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온디바이스 AI를 위한 중견급 CPU, AMD 라이젠 5 8600G
[IT동아 남시현 기자] 2024년 데스크톱 시장의 화두는 온디바이스 AI 성능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컴퓨터 성능은 코어 및 스레드 수, 정수 연산 처리 성능, 클럭 사이클당 명령어 처리 횟수 등 컴퓨터의 처리 성능을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는 부분을 조명했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이하 생성형 AI)이 대두되고, 컴퓨터로 AI 데이터를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CPU에도 AI 처리 기능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AMD는 이 흐름을 가장 주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AMD는 지난해 6월, AMD 라이젠 7040HS 모바일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AI 처리를 전용하는 ‘라이젠 AI 엔진’ 기능을 선보였고, 이후 신 제품마다 라이젠 AI 엔진을 탑재해오고 있다. 그리고 올해 CES 2024에서 공개된 AMD 라이젠 8000G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데스크톱용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여는 제품이다.
AMD 라이젠 8000G 시리즈, 라이젠 AI 엔진으로 새 단장
AMD 라이젠 8000G 시리즈는 젠4 아키텍처 기반의 데스크톱 프로세서다. 이전 세대에서 내장 그래픽 세대를 RDNA3로 끌어올리고, 데스크톱 프로세서로는 처음으로 라이젠 AI 엔진 기반의 NPU(신경망 처리 장치)를 탑재한 게 특징이다. 인공지능 처리 성능은 CPU와 GPU, NPU의 처리 성능을 모두 합쳐 최대 39TFLOPS(테라플롭스)의 성능을 낸다. 처음 등장한 10TOPS의 AMD 라이젠 9 7940HS와 비교하면 약 3~4배 높은 AI 처리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프로세서 구성은 최대 8코어 16스레드 구성의 라이젠 7 8700G와 6코어 12스레드 구성의 8600G 및 8500G, 4코어 8스레드 구성의 8300G까지 총 네 개로 구성된다. 이중 라이젠 AI 엔진은 8700G 및 8600G에만 탑재된다. 공통적으로는 AMD의 메모리 성능 프로파일인 AMD 엑스포(EXPO)를 지원하며, 원터치 오버클로킹 기술인 PBO도 지원한다.
리뷰는 AMD 라이젠 5000 및 7000 시리즈에서도 높은 판매량과 우수한 가격대 성능비를 보여준 라이젠 5 600번 대 제품에 해당하는 AMD 라이젠 5 8600G에 애즈락 B650 프로 RS 메인보드를 사용했으며, 16GB 지스킬 트라이던트 Z5 메모리 두 개와 AMD 라데온 RX 7900 XTX를 조합했다.
성능 자체는 기존 7000 시리즈와 비슷해
프로세서의 일반 처리 성능을 확인해 보고자 CPU 성능을 변별력 있게 평가하는 시네벤치 R23 및 블렌더 4.0 벤치마크를 실행했다. 시네벤치는 정해진 화상을 10분 간 처리한 양을 바탕으로 성능을 평가하고, 블렌더는 화상 세 개를 처리한 뒤 분당 몇 프레임을 처리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AMD 라이젠 5 8600G는 시네벤치 R23 테스트에서 단일 코어 1617점, 다중 코어 1만2650점을 획득했다. 이는 최대 동작 속도가 5.3GHz인 AMD 라이젠 5 7700X보다는 소폭 낮고, 동일한 TDP인 라이젠 5 7600과 크게 다르지 않다. 블렌더 4.0 벤치마크는 179.86점으로 라이젠 5 7600의 191점보다도 더 낮았다.
벤치마크에서 실질 성능이 조금씩 낮게 나온 이유는 복합적이다. 8000G 시리즈는 전 세대보다 조금 더 미세한 4nm 공정이 적용됐지만, 성능을 더 높인 내장 그래픽 및 NPU가 추가됨에 따라 발열 요인이 늘어 성능 안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그리고 메인보드 바이오스 및 하드웨어 안정화가 진행 중이어서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AMD 라이젠 7 8600G에는 RDNA 3 아키텍처 기반의 AMD 라데온 760M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다. 게이밍 성능을 확인하는 3D마크의 파이어스트라이크를 활용해 내장 그래픽 카드 성능을 확인했다. 우선 그래픽 카드를 연결해 내장 그래픽 부담을 줄인 경우에는 CPU 점수가 2만4758점 대로 확인되고, 그래픽 카드를 제외하고 CPU와 내장 그래픽이 모두 동작하는 경우에는 CPU는 2만1499점으로 소폭 떨어진다.
이때 그래픽 점수는 6914점으로 엔비디아 GTX 1050 Ti보다 소폭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내장 그래픽이지만 보급형 사양의 온라인 게임, 스카이림, GTA 5같은 구형 게임은 중간 옵션에 FHD 40~60프레임도 기대할 수 있는 성능이다.
AMD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 내장 그래픽 혁신 될듯
지난해 9월, AMD는 그래픽 카드의 내장 기술을 활용해 게임 내 해상도 및 성능을 끌어올리는 피델리티 FX 슈퍼 해상도 3을 공개하며 AMD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AFMF) 기술도 함께 공개했다.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은 게임 프레임이 재생되는 사이에 프레임을 끼워 전체 프레임 수를 늘리는 기술로, 30프레임으로 재생되는 게임을 두 배 가까운 프레임으로 재생할 수 있다. 이 기술과 FSR까지 조합할 경우 내장 그래픽의 체감 게이밍 성능이 상당히 오른다.
발더스게이트 3를 활용해 AMD 라데온 5 8600G 내장 그래픽 카드의 게이밍 성능을 테스트했다. 해상도는 FHD에 보통 옵션을 설정한 뒤 실시간 프레임을 확인했다. 이때 기본 상태는 28~32프레임으로 확인됐는데, AFMF만 활성화한 뒤 53~60프레임까지 향상됐다. AFMF에 FSR 2.1까지 켠 조건에서는 70~75프레임까지 훨씬 높아졌다. FHD 높음 옵션에서 AFMF와 FSR 2.1까지 활용하면 55~60프레임 방어가 가능했다.
라데온 760M의 성능은 내장 그래픽으로는 기대 이상이며, 사무용 및 보급형 PC 수준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FSR 3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통해 게임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추론 성능 소폭 올라··· 연산 전용보다는 기능에 초점
AMD 라이젠 8000G 시리즈의 라이젠 AI 엔진은 AI 개발자용 임베디드 보드보다 조금 더 높은 AI 성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총 연산량 자체는 그래픽 카드에 비해 작다 보니 고연산, 고부하 작업보다는 소프트웨어 지원 및 생성형 AI의 효율적 처리 용도에 가깝다. AMD 역시 해당 제품을 공개할 때 딥러닝, 기계학습 용도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블렌더, OBS 스튜디오 등 일반 소프트웨어 기능으로 제품을 공개했다.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활용할 때 전작보다 더 수월하게 AI 기능을 쓸 수 있다 정도로 여기면 된다.
CPU 및 GPU의 FP16, FP32, 인티저 성능을 확인하는 UL솔루션즈의 UL 프로키온(Procyon) AI 추론 벤치마크를 실행해 AMD 라이젠 5 8600G의 AI 처리 성능을 확인했다. 벤치마크가 아직 AMD ROCm을 지원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ML을 활용했으며, 모델은 3분간 평균 및 중간 추론 시간, 총 추론 횟수 등을 토대로 점수를 메긴다. 사용 모델은 MobileNET V3, ResNet 50, Inception V4, DeepLab V3, YOLO V3, Real-ESRGAN 여섯 가지 모델이다.
점수는 MobileNET V3가 10만5858점, ResNet50 1만5242점, Inception V4 4654점 등인데, 호환성 문제인지 AMD 라이젠 5 7600보다 전반적인 점수가 소폭 낮게 나왔다. 또 수 차례 테스트 중 DeepLab V3에서 8600G의 CPU 가용률이 최대 147.27%로 기록되는 등 기술적인 문제도 확인됐다. AI 기능을 온전하게 활용하려면 소프트웨어 안정성이 더 확보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AMD 라데온 5 8600G에 기본 제공되는 레이스 스텔스 쿨러로는 발열 관리가 되지 않아 2열 수랭 쿨러로 교체하기도 했다. 일반 게이밍이나 작업 수준에서는 큰 무리가 없지만, 장시간 부하가 걸리거나 생성형 AI 등의 용도까지 고려한다면 기본 쿨러가 아닌 별도의 공랭식 쿨러를 장착해야 한다.
여전히 갈 길 먼 AI 기능, 첫 삽으로 괜찮은 선택지 될 듯
AMD 라이젠 8000G 시리즈는 소프트웨어의 AI 지원에 적극 대응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다. 여러 테스트를 통해 살펴본 결과, 게임이나 영상 편집 등 기존의 활용도대로 쓴다면 라이젠 7000 시리즈와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본인이 주로 활용하는 소프트웨어에서 AMD 라이젠 AI 엔진을 지원하게 된다면 조금씩 활용도가 늘어날 것이고, 또 기존의 7000 시리즈 대신에 메인스트림 라인업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대체할만한 선택지다. 내장 그래픽만 활용해 데스크톱을 구축하는 경우라면 훨씬 나은 선택지다.
아직까지 NPU의 활용도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현재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NPU의 활용도는 충분히 늘어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단계고,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지원도 올해가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가격은 229달러(30만 6000원대)로, 150만 원 내외로 예산을 고려하면서, 게이밍 및 업무용 PC면서도 AI 기능도 조금씩 지원했으면 하는 소비자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