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신비 푸는 디지털 카메라들
[IT동아 차주경 기자] 머나먼 심우주와 은하를 찍은 우주 사진을 보면 경외를 느낀다. 반대로,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봐도 마찬가지다. 전자는 허블과 제임스 웹 등 초대형 우주 망원경이, 후자는 국제우주정거장과 인공위성 등에 있는 카메라가 찍는다. 카메라는 수십 년 전부터 사람과 함께 우주로 떠나, 수많은 신비를 담았다. 지금도 그렇다.
우주에서 세상의 신비를 찍은 첫 카메라는 ‘핫셀블라드 500EL’이다. 중형 필름 카메라인 이 제품은 1969년 7월 20일, 우주선 아폴로 11호에 실렸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을 밟은 우주인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과 함께 달과 지구의 사진을 찍었다.
앞서 미국항공우주국(이하 NASA)은 핫셀블라드에게 ‘우주에서 사용 가능한 필름 카메라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핫셀블라드는 500EL 카메라의 소재와 내부 구조를 바꿔 우주에서도 쓰도록 개조했다. 우주의 환경을 견디도록 내한과 내열 성능도 높였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달 사진을 찍은 핫셀블라드 500EL 카메라는 지금도 달에 있다.
이어 우주에 진출한 카메라 기업은 니콘이다. 이들은 1971년 7월 30일 달에 착륙한 우주선 아폴로 15호의 임무를 도운 것을 시작으로 NASA와 손을 잡았다. 1999년에는 최고급 필름 카메라 F5와 니코르 교환식 렌즈를 국제우주정거장에 공급, 과학 연구와 천체 사진 촬영을 지원했다.
니콘 역시 우주에서 원활히 임무를 수행하도록 카메라의 소재와 내부 구조를 바꿨다. 언제 어디서나 정확하게, 똑바로 동작하도록 내구성도 높였다. 우주같은 극한 환경에서 동작하는 카메라를 만든다는 것은, 곧 그 제조사의 개발 역량과 품질 관리 능력이 우수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니콘은 필름 카메라에 이어 디지털 카메라도 NASA에 공급했다.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에 플래그십 DSLR 카메라 D2X를 공급한 이후, 니콘은 꾸준히 D 시리즈 DSLR 카메라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최신 D 시리즈 DSLR 카메라인 니콘 D6도 활동 중이다.
최근 니콘은 업계 최초로 미러리스 카메라를 국제우주정거장에 공급한 기업이 됐다. 주인공은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Z9다. 우주로 떠난 니콘 Z9는 특수 개발된 것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사서 쓰는 일반 제품이다. 니콘은 Z9의 내구성이 충분하다며, 셔터 속도와 파일명 지정 등 소프트웨어 기본 설정 몇 가지만 변경해 우주로 보냈다.
위성을 쏘아올린 곳도 있다. 소니와 캐논이다. 소니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줌 렌즈를 인공위성에 실어 우주로 쏘아올렸다. 이들은 우선 이 인공위성을 우주 연구용으로 쓰다가, 일반 소비자에게도 공개해 누구나 우주 사진을 찍고 공유하도록 이끌 예정이다.
캐논은 2017년, 디지털 카메라를 탑재한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데 성공했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 우주와 지구의 사진을 촬영할 목적에서다. 캐논은 이 연구를 고도화해서 2020년, DSLR 카메라 EOS 5D 마크 III와 망원경 조합으로 만든 우주 촬영 장비를 인공위성에 실어 지구상 600km 궤도로 올려보냈다.
연구 목적으로 찍은 우주와 지구의 사진은 지금까지 1000장이 넘는 것으로 알라졌다. 디지털 카메라는 앞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혹은 인공위성에서 한결 다양한 우주의 신비를 풀 전망이다. 화소수, 고감도 등 디지털 카메라의 촬영 관련 성능이 좋아지면서 우주와 지구의 사진을 더 크게, 선명하게 담는 덕분이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