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샤양 게임에서 필수된 DLSS, 엔비디아 왕좌 굳힌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엔비디아가 게이밍 GPU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다. 인공지능을 앞세워 최신 게임 그래픽 기술의 패러다임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덕분이다.
시장조사기관 존 페디 리서치(Jon Peddie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2분기 PC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68%로, 각각 18%와 14%를 차지한 인텔과 AMD를 압도했다. AMD는 13%였던 1분기보다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6%나 점유율을 잃었다. 사실상 PC GPU 시장은 엔비디아 1강과 AMD, 인텔 2약 체제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이같은 엔비디아의 강세는 앞으로도 굳건할 전망이다. 최근 부쩍 활용도와 의존도가 높아진 그래픽 업스케일링 기술에서 엔비디아의 우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업스케일링은 화상 해상도를 원본보다 높여주는 기술이다. 처음부터 고해상도 화상을 구현하는 것보다 더 효율이 높아 비교적 낮은 성능으로도 고품질 화상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엔비디아는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 AMD는 FSR(FidelityFx Super Resoultion), 인텔은 XeSS(Xe Super Sampling)라는 이름으로 각각 업스케일링 기술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성능과 기술력 측면에서는 엔비디아의 DLSS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AI 딥러닝을 활용해 해상도를 올려줄 뿐만 아니라 화상과 화상 사이에 AI로 생성한 화상을 끼워 넣어 더 부드러운 화면도 구현한다. 지난 9월에는 레이트레이싱(광선 재구축) 및 패스트레이싱이 적용된 화상의 품질과 성능을 개선하는 광석 재구축 기술이 포함된 최신 버전인 DLSS 3.5를 출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자사 그래픽카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독점 기술을 앞세워 경쟁 우위를 점한 건 전례가 없었던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엔비디아는 물리 엔진인 피직스(PhysX)를 앞세우며 제품을 차별화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눈요깃거리를 제공해 주는 정도에 그쳤던 피직스와 달리 DLSS는 사실상 필수 기술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남다르다. 최근 게임들의 성능 최적화가 사실상 DLSS 사용을 전제로 이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카탄자로(Bryan Catanzaro) 엔비디아 딥러닝 응용 연구 부문 부사장은 지난 9월 게임 기술 분석 전문 매체 디지털 파운드리(Digital Foundry)와의 대담에서 앞으로 점차 고해상도를 원본 그대로 출력하는 네이티브 해상도(원본 해상도) 대신, AI로 고해상도, 고품질 그래픽을 구현하는 AI 렌더링(Rendering)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카탄자로는 네이티브 해상도에 구식 광원 기술을 조합한 화면보다 AI 렌더링에 패스트레이싱을 조합한 화면이 훨씬 더 현실적인 화상을 구현한다는 걸 강조한다. AI를 활용하는 게 그래픽 품질을 올리는 더 효율적이고 똑똑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그 사례 중 하나로 카탄자로가 제시하는 게 CD프로젝트의 ‘사이버펑크2077’이다. 사이버펑크2077은 지난 4월 패스트레이싱을 도입한 바 있다. 패스트레이싱은 빛의 물리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사실적인 빛과 그림자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기존 레이트레이싱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기술이다. 기존에는 연산량이 높아 실시간으로는 구현이 어려웠지만 DLSS를 통한 연산 효율 개선 덕분에 실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의 성능을 낼 수 있게 됐다.
카탄자로는 “DLSS 3.5는 사이버펑크2077을 네이티브 렌더링보다 더 아름답게 만든다”면서 “ AI는 장면을 어떻게 렌더링할지에 대한 더 똑똑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DLSS와 프레임 생성 기술을 쓴 사이버펑크2077의 프레임이 기존 그래픽 프레임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렌더링이 보편화된다면 아무리 경쟁사들이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을 내놓아도 경쟁에서 쉽사리 우위를 차지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게임 매체 PC게이머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게임 그래픽 분야에서의 엔비디아 경쟁자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