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워케이션 센터 살펴보니··· "지역 상생과 워라밸 모두 잡아"

[IT동아 남시현 기자] 일과 삶의 균형,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이하 워라밸)는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의 균형을 맞추자는 의미에서 등장한 말이다. 우리나라 역시 근로시간 단축과 개인 시간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며 워라밸에 대한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주 52시간 제를 비롯한 여러 노동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던 중 코로나 19 사태로 재택근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재택근무를 토대로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 제도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워케이션은 업무의 워크(Work)와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을 합친 용어로, 휴가를 보내면서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로 업무를 병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회사에 따라서 워케이션의 수준이나 규칙 등은 다르지만, 대체로 근로자의 물리적 위치와 관계없이 업무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덕분에 업무 외 시간을 타지에서의 휴식으로 채우거나, 휴식뿐만 아니라 1달 이상의 장기간 출장이 필요한 경우 등등에 워케이션 거점을 찾게 된다.

워케이션 센터, 업무를 돌아보는 새로운 선택지로 각광

현재 우리나라의 워케이션 제도는 기업들이 집중된 수도권보다는 제주도나 강원도 등 교통이 편리한 휴가지에 주로 설립되고 있지만, 지역적 특성과 출장 및 파견 근무 빈도가 높은 부산이나 울산 등의 지역 거점에도 워케이션 센터들이 설립되고 있다. 올해 2월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부산역 앞 아스티 호텔 24층에 마련한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가 지역 특성을 잘 살린 워케이션 센터로 손꼽을 수 있다.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는 708.5㎡ 규모로 구성돼 있으며, 50석의 업무 공간과 4곳의 폰부스 및 화상회의실, 이벤트 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으며, 워케이션 방문자를 위한 올인원 웹 플랫폼 ‘부산에서BUSANESS’도 서비스된다. 워케이션 센터는 개소식부터 구글코리아, 슬랙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과 미디어젠, 메가존클라우드 등 국내 IT 기업들이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고, 부산역 앞 거점 센터와 영도구 더 휴일 센터, 씨씨윗북 등의 위성센터와 53곳의 파트너 센터를 구축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부산의 ‘워케이션’ 짧지만 뚜렷한 성과 남겨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는 제주도나 강원도 등 다른 거점 센터와는 성격이 다르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제조업부터 물류업, 무역 등의 중심지이며, 최근에는 금융특구 추진을 통한 동북아 금융 허브로의 발돋움을 꿈꾸고 있다. 또한 부산지역 창업보육기관의 노력으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부산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관광 산업은 물론 부산의 거점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워케이션 센터를 전략적으로 키워야하는 상황이다.

센터는 현재까지 1244개의 기업이 등록되었으며, 월 방문자 수도 지난 4월에서 9월 사이에 방문자 수는 4.7배, 월별 워케이션 신청도 2.3배 늘었다. 또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의 방문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수도권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데 이어 11월 9일에는 일본 닛케이 워케이션 콘퍼런스에서 첫 해외 지점으로 소개됐고, 일본 와카야마현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가까운 일본에서도 주목받는 워케이션 지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프라와 지역상생, 그리고 기업 지원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있다. 우선 부산형 워케이션의 총괄은 부산시가, 운영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맡으며 이를 통해 기관 및 기업 간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프로그램 측면에서는 ▲기업 및 그룹별 특성에 맞춘 워케이션 팸투어 ▲ 참여기업에 대해 1박 당 5만원, 최대 50만 원의 숙박 바우처 및 무료 업무공간 지원 ▲기업 이전 시 입주공간 제공 및 투자자-역외기업 매칭, 지역 사무실 정보 등을 통해 방문 기업들에 대한 편의를 제공해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울러 5박 이상을 숙박하는 워케이션 참여자에게 쏘카 대여료를 최대 70% 할인해주는 혜택도 제공하는 등 이용자 접근성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산시는 참가기업 및 역외 기업을 유치해 부산의 인재 성장과 기업 홍보 및 마케팅을 돕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부산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 산업진흥 측면에서는 관광 및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연관 법과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이끌어낸다. 또 운영지원 측면에서는 부산시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기업 유치를 통한 생활인구 상승 등으로 기여해 낼 것이다.

워케이션, 삶의 휴식과 생산성 모두 쌓는 방식

코로나 19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워케이션은 2020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검색되기 시작했고, 2023년 6월에는 검색량이 12.3배 늘었다. 관심 지역은 홍콩,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및 유럽 전역에 몰려있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관심도는 30위 권 수준이다. 다행히 워케이션 자체가 코로나 19로 촉발된 만큼 관심도와 별도로 산업 전반의 규모와 영향력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이다.

21년 한국관광공사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워케이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61.5%가 생산성 향상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기업이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워케이션 도입에 힘쓰고, 정부는 부산 워케이션 센터처럼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면, 워케이션 제도 역시 재택근무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확립되고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상권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