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전·주행거리 지키는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IT동아 김동진 기자] 혹한기가 찾아오면, 자동차 실내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공조 시스템을 강하게 가동하곤 한다. 이때 엔진의 열로 난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전력으로만 공기를 가열해 뿜어내는 전기차의 주행가능 거리는 크게 줄어든다. 차량을 충전하거나 주행 중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화재를 유발하기도 한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 유지와 화재 예방을 위해 일정한 온도 유지를 돕는 열관리 솔루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안전과 효율을 담보하는 열관리 기술
전기차에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구성은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이다. 배터리는 충전 시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보냈다가 방전 시 양극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식으로 충·방전을 지속한다. 양극의 리튬이온이 중간의 전해액을 지나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이때 이온이 잘 이동하도록 돕는 매개체가 액체인 전해액이며,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한파가 몰아치면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액체 성분인 전해액이 일부 굳기 때문에 리튬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막아 배터리 효율을 떨어뜨린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작동하는 휴대폰이 겨울철에 빨리 방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극한의 날씨뿐만 아니라 전기차를 구동하거나 충전하는 과정에서 고전압 전기가 배터리에 과열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두 경우 모두 배터리 온도의 급격히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배터리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셀에서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전기차 화재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극한의 날씨로 인한 전기차 주행거리 감소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배터리 이상으로 발생하는 온도 변화를 통제하는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은 전기차 안전과 효율을 담보하는 솔루션이다.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 셀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이상이 있으면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의 열관리 방식은 크게 공랭식과 수랭식으로 나뉜다.
공랭식 열관리 방식은 외부 공기를 배터리 셀이나 방열판 핀 등에 흐르도록 유도해 온도를 조절한다. 하지만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단점으로 상당수 전기차에는 수랭식 열관리 방식의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이 탑재된다. 수랭식은 셀 사이에 위치한 방열판에 냉각수 또는 온수를 닿게 해 배터리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한다. 이 같은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은 배터리 팩 내에 탑재돼 전기차의 안전뿐만 아니라 성능 유지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의 시장 규모도 커지는 이유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의 글로벌 시장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18.4%며, 2026년에는 46억7800만달러(약 6조2000억원) 수준을 형성, 큰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재·부품 기업, 배터리 제조사 등이 열관리 선행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배터리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이상이 발생할 시 즉각 감지하고 대처하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전망이다. 독일 콘티넨탈, 프랑스 발레오, 미국 젠썸, 우리나라의 한온시스템 등이 열관리 분야 주요 기업으로 꼽힌다.
장우석 KISTI 데이터분석본부 선임연구원은 “최근 전기차의 주행가능 거리를 확대하기 위해 배터리 팩 밀도를 높이는 추세인데 이 때문에 팩 내에 공기나 물이 닿지 않는 곳이 생기고 열을 발산할 공간이 줄어들어 배터리 온도 변화가 더욱 심해진다”며 “열관리 시스템은 배터리 주변 온도에 따라 배터리 팩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가져가거나, 반대로 열을 전달하며 배터리의 일정한 온도 유지를 돕는다. 하지만 주변 온도가 급변하는 경우에는 물질의 열전이에도 한계가 있어 공기나 물을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형식의 열관리 분야와 같은 또 다른 방식의 열관리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