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료정보학회 연구회 “의료데이터 가치평가·유통 토대 구축”
[IT동아 차주경 기자]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는 의료데이터의 활용 방안, 나아가 가치 평가와 유통 방안을 연구하는 ‘대한의료정보학회 후원 연구회(이하 연구회)’가 출범했다. 임상의사와 회계사, 변호사와 분석가, 변리사 등이 모여 올해 4월에 발족한 이 모임은 이미 여섯 차례 모였다. 의료데이터 수집과 분석, 활용과 가치평가, 법률 고려사항 등 다방면의 주제를 다루면서 유통 시장 구축에 필요한 준비사항을 논의했다.
연구회가 12월 14일 연 첫 웨비나에서는 그동안 여섯 차례 모임에서 논의, 선정한 데이터 품질기준, 가치평가 모델 및 데이터 권리화를 공유했다. 앞으로 준비할 유통 시장 적용에 필요한 연구 주제도 제시했다
우선 임수빈 메디플렉서스(대표 김동규) 분석서비스팀 책임 리더가 참가, ‘의료데이터의 가치평가를 위한 품질관리 지표’의 요건과 필요 항목을 논의했다. 보건의료 데이터의 품질 평가 항목, 각각의 적용 사례를 소개하고 이 과정에서 생길 문제의 해결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모든 데이터는 1차 목적에 따라 수집, 활용한다. 나아가 1차와는 다른 2차 목적에 따라 수집, 활용하는 것도 된다. 의료데이터도 그렇다. 진료 목적으로 쌓은 의료데이터를 연구용,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례다. 단, 그러려면 의료데이터 구축 절차를 표준화, 문서화하고 정성과 정량 속성 모두를 갖춰야 한다.
목적에 맞는 데이터 수집과 임상 판단을 토대로 한 분류는 정성 속성에 속한다. 병원의 진료 혹은 처방 코드와 데이터를 일치하게 하는 것, 검사 수치의 단위 변경과 텍스트 수치형 변환 등은 정량 속성이다. 이들 속성을 기준으로 의료데이터를 만들어야 2차 목적으로 원활하게 쓴다는 것이 메디플렉서스의 이론이다.
이어 메디플렉서스는 의료데이터 품질관리의 정량 지표 네 가지를 소개했다. 한국데이터진흥원(K-DATA)의 데이터산업 백서를 토대로 우선 선별한 것이다. 의료데이터의 항목이 업무 요건에 맞게 모두 채워졌는지, 표준용어사전의 용어로 기록됐는지 진단하는 것이 ‘완전성’이다. 날짜와 코드, 선후관계와 범위, 형식을 검증하는 요건은 ‘유효성’이다. ‘일관성’은 동일한 데이터가 표준을 준수하며 형식, 명칭이 일치하는지를 검증할 때 쓴다. ‘정확성’은 원래 항목의 값과 파생된 항목의 값이 정확히 관리되는지를 진단하는 기준이다.
이들은 정량 지표와 함께 꼭 고려할 정성 지표도 구성했다. 메디플렉서스에 따르면, 효과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와 잠재적 사용자를 고려할 때 ▲데이터 품질 관리를 위한 체계와 조직이 잘 관리되는지 진단하는 ‘준비성’ ▲데이터 접근 통제와 데이터 보호 조치를 가늠하는 ‘보안성’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됐는지 파악하는 ‘유용성’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쉽게 이용하도록 할 ‘접근성’ ▲데이터가 주기 제공되는지를 판단하는 ‘적시성’이 정성 지표다.
이어 김성수 회계사가 의료데이터 가치평가 모델을 제시했다. 의료데이터 시장을 만들고 활성화하려면, 데이터 자체와 애플리케이션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할 기준이 필요하다. 의료데이터의 가치평가 모델을 만들면 데이터의 거래부터 시작해 현물 출자와 금융 지원, 청산 시 가치 산정과 경영 계획 도입, 세무나 기술특례상장 근거 등 여러 가지 방안으로 활용 가능하다.
김성수 회계사는 의료데이터를 가진 병원 혹은 기업이라면 비즈니스 고도화, 신규 비즈니스 확대나 연관 비즈니스 진입 등 활용 전략을 수립해서 경제 이익을 얻는 데 활용할 것을 권했다. 이 때 참조할 의료데이터의 8대 가치창출 요소(독점성·적시성·정확성·완전성·일관성·경제성·접근성·준비성)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의료데이터 가치평가 방법론 세 가지를 제시했다. ‘시장접근법’은 유사한 사례를 토대로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나, 의료데이터 부문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사례가 많지 않아서다. ‘원가접근법’은 동일한 경제적 효익을 가진 의료데이터를 개발하거나 구입하는 원가를 추정해 가치를 평가한다. 병원의 데이터 수집·관리·구분 원가를 계산해 경제 지표를 반영,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예도 들었다.
‘수익접근법’은 의료데이터 기반 사업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실현하는지를 가늠하는 가치평가 방법론이다. 기업가치 가운데 데이터 가치에 비중을 주거나 예상 매출액에 데이터 로열티를 반영하는 것, 기업가치에서 데이터 사업에 투자한 금액을 차감하는 그린필드법 등이 있다.
신기현 법무법인 윈스 소속 변호사는 보건의료 데이터와 법률 문제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법이 정한 보건의료데이터의 정의와 변화 사항을 다루고, 이를 토대로 의료데이터 가치평가 시 고려할 점을 함께 찾는 강의였다.
보건의료데이터에는 보건의료정보와 민감정보(개인의 건강, 유전 정보), 진료기록부와 생체 정보(지문, 홍채, 음성 등), 질환 진단·치료·예방·관리에 쓰는 각종 정보가 속한다.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이 개정돼 산업 목적의 연구에 가명 및 익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신기현 변호사는 기업이 의료데이터를 한결 안전하게 활용하고 연구하도록 도울 유형별 가명 처리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어 가명 정보의 판매 범위, 저작권법·데이터산업법·부정경쟁방지법 등 의료데이터를 보호할 각종 법률을 설명했다.
연구회는 이번 웨비나를 시작으로 의료데이터 시장의 토대가 될 가치평가, 산업화 방안을 꾸준히 논의할 예정이다. 강희택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김강욱 특허법인 다해 대표변리사가 경험한 의료 분야의 주의사항, 시장 적용 사례와 함께 2024년에는 병원 내 특화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가치평가, 데이터의 상업 유통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일련의 활동으로 우리나라 의료데이터 시장에 긍정 역할을 전파할 계획도 세웠다.
연구회 위원장인 정준 삼정KPMG 이사는 "연구회는 의료데이터의 가치평가 및 산업화에 중점을 두고 활동한다.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력해 의료데이터의 표준화, 법적 고려사항, 가치평가 모델 개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2023년 대한의료정보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의료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이슈를 다뤘다. 시장에서 유사한 연구들과의 상승 효과를 내고, 의료데이터 시장의 발전에 기여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