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마이코리아 이경준 대표 “우린 너무 가까워 의식하지 못하는 ‘산소’ 같은 기업”

김영우

[IT동아 김영우 기자] 기업 비즈니스 환경이 현대화, 디지털화를 거듭하면서 각종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나 원활하게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안전하게 지키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분산 네트워크를 통해 장소에 관계없이 효율적인 데이터 전달이 가능한 CDN(Content Delivery Network) 기술, 랜선웨어나 디도스를 비롯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보안 기술, 그리고 이 모든 데이터의 생태계를 이루는 클라우드 기술 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아카마이(Akamai)는 이러한 주요 솔루션을 모두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인터넷의 여명기인 1998년에 창업했다. 특히 CDN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쌓은 노하우를 통해 보안,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높이는 중이다. 취재진은 아카마이의 한국 지사인 아카마이코리아의 지사장인 이경준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카마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2024년 이후의 계획을 살펴봤다.

이경준 아카마이코리아 대표 / 출처=아카마이코리아
이경준 아카마이코리아 대표 / 출처=아카마이코리아

- 아카마이는 글로벌 CDN 시장의 강자다. 이런 기업의 지사장이라면 ‘내공’ 역시 상당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재까지 어떤 여정을 걸어왔나?

: IT 업계에서 31년을 보냈는데 첫 직장은 한국후지쯔의 시스템 엔지니어였다. 주로 메인프레임 부문을 담당했으며, 이렇게 8년을 근무하다 한국IBM으로 옮겨 제품 영업을 하며 16년간 삼성전자나 LG전자, 하이닉스 등의 여러 고객사와 교류했다. 아카마이에 합류한 건 2015년의 일로 당초 미디어 담당을 하다가 2019년 지사장이 되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 엔지니어링과 마케팅∙영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인데 양쪽 영역을 오가며 성과를 거둔 것이 인상적이다. 업무 전환 후 어려움은 없었나?

: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본래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기술영업도 할 수 있었다. 특히 IBM 시절에는 다양한 글로벌 고객과 상대하며 다양한 IT 기술뿐 아니라 구매에서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각종 프로세스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당시 생소했던 CDN을 이해하고 아카마이라는 기업도 알게 되었다.

CDN은 마치 집 근처 편의점처럼 가까운 곳에서 데이터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인데, 우리가 각국의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 역시 CDN 덕분이다. 너무나 소중하지만 워낙 익숙하기에 그 존재를 못 느끼는 산소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 아카마이는 업계에서 높은 위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인지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 아카마이는 1998년 미국에서 스타트업 형태로 창업한 기업이다. 당시 WWW(월드 와이드앱)의 창시자이자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팀 버너스리’는 인터넷이 활성화돠면 다양한 데이터의 충돌이 생길 것을 예견했다. 이에 아카마이의 창업자인 ‘톰 레이튼’ 박사와 MIT 조교인 ‘데니 루인’은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고 이것이 CDN의 기초가 되었다.

CDN 개발 당초에는 데이터센터와 발맞춰 기업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데 중점을 뒀지만, 일반 인터넷 이용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젠 이들의 편리한 인터넷 이용을 돕는 역할이 더 커졌다. 현재 아카마이는 전세계 인터넷 데이터 30%의 전달(delivery)에 관여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보안의 중요성을 느껴 2005년을 전후해 보안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디도스 공격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었는데, 이때 우리는 업계 정상 수준의 방화벽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관련 규제 및 제한에도 완벽하게 대응하고 있어 국방성(펜타곤)에서는 이미 아카마이의 보안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도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보안원의 CSP 인증을 최초로 받기도 했다. 이렇게 국내 공공기관이나 금융기업들도 고객으로 맞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인터넷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시장 발전 가능성이 크다.

- 아카마이의 고객 중에는 유명 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CDN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수준인데,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 고객사들과의 관계 때문에 직접 밝힐 수는 없지만 이름만 대면 대부분 알만한 기업들, 특히 글로벌 10위 내의 비디오 스트리밍 기업이나 게임개발사 등은 거의 다 우리의 고객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글로벌 규모의 웹이나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속도나 보안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테면 글로벌 시장에 팔린 수십억 대의 스마트폰을 동시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려면 CDN이 필수다.

우리의 솔루션은 속도는 물론, 비용 면에서도 이점이 많다. 아카마이의 주요 비즈니스 인프라인 엣지팝은 135개 국가, 4100여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런 분산 네트워크가 아카마이의 최대 강점이다. 일부 적성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포르노나 도박과 같이 논란이 되는 데이터를 다루는 곳은 우리의 고객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이런 정책은 ESG 경영을 실천하고자 하는 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23일 개최된 아카마이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는 이경준 대표 / 출처=IT동아
23일 개최된 아카마이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는 이경준 대표 / 출처=IT동아

- 최근 아카마이는 CDN과 보안을 넘어 클라우드 방면으로 활발하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경쟁사 대비 어떤 차별성을 갖는가?

: 우리는 작년 초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2022년에는 IaaS(서비스형 인프라) 기업인 리노드(Linode)를 인수하기도 했다. 설립된 지 20년된 개발자 친화적 오픈소스 기업이기도 하다. 우리의 클라우드는 기존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여러 면에서 차별성이 분명하다. 우리의 태생은 CDN이라 대규모 분산 및 보안 기술이 뛰어나며 이는 비즈니스 디지털화, 현대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현재의 시장에서 원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외부로부터의 사이버 공격뿐 아니라 기업 내의 모든 상황과 대상까지 전방위 검증해야 하는 ‘제로 트러스트’ 시대다. 각 자원을 작은 단위로 분리해 세분화된 보안 정책을 적용하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이 필수이며, 우리는 이 분야의 리더다. 클라우드 내에서 나의 데이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어떤 취약성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가시성도 확보할 수 있다.

- 아카마이에게 있어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시장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략이 있는 지도 궁금하다

: 아카마이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전세계 11개 데이터 센터로 시작했고 현재 20여개로 늘어났다, 올해 역시 확장 계획이 있고 한국에도 리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말 제대로 된 고(高)집적 데이터센터를 추구하기 위해 입지 등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의 다양한 고객들이 우리의 CDN을 이용하며 아카마이가 제공하는 높은 효율과 우수한 비용절감 효과를 경험했다. 모든 고객들이 기존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높은 비용을 쓸 필요가 없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에게도 좋은 솔루션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의 공공 부문에서도 우리가 제공하는 우수한 보안 성능 및 효율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 2024년을 맞이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여담이지만 ‘아카마이’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를 일본 기업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아카마이란 하와이 전통 언어로 ‘똑똑하다, 스마트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카마이의 포탈 사이트 이름인 ‘알로하(인사말)’, 방화벽의 이름인 ‘코나(하와이 제도를 엄습하는 폭풍)’ 등도 모두 하와이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다만, 이런 의미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의견이 있어 앞으로는 좀 더 대중적인 명칭을 도입하려고 한다.

그리고 작년까지 아카마이는 CDN 시장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보안 영역에서도 리더십을 확인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아카마이는 이미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알아채지 못하는 산소 같은 기업이었다. 올해부터는 클라우드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이를 통해 한층 고객 친화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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