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재활용 흡음재로 유니콘 꿈꾸는 '노이즈엑스'
[IT동아 남시현 기자]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경기가 정체하고 있지만, 제조 창업에 대한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경기가 활황일 때는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등 무형의 자산에 투자가 집중되었지만, 경기가 어려운 최근에는 뚜렷하게 상품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 경우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무형의 자산 자체가 위험 부담이 있는 만큼, 상품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업에 상대적으로 시선이 쏠리는 것이다.
지난 22년 12월 16일 창업한 노이즈엑스 역시 대세에 잘 편승한 사례다. 노이즈엑스는 과기대 출신 양영광 대표와 허성욱 CTO, 송승환 CCO가 공동 창업한 제조 스타트업으로, 재활용 및 기타 소재를 활용한 흡음재를 취급한다. 노이즈엑스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탄소 저감을 만족하면서도, 인테리어와 상업용 가치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건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인터뷰한 시점에는 법인 설립을 앞둔 예비 창업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호반건설의 초기 투자와 더불어 창업진흥원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지원,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팁스(TIPS)에도 선정될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약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괄목할 만큼의 성장을 이뤄냈는지 다시 한번 양영광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재활용 흡음재’로 제조 창업 시작한 노이즈엑스
양영광 대표(이하 양 대표)에게 그간의 설명을 부탁했다. 양 대표는 “초기 아이템이었던 벽면 흡음재는 양산 단계에 접어들어 대량 생산의 전 단계에 이르렀고, 호반건설 본사 사무실을 비롯한 다양한 도입 사례를 만들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업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천장 흡음재로 사업을 넓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이즈엑스의 결정에는 시장의 규모와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테크나비오가 집계한 2021년 전 세계 방음재 시장 규모 예상치는 약 137억 8천만 달러(약 1827억 원)원 수준이며, 국내로 한정 짓는다면 규모가 더 작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층간소음이라는 특수성이 크게 작용하고, 또 단순 방음재보다 고품질의 흡음, 방음 소재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나 대다수 층간소음 소재가 바닥재인 반면, 노이즈엑스는 천장 자재여서 중복 납품할 수 있다. 틈새시장을 잘 찾아서 들어간 것이다.
허성욱 CTO(최고 기술 책임자)에게 노이즈엑스 제품의 특장점과 경쟁력을 물었다. 허 CTO는 “벽면 및 천장 마감재는 모두 내수성과 방염 성능까지 확보해서 제작하고 있으며, 100% 종이 소재를 다중 계층(레이어) 형태로 겹쳐서 만들고 있다. 또한 ESG 지속적인 자원 순환을 위해 초기부터 지금까지 재활용 소재를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폐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것이다”라며 가볍게 설명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현재 층간소음 측정은 대체로 중량 충격음을 기준으로 하며, 이 역시도 천장보다는 바닥이 기준이다. 기존 데이터로는 다공질형 흡음재나 유리 섬유 등이 쓰이는데 이 소재로는 중 고주파음밖에 잡지 못한다. 반면 우리 제품은 다중 계층으로 넣어서 100Hz 미만의 저주파음도 잡아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본격 도입되면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라고도 말했다.
“경제성이 곧 경쟁력··· 마케팅도 활발히 시도”
물론 시장에서는 흡음 플라스터, 미네랄 울, 락울 등 다양한 천장용 흡음재가 오래전부터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재활용 소재라는 특성, 그리고 종이 소재 특유의 경제성이 노이즈엑스의 강점이다. 시장 조사나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는 송승환 CCO(최고 고객 책임자)가 답했다.
송 CCO는 “경쟁사 제품 비교와 더불어 현장 조사도 하고 있지만, 층간소음에 한정해서는 주목할만한 경쟁사가 없다. 또 친환경적인 소재라는 점,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건축 시장 특성 등이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층간소음과 관련해서는 가장 시장 규모가 큰 편이지만, 코트라(KOTRA)를 통해 일본의 재생용지 기업이나 콜롬비아 바이어 등과도 연락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보니 개인이나 인테리어 업계보다는 대규모 건설 현장 등에 주로 영업, 마케팅 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제품 경쟁과 관련해 양동준 연구원은 “국내 내수시장의 제품은 물론 해외 제품과 관련된 논문, 특허 등을 면밀히 조사해 기술을 분석했고, 그 결과 독자성을 인정받아 중기부 팁스에도 선정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빙하기에도 투자 이끌어낸 저력, 그 배경은?
양 대표는 노이즈엑스의 투자가 노력한 결과보다도, 많은 이들의 도움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하는 캠퍼스 유니버시아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 시작이지만, 한국공학한림원 소속 교수들의 멘토링, 지도 교수이자 서울과기대 총장인 이동훈 교수의 기술적인 도움도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 역시도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도움이 컸다. 올해 7월 호반건설 사옥에 흡음재 시공을 했는데,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면서 두 달 만에 호반건설로부터 투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중기부 팁스 선정도 과기대에서 소개를 받았다. 창업지원단이 꾸준히 멘토링, 법률 자문, 세무, 회계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고 있는 덕분에 이뤄낼 수 있던 결과다”라고 답했다.
이 과정을 모두 함께한 허성욱 CTO와 송 CCO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허 CTO는 “우리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천장재 사업으로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 성공할 때까지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고, 송 CCO도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라고 생각하진 않고, 많은 이들의 도움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력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2023년 11월 현재 노이즈엑스는 호반건설의 시트투자와 중기부 팁스 이외에도 국내 주요 건설사 두 곳과도 논의하고 있다. 노이즈엑스의 내년 목표는 어떨까. 양 대표는 “내년에 호반건설이 분양하는 1천 세대 규모의 단지에 우리 제품을 시범 적용하고, 층간소음 저감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프리 A 투자까지는 이루고, 자금력과 데이터를 토대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가능한 많은 건설사와 만나고, 층간소음의 해결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