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철수로 지각변동 앞둔 스트리밍 시장…갈라파고스 되나
[IT동아 권택경 기자] 트위치의 한국 사업 철수로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트위치 철수와 비슷한 시기에 네이버가 ‘치지직(CHZZK)’으로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 신규 진출하면서 트위치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전망이다.
앞서 트위치는 지난 5일 트위치의 한국 내 사업을 오는 2월 27일부터 종료한다고 밝혔다. 트위치는 1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지난 2014년 아마존이 약 9억 7000만 달러(약 1조 2736억 원)에 인수하면서 아마존의 자회사가 됐다. 국내에는 지난 2017년 공식 진출했지만 6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됐다.
댄 클랜시(Dan Clancy) 트위치 최고경영책임자(CEO)는 타국 대비 10배 수준인 한국 내 망 사용료로 인한 비용 부담을 사업 철수 이유로 들었다. 트위치가 우리나라의 망 사용료 문제를 지적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이미 망 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국내 화질을 720P로 제한한 데다 다시보기 서비스까지 중단하면서 사실상 반쪽짜리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트위치의 국내 사업 철수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였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트위치가 사업 철수 이유로 비싼 망 사용료를 든 게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영 실패로 인한 실적 부진이 국내 사업 철수의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아프리카TV와 같은 경쟁사들이 같은 조건 하에서도 문제없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실제 아프리카TV는 지난해 매출 3150억, 영업이익은 824억 원을 기록 중이다. 반면 트위치가 지난해 국내에 신고한 매출은 약 21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트위치의 국내 시청자 비중을 생각하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숫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트위치의 전 세계 매출과 국내 시청자 비중을 근거로 트위치 코리아의 국내 매출을 2036억 원 수준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그리드 컴퓨팅’이라 불리는 피어투피어(P2P) 전송 기술로 망 사용료 부담을 일부 덜고 있는 국내 업체들과 트위치는 사정이 다른 면도 있다. P2P는 이용자의 컴퓨터를 중계 서버처럼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트래픽을 이용자들에게 일부 전가하는 방식인 셈이다.
아프리카TV는 P2P 전송 활용으로 900억 원대의 망 사용료를 100억 원대까지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지직으로 게임 스트리밍 시장 진출 예정인 네이버 또한 이미 네이버TV나 스포츠 중계 등의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을 위해 P2P 전송을 활용 중이다. 트위치 또한 망 사용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P2P를 시범 도입하기도 했지만, 한국에만 P2P 모델을 도입하긴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트위치 철수의 최대 수혜자, 네이버 될까
트위치의 국내 사업 철수로 난데없이 보금자리를 잃은 스트리머들과 시청자들은 유튜브나 아프리카TV, 신규 서비스인 네이버 치지직 등으로 뿔뿔히 흩어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트위치가 국내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방송은 가능하지만 수익화가 불가능해 트위치에서 활동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당장 대안으로 주목받은 건 기존 경쟁사인 아프리카TV다. 실제 트위치의 국내 사업 철수 발표 당일 아프리카TV가 반사이익을 노릴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기존 트위치 시청층의 선호도가 낮은 점은 아프리카TV가 기존 트위치 수요를 흡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위치와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및 이용자 경험(UX)이 다소 차이가 나는 데다, 선정·퇴폐 방송 혹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방송인들이 많은 플랫폼이라는 일부 부정적인 인식까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스트리머들은 애초에 아프리카의 운영 정책이나 방송 환경에 불만을 품고 트위치로 이적했다는 점도 아프리카TV로의 복귀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결국은 트위치 철수의 최대 수혜자는 네이버가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네이버는 이미 트위치의 사업 철수 공식화 이전부터 트위치 스트리머들과 접촉하며 스트리머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트위치 또한 자사 스트리머들의 치지직 이관하는 방안을 네이버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치를 벤치마킹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UI 및 UX나 기능 면에서 트위치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점도 기존 트위치 이용자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효니, 룩삼 등 인챈트 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트리머들과 양띵크루 등 대형 인기 트위치 스트리머들 일부는 이미 네이버 치지직로의 이적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미 많은 스트리머들이 팬과의 소통을 위해 네이버 카페를 활용 중이라 점도 네이버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네이버 카페, 네이버 쇼핑, 네이버 멤버십, 네이버 페이 등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달 19일부터 치지직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정식 서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치지직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사실상 국내 트위치 생태계가 치지직으로 그대로 이전되는 일종의 ‘손바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 스트리밍도 ‘갈라파고스화’ 사례로 남게 돼
당장 유력한 대체 서비스의 등장으로 트위치 이용자들의 불편은 제한적일 전망이지만, 그럼에도 잃는 게 없는 건 아니다. 전 세계적 방송 생태계를 구축하며 게임 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플랫폼에서 국내 이용자들만 유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이용자들은 게임사들이 트위치를 통해 펼치는 드롭스(시청 보상) 등의 무상 아이템 이벤트에도 접근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게임 방송을 통해 해외 게임 이용자나 개발자들과 방송을 매개로 직접 소통할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서비스들이 국내 특유 인터넷 환경이나 규제 등의 문제로 자리 잡지 못하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지닌 토종 서비스로 대체되는 갈라파고스화의 사례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분야까지 늘어나게 된 셈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