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비즈니스 스타트업과 대학 간 '산학 협력의 장' 살펴보니
[IT동아 김동진 기자] 분야별 스타트업이 데이터 분석과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대학과 더불어 연구 협업 방안을 모색하는 ‘산학 협력의 장’이 열렸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BK21 데이터사이언스와 비즈니스 포텐셜 교육연구단이 지난 17일, 분야별 국내 혁신 스타트업 6개사를 초청해 서울 공릉동 서울과기대 테크노큐브동 12층 큐브홀에서 '2023 SEOULTECH 데이터 비즈니스 네트워킹 데이'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데이터플랫폼(마크앤컴퍼니) ▲에듀테크(오누이) ▲인공지능(슈퍼브에이아이) ▲스마트제조(인터엑스) ▲블록체인(람다256) ▲디지털헬스케어(루닛) 등 분야별 스타트업 관계자와 교육연구단 소속 교수 및 연구원, 학생을 포함한 대학 관계자가 참석했다.
유니콘에서 켄타우로스 기업으로 투자 방향 변화…핵심은 스타트업 데이터 활용
강연의 시작은 조현명 마크앤컴퍼니 이사가 맡았다. 마크앤컴퍼니는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혁신의 숲’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스타트업 관련 재무정보와 고용현황, 투자유치 이력 등 90여개 정량적·정성적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혁신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돕는다. 이 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에이터(팁스 운영사)이기도 하다.
조현명 이사는 “최근 투자 유치 환경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위험을 감수해 회사를 키워 압도적으로 경쟁 우위를 선점하는 ‘유니콘 기업’ 육성 전략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반복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켄타우로스 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장 좋은 투자는 망하지 않는 투자라는 원칙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이 같은 투자가 가능케 하는 기술이 데이터 기반 기업 분석이다. 이미 해외 투자 업계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명 이사는 이어 “마크앤컴퍼니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분석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혁신의 숲을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각 데이터는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며 최신 사항을 반영하는 동시에 원하는 기준으로 필터링해 분류도 가능하다”며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과거와 현재를 객관적인 수치로 파악한 후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명확한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경쟁 기업의 동향 파악뿐만 아니라 대기업 데이터까지 확인하며 단계별 성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교육 플랫폼·AI 모델’ 개발 사례
이어서 분야별 스타트업의 연사가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먼저 최재명 오누이 연구원이 에듀테크 분야 데이터 활용 사례를 주제로 실시간 질의응답 서비스 ‘오누이’와 1:1 온라인 과외 서비스 ‘설탭’을 소개했다.
최재명 연구원은 “오누이는 오빠와 누나는 이렇게 공부한다는 의미를 담아 2016년에 설립된 교육 플랫폼 기업이다. 기술을 활용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 도서지역 학생이라도 고품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기존에는 원하는 선생님을 찾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오픈 플랫폼에 등록된 정보를 하나하나 검색해야 했지만, 오누이는 학생과 선생님의 데이터와 과거 수업 이력을 기반으로 최적의 자동 수업 매칭 시스템을 적용해 불편함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블릿을 활용한 1:1 과외 서비스 설탭을 통해 선생님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수업 화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다”며 “과외 수업 후에는 선생님과 주고받은 음성과 필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업 요약 강의노트를 생성하는 AI 시스템도 맞물려 작동한다. 자체 개발한 KC(Knowledge Componenet)를 기반으로 학생의 현재 학습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해 맞춤화한 문제를 제공, 학업 성취도 제고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계현 슈퍼브AI CRO는 인공지능 분야 데이터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슈퍼브AI는 AI 도입과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데이터 분석과 관리, 시각화 등의 제반 작업을 지원하는 AI 전문 기업이다.
김계현 슈퍼브AI CRO는 “자사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대규모 라벨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라벨링·검수 자동화 기능(슈퍼브라벨)과 고품질 데이터 구축을 위한 데이터 검색·분석·선별 기능(슈퍼브 큐레이트), 전문 인력과 인프라 없이도 모델 학습과 배포, 모니터링이 가능한 기능(슈퍼브 모델)을 개발해 플랫폼을 구성했다”며 “각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정확하게 관련 데이터를 구축해 AI를 활용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김계현 CRO는 이어 “일례로 태양광 제조 B사는 제조 과정에서 양품과 불량품을 분류하는 AI 도입을 원했는데, 불량품이 전체 데이터의 1% 정도여서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불량 종류를 나누는 과정에서 모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양도 부족했다”며 “자사 플랫폼을 도입한 후 클래스별로 불량 종류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임베딩을 활용해 데이터를 불량 종류별로 구분한 뒤 데이터 증강 기법으로 부족한 불량 데이터를 확보했다. 덕분에 100시간 이상 걸리던 불량 검수 시간을 10시간 미만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마트제조·블록체인·디지털헬스케어’도 데이터가 혁신 이끌어
스마트제조와 블록체인,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도 데이터 활용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정하일 인터엑스연구소장(서울과기대 기술경영대학 조교수)은 스마트제조 분야 데이터 활용 사례를 전했다. 인터엑스는 제조공정에 AI와 디지털 트윈 등의 기술을 적용,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진행,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방식으로 더 나은 선택을 돕는 기술이다.
정하일 연구소장은 “제조 공정에서 활용하는 여러 설비는 각각의 프로토콜과 언어 체계를 지녔기 때문에 제각각의 방법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운영한다. 데이터 연결성과 상호호환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라며 “가상 공간인 디지털 트윈에 현실 속 제조 설비의 쌍둥이를 구현하면 실시간으로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고, 추적 가능한 데이터로 통신도 가능하다. 가상 공간에서 설비를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불량이 발생해도 직접 설비를 조작하지 않고 가상 공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작업자의 안전 확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 연사로 나선 이재원 람다256 이사는 블록체인 분야 데이터 활용 사례를 전했다. 람다256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기술 자회사로,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를 개발한 기업이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내역을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이재원 람다256 이사는 “기존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PoW, PoS)은 확장성과 효율성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거래 내역을 노드에 올렸을 때, 모든 노드에게 합의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합의 알고리즘에 AI 기술을 접목하면,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 여부도 블록체인의 투명성으로 검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원 이사는 이어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다양한 이슈를 생산하고 있다. 예컨대 AI가 만든 창작물과 원 저자 간 저작권 이슈가 있다”며 “AI가 만든 창작물의 기반을 제공한 원 저자에게 토큰과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역시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으로 가능한 일이며, AI가 학습해서는 안 되는 데이터와 학습해야 하는 데이터를 구분하는 데 해당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승균 루닛 CPO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데이터 활용 사례를 전했다. 루닛은 AI 기반 암 진단 솔루션 개발 기업으로, 흉부 엑스레이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인사이트 CXR’과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등을 공급하고 있다.
박승균 루닛 CPO는 “사람의 신체는 3차원인데 기존 X선 촬영은 2차원이므로 암 진단을 어렵게 했다. 폐암의 경우 1,2기 진단 시 5년 생존율이 73%인데 3,4기 진단 시 18%로 뚝 떨어진다. 유방암의 경우도 1,2기 진단 시 5년 생존율은 96%인 반면 3,4기 진단 시 65%”라며 “이처럼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의료 분야에 AI 기술을 적용, 빠른 진단과 치료를 돕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의료진이 루닛의 AI 영상 분석 솔루션을 통해 놓쳤던 암을 잡아내고 있으며, 이달을 기준으로 루닛 AI 솔루션을 도입한 의료기관 수는 글로벌 3000곳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박승균 CPO는 이어 “미국 식품의약청 허가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의 문도 두드릴 예정이다. 앞으로도 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이 주도하는 의학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전진할 것”이라며 “특히 조기진단과 치료에 기여해 AI 기술로 암 정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각 연사들의 강연이 끝난 후 분야별 스타트업과 서울과기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간 산학협정 체결식도 개최됐다. 이날 참석한 산학은 데이터사이언스 분야 공동연구와 인재 양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학연 서울과기대 BK21 데이터사이언스 교육연구단장은 "각 분야 스타트업과 함께 데이터사이언스 분야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인재 양성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데이터사이언스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 최신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산학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해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