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용 어디까지 허용되나…세계보도사진전이 제시한 기준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그림, 사진, 영상 등 예술 창작의 정의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보도사진 업계에도 한차례 AI 논쟁이 오갔다.

더버지에 따르면 세계보도사진재단(World Press Photo Foundation)은세계보도사진전(World Press Photo Contest)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품의 출품을 금지한다는 새 규정을 지난 20일 발표했다.

세계보도사진전은 포토저널리즘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보도사진전으로 단일 사진, 연작, 장기 프로젝트, 열린 형식 네 가지 부문에서 시상한다. 세계보도사진재단은 당초 올해 출품 규정을 발표하면서 열린 형식 부문에서는 생성형 AI를 일부 활용하는 걸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AI로만 생성한 이미지는 허용되지 않지만, 실제 렌즈로 촬영한 사진에 AI 생성 이미지를 일부 통합하는 정도는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재단이 당초 열린 형식 부문에만 생성형 AI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건 열린 형식이 혁신적 기술, 비전통적 표현 방식, 스토리텔링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등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문이기 때문이다. 재단은 “기존 수상작들도 그래픽 요소와 텍스트를 덧붙였다”면서 “비사진적 요소를 만들 때 사용하는 도구에 제한을 두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AI 허용 이유를 설명했었다.

생성형 AI로 빈 공간을 채우는 어도비의 포토샵의 기능 / 출처=어도비
생성형 AI로 빈 공간을 채우는 어도비의 포토샵의 기능 / 출처=어도비

재단이 입장을 바꿔 생성형 AI 사용 작품의 출품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건 사진기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보도사진전 규정에 따르면 단일, 연작, 장기 프로젝트 분야에서는 사진작가가 현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사건을 재현하거나 장면을 연출하는 행위까지도 조작으로 간주해 금지한다. 이처럼 조작에 엄격한 게 보도사진 분야인데, 아무리 형식적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열린 형식 부문이라고 해도 생성형 AI 사용까지 허용하는 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사진으로 담아 전하는 보도사진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재단은 생성형 AI 허용 방침 철회 소식을 밝히며 "지난 며칠 간의 솔직하고 사려 깊은 피드백에 감사하다"면서 "이는 정확성과 신뢰성이라는 우리의 오랜 가치와 일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보도사진재단은 이번 해프닝과 별개로 AI 편집 도구 사용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했다. 현재 주요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AI 기반 자동 편집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어디까지를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재단이 밝힌 규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사진 전체에 큰 변화를 일으키거나 새로운 정보를 넣고 빼는 등의 행위만 아니라면 AI 편집 도구 사용이 허용된다. 예컨대 노이즈 제거나 색상· 대비·레벨 등의 자동 조정, 개체 선택 기능 등 기능은 허용 대상이다. 반면 AI로 생성한 이미지로 빈 곳을 채우는 생성형 채우기(Generative Fill) 같은 기능은 금지된다. 당연히 전체를 이미지로 생성한 사진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

재단은 해상도를 높여주는 업스케일링 기능 또한 생성형 AI가 활용된다면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 출처=셔터스톡
재단은 해상도를 높여주는 업스케일링 기능 또한 생성형 AI가 활용된다면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 출처=셔터스톡

재단은 생성형 AI 기반 업스케일링 도구도 사용을 금지했다. 업스케일링은 영상이나 사진의 해상도를 원본보다 크게 만드는 걸 말한다. AI 활용 업스케일링 기능은 화소 사이 빈 공간을 AI가 생성해 채워 넣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재단은 이를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어도비 슈퍼 해상도(Adobe Super Resolution)이나 토파즈 포토 AI(Topaz Photo AI) 같은 기능이 구체적 예시로 제시됐다.

더버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오늘날 사진을 구성하는 요소를 정의하는 건 선도적인 포토 저널리즘 조직에도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도 이번 재단의 지침이 “AI 예술과 포토저널리즘 사이에 더 큰 격차를 두려는 환영할 만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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