계자는 “현재 포화상태인 식품산업 업계에서 경쟁력을 지니려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체식품 분야로 더욱 나아가야 한다는 게 전 세계적 트렌드”라며 “익산이 국가식품클러스터로 이를 선점해 나가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익산시는 현재 유망 식품기업들을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에 유치하는 투자협약을 맺으며 단조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14일에는 HN노바텍과 협약을 체결했다.
HN노바텍은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대체육 향미 소재 ‘ACOM-S(아미노산 복합체)’, 눈개승마 나물 추출 성분으로 원료를 다각화한 ‘ACOM-G’ 등을 개발한 대체식품 전문 기업이다. 2022년 해양수산부 ‘예비 오션스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에이벤처스’에 선정되며 유망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협약에는 HN노바텍이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에 100억 원을 투자해 6611㎡ 규모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HN노바텍은 향후 이 공장을 대체 카카오 소재 제조 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체 카카오는 실제 카카오는 아니지만, 카카오와 유사한 풍미를 지닌 대체 원료를 말한다. HN노바텍은 지난해 들깨 유박, 메밀껍질 등 부산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카카오 풍미를 재현한 대체 카카오 ‘에카오(ECAO)’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HN노바텍이 대체 카카오 개발에 나선 건 카카오 또한 기후위기로 가격이 폭등한 대표적인 작물이기 때문이다.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일대의 이상기후, 전염병 등으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지난 1년새 가격이 2배 넘게 뛰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저렴한 초콜릿의 시대는 끝났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김양희 HN노바텍 대표는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에 신축할 공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대체 카카오 소재 시장을 개척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