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에그까지 그대로 베껴"…케이스티파이, 디자인 도용 논란
[IT동아 권택경 기자] 유명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 업체인 케이스티파이(CASETiFY)가 법적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타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제품 디자인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케이스티파이는 지난 2011년 홍콩에서 설립된 업체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SNS 마케팅,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활발히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스마트폰 케이스와 스킨을 제조하는 디브랜드(Dbrand)는 지난 24일 케이스티파이가 자사 제품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캐나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디브랜드는 케이스티파이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제품군이 자사의 ‘티어다운(Teardown)’ 제품군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티어다운은 스마트폰 내부 부품을 표현해 마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디자인의 케이스다. IT 기기 제품 분해(Teardown) 영상으로 유명한 유튜브 채널 ‘제리릭에브리띵(JerryRigEverything)’과 디브랜드가 협업해 제작했다.
케이스티파이의 인사이드 아웃도 티어다운처럼 기기 내부 부품이 들여다보이는 듯한 착시를 주는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군이다. 문제는 케이스티파이가 인사이드 아웃을 제조하기 위해 직접 스마트폰을 분해해 부품을 촬영하거나 스캔하는 대신, 디브랜드의 티어다운 제품 이미지를 무단으로 도용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제리릭에브리띵 채널을 운영하는 잭 넬슨(Zack Nelson)과 디브랜드에 따르면 티어다운 케이스는 실제 스마트폰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부품 단위로 스캔한 뒤 이를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에 적용했을 때 보기 좋게 변형하는 세부적인 편집 과정을 거친다. 디브랜드는 이 과정에서 실제 스마트폰 부품에는 없는 숨겨진 요소를 넣기도 했는데, 케이스티파이의 제품에도 이 이스터에그(재미로 숨겨놓은 메시지나 이미지)들이 그대로 발견된 것이다.
예컨대 케이스티파이의 '삼성 갤럭시 S23 울트라' 케이스에는 디브랜드의 제품과 동일한 ‘유리는 유리일 뿐, 결국 깨진다(Glass is Glass, and Glass Breaks)’라는 문구가 숨어있는데, 이는 잭 넬슨의 말버릇에서 따온 문구다. 당연히 실제 갤럭시 S23 울트라 내부에는 없는 문구다.
'구글 픽셀 7 프로 케이스'에도 배터리 용량이 11.11Wh(와트시)로 표기가 되어 있는데, 이는 실제 배터리 용량(19.25Wh)가 아니라 디브랜드의 설립일인 11월 11일을 표시한 것이다. 잭 넬슨은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는 유튜브 영상을 게시하며 “아마 케이스티파이는 제품을 직접 분해하지도 않아서 이 사실을 알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디브랜드 로고나 디브랜드 설립일인 11.11, 디브랜드의 X(구 트위터) 고객 지원 계정 이름인 로봇(ROBOT)을 표현한 ‘R0807’ 등 여러 제품군에 걸쳐 디브랜드가 곳곳에 숨겨놓은 이스터에그가 케이스티파이 제품에도 동일하게 발견됐다.
잭 넬슨은 “티어다운 제품을 베끼려 한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케이스티파이는 구멍가게가 아니라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라면서 “그들의 규모와 현금 흐름을 고려하면 왜 직접 제품을 사서 분해하고 작업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마음에 들어 했을 것이다. 경쟁은 멋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케이스티파이는 논란이 불거지자 “당사에 대한 저작권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이라면서 문제가 된 제품들을 홈페이지에서 모두 내렸다. 하지만 사과문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들 반응은 싸늘하다. 도용 정황에 대한 증거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된 상황에서 디브랜드의 주장을 의혹(Allegation)으로 표현한 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유명 IT 인플루언서인 마르케스 브라운리(Marques Brownlee)는 케이스티파이의 입장문에 “의혹이라니 웃기다”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케이스티파이가 “의혹이 불거졌을 때 우리 웹사이트를 방해한 디도스(DDoS) 공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힌 것도 논점 흐리기라는 빈축을 샀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