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대 S-Run]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상품화…시제품 제작 지원으로 달성
‘[과기대 S-Run]’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전문랩)’에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현장 스토리입니다.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은 창작 활동 공간을 전국에 조성해 메이커 문화를 확산하고, 제조창업 저변 확대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에 IT동아가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을 통해 도전하는 예비창업자 및 팀들의 모습을 전하고, 그들의 고민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기업의 상품이 소비자를 만나기까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품질을 검증할 시제품 제작이다. 각 기업은 시제품을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결점을 보완하며 발전을 거듭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상품화는 시제품 제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제조(예비)창업가의 창업과 사업 정착 돕는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예비)창업가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조 분야 창업과 사업 정착을 돕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도 그 중 하나다. 지난 5월부터 선별된 제조 분야 (예비)창업가를 대상으로 창업교육과 상품성 진단, 비즈니스 모델 컨설팅 등의 지원을 펼치며 사업 정착을 돕고 있다.
서울과기대는 지난 10월부터 제조 분야 예비 창업자 15팀을 대상으로 사업 아이템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제품 개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15팀을 ▲금형사출 ▲시제품제작 ▲제어계측장치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업 ▲제품디자인업 ▲전기전자 PCB 기구설계 등 6개 업종으로 분류, 다수 경험을 지닌 멘토를 분야마다 매칭해 집중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IT동아는 해당 15팀 중 8팀을 선정, 업종별 분류에 따라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다. 네 번째 인터뷰 대상은 전기전자 PCB 기구설계 분야에 속하는 기업 ‘슬리피’다. 서정화 슬리피 대표를 만나 상품 아이디어와 시제품 개발 계획에 관해 들어봤다.
수면 유도 촉진할 디지털 귀마개 개발 기업 ‘슬리피’
서정화 대표는 서울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매일 환자를 마주하는 그는 화학적 마취제를 대신해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마취 혹은 진정 효과를 보이는 디지털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기기를 바탕으로 실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서정화 대표는 “막상 창업을 결심하고 기업 설립 과정을 겪어보니 모든 것이 생소했다. 막연히 몇가지 아이템을 떠올리며 전전긍긍하던 와중에 서울과기대의 지원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특히 아이템의 상품화 가능성을 전문가가 진단하니 머릿속 컨셉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소싱디렉팅 및 제품개발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으며 시제품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화 대표는 시행착오 끝에 어떤 아이템의 제품화를 추진 중일까.
그는 “슬리피의 첫 번째 아이템은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면 유도 촉진 디지털 귀마개 ‘슬리비(Sleeby)’다. 기존 슬립테크 기기들은 대부분 스마트폰과 연동된 앱 기반으로 작동하는 반면 슬리비는 기기 단독으로 작동한다”며 “불면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취침 전 스마트폰 조작인데 슬리비는 양쪽 귀에 꽂기만 하면 사용 가능한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서정화 대표는 이어 “슬리비는 뇌파동조화(Brainwave entrainment)와 신경조절(Neuromodulation) 기술을 활용해 빠르고 편하게 수면 유도를 촉진한다. 우리가 여러 가지 활동을 할 때 다양한 뇌파와 신경전달 물질이 활성화된다. 뇌파동조화와 신경조절은 특수한 외부 자극을 통해 뇌파와 신경전달물질의 활성도를 변화시키는 개념”이라며 “예컨대 잠을 잘 때는 낮은 주파수의 델타파나 세타파 뇌파가 많이 나오고,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활성도가 증가한다. 이때 뇌파동조화와 신경조절 기술을 통해 수면 중에 많이 관찰되는 뇌파와 신경전달물질의 활성도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면 우리 몸의 상태가 수면 중 상태와 비슷하게 바뀌게 되고 서서히 몽롱해지면서 잠이 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뇌파동조화와 신경조절과 관련된 기술은 청각, 시각, 촉각, 전기, 자기력 등 여러 가지가 있고, 각 분야에도 여러 가지 세부 기술들이 존재한다. 이 중 가장 안전하고 기술 적용이 용이한 청각 자극, 그중에서도 양이성 음향(Binaural beats)을 슬리비에 적용했다”며 “물리적 성질이 거의 같지만 주파수만 조금 다른 청각 자극을 양쪽 귀에 독립적으로 제공하면, 그 두 가지 청각 자극의 주파수 차이만큼, 주파수를 가지는 새로운 자극이 뇌 속 청각신경 전달체계에 발생하는데 이를 양이성 음향이라고 한다. 이 양이성 음향의 주파수를 수면 중에 많이 활성화되는 뇌파 주파수로 구현하면, 뇌파동조화가 일어나면서 서서히 잠이 온다. 슬리비는 이러한 원리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수면제를 복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디지털 귀마개로 도움 주고파”
슬리비는 불면증 환자뿐만 아니라 수면제를 복용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컨대 임산부, 수유부, 약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간이나 콩팥 등에 질환이 있어서 약물 복용에 제한이 있는 사람들이다.
서정화 대표는 “일반인의 불면증 발생률은 약 30%인데 반해 임산부의 불면증 발생률은 70~80%에 달한다. 임산부를 슬리비의 주요 1차 타깃층으로 삼은 이유”라며 “슬리비는 취침 시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중에, 직장이나 학교에서 짬을 내 짧은 시간 효과적으로 수면하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도 유용하다. 항공기나 기차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할 때, 미용 시술이나 발치 등 간단한 시술을 받을 때 수면 및 불안감 감소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B2C뿐만 아니라 항공사, 병의원 등을 대상으로 B2B 마케팅과 영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기 창업 기업인 슬리피가 현재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서정화 대표는 “우리 팀은 그동안 임상연구와 R&D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창업 관련 지식과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 시제품 개발과 양산, 마케팅, 경영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조언을 얻고 있지만, 기업에 걸맞도록 우리 팀 자체 역량을 키우고, 유능한 팀원을 계속 영입하는 것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연말에 슬리비의 워킹 목업(Working Mock-up) 시제품 제작이 완료될 예정이다. 시제품 디자인과 성능 등을 직접 테스트하고 개선 및 보완할 점을 반영한 후에 곧바로 양산 과정에 돌입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본을 확보함과 동시에 홈페이지와 자사몰 제작, 블로그 체험단 운영, SNS 등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서정화 대표는 “수면 유도 촉진 제품인 슬리비의 인지도를 높여 유의미한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단기 목표다. 이후 지속적인 R&D를 통해 수면 유도 효과를 높여 진정과 마취 효과까지 발현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디지털 수면제와 디지털 마취제로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수면과 마취 영역에서 일반인과 의료인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슬리피처럼 다양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관계자는 “그간 여러 열정적인 창업가들이 서울과기대의 지원 속에 시제품 제작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창업교육센터’, ‘창업사업화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창업메이커지원센터’, ‘LINC3.0’ 사업 등 창업 전담 조직을 통해 예비 창업가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업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사업 중 예비창업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 그리고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혁신가들의 도전을 뒷받침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