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F] 씨즈데이터 “정보 비대칭 해소, 비정형 데이터 활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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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대학생, 사회초년생, 주부처럼 대출,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의 금융거래 기록이 부족한 이들을 이른바 ‘신파일러(Thin Filer)’라고 한다. 금융거래 기록을 바탕으로 돈을 잘 갚을 수 있을지 가늠했던 과거 금융권이 이들에게 좋은 조건에 선뜻 대출을 내주기는 어려웠다. 신파일러라고 모두 상환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니 일단 대출의 문을 좁히고 보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잠재적 우량 고객을 놓치는 일이 되는 한편, 고객 입장에서도 실제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불이익을 받는 일이 생기는 셈이다.
이처럼 기존 신용평가의 한계로 생기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떠오른 게 대안 신용평가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통신비, 관리비, 공공요금 납부 기록 등 비금융거래 기록을 신용평가에 활용하려는 시도다. 2018년 무렵부터 금융권에서 빅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안 신용평가를 위한 기록, 이른바 대안 데이터는 대부분 비정형 데이터라는 점이다. 비정형 데이터는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 말하자면 다듬기 전 원석이다. 이를 활용하려면 먼저 데이터 분석에 알맞게 가공하는 전처리 작업이 필요하다. 씨즈데이터는 이런 비정형 데이터를 알아서 가공해서 잘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씨즈데이터를 창업한 정승인 대표는 2011년부터 신용정보사인 나이스평가정보에서 기업 평가를 담당하며 대안 신용평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소상공인, 자영업, 신규 업체와 같은 신파일러가 존재한다. 기존 신용정보사의 신용평가 모델이 전체 대상의 70~80%를 아우른다면, 정 대표는 거기서 벗어나는 이들 20~30%에 주목했다. 이후 핀테크 기업 데일리금융그룹(현 고위드)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 모델을 연구하다 2018년 씨즈데이터를 창업했다.
씨즈데이터의 금융거래 데이터 가공 솔루션인 다줌(DaZooM)은 금융권에 쌓여있는 원석 같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인 게 통장에 찍히는 송금·수취인 정보인 적요와 같은 금융 거래내역이다. 다줌은 은행들이 고객의 입출금 현금 흐름, 소비와 지출 등을 통해 고객 성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주요 시중 은행, 카드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에서 현재 씨즈데이터의 솔루션을 활용 중이다. 하나은행은 다줌을 통해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해 대출 승인율을 70% 끌어 올리면서도 불량률은 0.88%에서 0.74%까지 오히려 낮췄다. 기존 신용평가 모델로는 놓칠 수도 있었던 잠재 고객을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웰컴저축은행 또한 다줌을 통한 정보분류 결과를 활용해 대출심사역의 심사업무를 효율화했다.
다줌은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돕는다. 하나카드는 다줌을 통해 고객의 고정지출을 탐색해 현금흐름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나이스평가정보도 다줌을 통해 거래내역에 기반해 카드 상품 혜택을 계산하고 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씨즈데이터는 다줌을 고객 관계 관리(CRM)와 연계해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게 고도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금 흐름 대출, 보험 등 적절한 상품을 시의적절하게 추천해 주는 것이다. 정 대표는 “기존에 추정으로 이뤄졌던 마케팅 활동을 객관적 데이터로 뒷받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즈데이터는 지난해 6월에는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됐다. 팁스 과제로 개발한 대화형 금융상품 검색 서비스 ‘금융정보 다줌’은 지난해 10월 출시됐다. 생성형 AI 활용해 채팅 형태로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정 대표는 “예를 들어 ‘내가 한 달에 스타벅스를 4번 정도 이용하는 데 가장 어울리는 신용카드를 추천해 줘’라고 채팅으로 입력하면 그에 맞는 카드를 보여주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은행 앱을 쓰기 어려워해 마이데이터를 잘 활용하지 못하지만,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는 잘 쓰는 중장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정 대표는 덧붙였다.
금융권 외 영역으로도 데이터 가공 솔루션의 적용 범위를 확장 중이다. 기술벤처재단의 창업도약패키지를 통해 차량의 정비 이력을 리포트 형태로 발행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했다. 금융권에서 거래내역을 활용하듯, 자동차 정비 업체들의 ERP에 기록된 정비 내용 등의 비정형 데이터를 가공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중고차 시장에 판매자와 고객 사이 정보 비대칭성이 있는 것처럼, 정비소와 고객, 정비소와 보험사간에도 정보 비대칭성이 있다. 이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씨즈데이터는 전사적 자원 관리(ERP) 업체, 정비전산협의회인 ‘ADB(Auto Data Bank)’, 자동차 종합정보 제공 전문 업체인 NICE디앤알 등과 함께 민간 정비 이력의 유통을 위한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정보 수급 및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품 제조업체들 또한 부품의 실제 소비 현황을 파악해 재고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씨즈데이터의 솔루션에 주목하고 있다고 정 대표는 귀띔했다.
지난 2019년 웰컴금융그룹으로부터 24억 원 규모 시드 투자를 받은 씨즈데이터는 현재 프리 시리즈A 유치를 진행 중이다.
씨즈데이터는 향후 솔루션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보화 사업에도 직접 뛰어들 계획이다. 씨즈데이터가 지금까지 했던 작업이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된 데이터로 가공하는 작업이라면, 정보화 사업은 데이터로조차 정리되지 않은 자료, 지식 등을 데이터화하는 작업이다.
정 대표는 “씨즈데이터는 텍스트 형태 비정형 데이터 중 가장 어려운 금융정보와 차량 정비 정보도 사업화에 성공하며 역량을 입증했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정보의 비대칭성과 같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관과 기업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