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비 시대 저물고, 가우스 온다'··· 삼성도 생성형 AI에 도전장
[IT동아 남시현 기자] 삼성전자도 오픈 AI의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하 AI)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8일 서울 R&D 캠퍼스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23’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를 공개하며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삼성 가우스는 정규분포 이론을 정립한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의 이름을 딴 생성형 AI 모델로, 텍스트를 생성하는 삼성 가우스 랭귀지와 코드를 생성하는 삼성 가우스 코드, 이미지를 생성하는 삼성 가우스 이미지 세 가지 모델로 나뉜다.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 시장 흐름에 대응 성향 강해
이번 포럼에서 공개된 세 가지 모델은 이미 여러 기업들에서 출시해오고 있는 생성형 AI와 유사하다. 언어 모델의 경우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 형태가 각각 출시된다. 클라우드는 GPT나 빙 AI처럼 인터넷 연결을 통해 데이터를 가져오는 생성형 AI로, 정확하고 방대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인터넷 연결이 필수라는 한계가 있다. 반면 온디바이스 형태는 스마트폰 안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므로 데이터는 국소적이지만, 보안 측면에서 안전하다는 특성이 있다.
설명에서는 메일 작성이나 문서 요약, 번역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만 소개됐는데, 온디바이스 방식의 이점을 살린 생성형 AI가 등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AI 기능을 통해 외국어로 통화할 때 자동으로 실시간 통역 통화하는 기능을 선보인다. 외부 앱을 쓰지 않는 데다가, 상대방이 갤럭시 AI 폰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이 알아서 통역하고 전달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능은 온디바이스로 처리하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도 안전하다.
코드의 경우 사내 소프트웨어 개발에 최적화된 AI 코딩 어시스턴트 ‘코드아이(code.i)’라는 서비스 형태로 소개된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코딩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필요한 코딩 업무를 주문하는 식이다. 이는 2021년 출시된 GPT-3 기반의 깃허브 코파일럿과 유사한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많은 코딩 AI가 저작권과 관련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어서, 삼성전자가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미지수다.
이미지 모델은 DALL-E나 스테이블 디퓨전과 비슷한 이미지 처리 AI다. 다만 현재도 이미지 생성형 AI는 포화 시장이고, 여러 법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향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소개해서도 기존 이미지를 수정하거나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용도 등으로 소개한 만큼, 사진 및 동영상 편집이나 그에 준하는 활용도를 선보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온디바이스, 성공한다면 시장 선점효과 누릴 것
삼성전자가 비교적 늦게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GPT4를 비롯한 대다수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면, 서버에서 데이터를 처리한 다음 다시 받는 방식이다. 인터넷 연결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반면 온디바이스 방식은 기기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인터넷이 없어도 작은 기능들은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기능들이 주목할만한 성과를 낸다면, 그 자체만으로 스마트폰의 성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인텔과 AMD 역시 올해 중순에 들어 온디바이스 형태의 AI 출시에 가닥을 잡았다. AMD는 지난 5월, 윈도우용 노트북 프로세서에 AI 연산 기능인 ‘AMD 라이젠 AI 엔진’을 추가한 CPU 시리즈를 선보였다. 인텔 역시 오는 12월 중순에 노트북 프로세서에 AI 처리 엔진을 추가한 새로운 브랜드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기업의 제품이 시장에 출하되면 본격적으로 소비자가 소프트웨어 등에서 온디바이스로 AI를 처리하는 방식이 대중화된다.
주요 기업들이 이제 막 서비스 시작을 눈앞에 둔 만큼, 삼성전자가 내년 초 갤럭시 S24에 AI 기능을 탑재하고 출시해도 늦지 않는 셈이다. 특히나 경쟁사인 애플은 아직까지 생성형 AI에 투자하고 있다는 소식만 있을 뿐, 공식적으로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가 없다. 따라서 그전까지는 삼성 가우스가 스마트폰용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열고 개척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문제는 활용도다. 2017년을 전후로 등장한 빅스비도 인공지능 기능이다. 빅스비는 클라우드를 활용한 챗봇이며, 간단한 명령어나 검색 등을 수행한다. 음성 인식 기능과 활용도 측면에서는 진보를 이뤘지만 이 기능이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 정확도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라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잘 활용하지 않아서다. 삼성 가우스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빅스비와 다르지 않은 흐름을 보여줄 것이다.
돈 먹는 하마 된 생성형 AI, 그렇다고 안하자니 계륵
생성형 AI의 판도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윈도우가 오픈AI를 인수하던 시점만 하더라도 생성형 AI가 검색 엔진을 지배하고, 차세대 기술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파다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부족하고, 아주 느리고 점진적으로 변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서버용 그래픽 카드의 가격 폭등과 전력 사용량의 증가로 생성형 AI 자체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점유율 선점이나 미래 투자 측면을 제외한 사업적 이점은 매우 희석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시되는 방식이 바로 온디바이스 AI다. 대다수 생성형 AI가 서버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고 부담하는 방식이고, 이를 운영하는 비용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소비자 개개인의 장치로 처리를 분산해서 비용은 줄이고, 활용 폭은 넓히겠다는 취지다.
삼성 가우스도 이런 맥락을 모두 고려한 끝에 등장한 AI다. 종속 관계를 고려하면 타사 생성형 AI를 도입하기는 곤란할 것이고, 수익성만 보자면 도전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시장 잠재력을 생각하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제 막 도전장을 내민 삼성 가우스가 스마트폰용 AI 시장을 선도하는 흐름이 될지, 아니면 빅스비의 대체제로 인식될지는 얼마나 사람들이 활용할지에 달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