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악용 막을 ‘AISIC’ 출범한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인공지능의 성능이 나날이 좋아진다. 이제 인공지능은 사람만큼, 더러는 사람보다 더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린다. 수만 쪽의 책을 1초 안에 읽고 요약하고, 수백 가지 외국어를 알아듣고 다른 외국어로 번역한다.
그러자 자연스레 인공지능을 악용하려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정치인이 등장한 동영상을 인공지능으로 교묘하게 조작, 발언을 왜곡해 퍼뜨린다. 가짜 뉴스가 나날이 정교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고 음란물을 제작해 판매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인공지능 기업들이 이러한 악용을 막으려 단체를 결성했다. 인공지능 안전 협회 컨소시엄(Artificial Intelligence Safety Institute Consortium,이하 AISIC)이다.
ASIC에는 챗 GPT의 개발사인 오픈 AI와 구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주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 참여했다. 애플과 인텔, 엔비디아와 아마존 등 정보통신 기업도 힘을 보탠다. JP모건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금융권도 AISIC에 합류했다. 합류한 기업의 수만 200곳이 넘는다.
AISIC를 만든 주체는 미국 정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2023년 10월, 인공지능 기업들이 기술을 만들고 개발할 때 테스트할 표준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화학과 핵 물리학, 생물학과 사이버 보안 등 치명적인 부문으로의 악용 가능성을 막을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이에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 가운데, 생성 인공지능으로 만든 것에 표시를 하는 라벨링 기능을 공개했다. 어도비는 사진 생성 인공지능 ‘파이어플라이’를 가르칠 때 쓸 자료 사진을, 오로지 허가 받은 윤리적 사진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인공지능의 악용 가능성을 막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실제로 생체 인식 기업 iProov는 자체 조사 결과, 생성 인공지능을 사용해 유명인이나 일반인의 얼굴을 교묘하게 바꿔 사기 행각을 벌이는 ‘딥 페이크’ 범죄가 2023년 704%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임원의 얼굴을 생성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화상 회의에 참가, 사기범에게 거액의 인출을 지시한 사례도 공개했다.
AISIC는 이들 폐해를 막을 목적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사, 나아가 엔비디아와 퀄컴 등 인공지능 반도체와 엔진 개발사도 포섭했다. 인공지능이 클라우드, PC에 이어 스마트폰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어서다. 금융권도 적극 나선다. 앞서 사례로 든 딥 페이크 인출 사기 사건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막을 목적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시스코 시스템즈와 같은 보안 기업, 노스롭 그루먼과 같은 방산 기업, 깃허브 등 오픈 플랫폼 커뮤니티, 화이자와 같은 제약 기업도 참여한다. 인공지능 기기와 기술을 연구하는 미국 내 주요 대학교 20여 곳도 이름을 올렸다. 인공지능이 사회의 모든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공감대 아래 기업들이 모인 것.
AISIC는 이후 인공지능 이해 관계자를 위한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만들고, 공동 연구 개발을 적극 유도한다. 다양한 참가 기업과 함께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할 연구 평가 요구 사항도 만든다. 인공지능 기술이나 기기 개발 단계에서 부작용을 줄이고 성능을 강화할 테스트 평가 프로그램도 궁리한다.
AISIC 참가 기업들은 인공지능 벤치마크와 테스트 환경 지침, 개인이나 금융 정보 등 예민한 정보를 다룰 기술을 만든다. 디지털 콘텐츠 인증 지침과 도구도 개발하고,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를 다룰 지침을 세운다. AISIC는 앞으로도 참가 기업을 늘려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을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