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트레비어 “수제맥주 양조장을 통해 문화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지원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트레비어(법인명: 비어포트브로이)는 지난 2003년 ‘소규모 맥주 제조업’ 신설과 함께 국내에서 8번째로 소규모 양조면허를 획득, 수제맥주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 1세대 수제맥주 양조장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진심을 담은 맥주를 선보이고자 노력하는 지역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트레비어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사업도 진행 중이다(현재 전국 가맹점 14개).
트레비어의 첫 시작은 2002년 울산시 남구에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부터다. 이듬해 주세법 개정에 맞춰 소규모 양조면허를 획득, 수제맥주를 제조하며 ‘트레비 브로이 하우스’를 출범했고, 약 2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피자와 수제맥주를 판매하며 지역 내 관심을 받았다. 인근 지역민들은 트레비 브로이 하우스가 위치했던 거리를 ‘트레비 사거리’라고 불렀을 정도.
시간이 흘러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주류 제조자의 외부유통 허가가 떨어지자 독일과 캐나다에서 수제맥주 제조설비를 들여와 울산 울주군에 1500평 규모의 제 1공장을 준공했다(연간 40만 리터 생산 규모). 이듬해부터 수제맥주 유통을 시작, 2016년 연간 30만 리터 생산을 달성했다. 외부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을 확장, 2017년 ‘트레비어 네트워크’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 3월 연간 60만 리터 규모의 제 2공장을 준공해 완성했고, 2018년 연간 64만 리터 생산 기록을 세웠다. 현재 연간 맥주 생산량은 150만 리터 규모다.
황찬우 트레비어 이사는 “아버지께서 가족들이 방문해 편안하게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꿈꾸셨고, 주세법 개정과 함께 지금의 트레비어를 완성하셨습니다”라고 소개를 시작했다.
트레비어는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IT동아: 수제맥주 양조장이라는 정보만 듣고 방문했는데, 규모가 상당하다. 마치 유럽에 위치한 캠핑장에 방문한 듯한 이국적인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반대편에는 트레비어 수제맥주와 피자, 독일의 족발 요리라고 불리는 ‘슈바인학센’을 즐길 수 있는 펍도 위치해 있어 놀랐다.
황찬우 이사(이하 황 이사):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방문해 편안하게 쉬면서 수제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울산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지만, 고맙게도 주말이나 휴일이면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시고 있다.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마련해 뒀다. 마시멜로를 구워서 제공하기도 하고, 지역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등 여러 이벤트를 병행하고 있다.
IT동아: 2003년 소규모 양조면허가 풀린 시점에 바로 수제맥주를 만들어 판매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궁금하다.
황 이사: 약 25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트레비어 대표이기도 한 아버지가 독일을 포함한 동유럽에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셨었다. 지역마다, 집집마다 다른 맛의 맥주를 직접 제조해 즐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으셨다. 아버지께서 맥주를 많이 좋아하셨다. 맛있는, 좋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얘기하셨다. 지역마다 양조장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민들이 모여서 축제를 열고, 평소에도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 모습이, 그 문화가 너무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이유다(웃음).
소규모 양조면허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마자 캐나다 업체 ‘Specific’의 ‘500L Brewhause’를 도입했고, 독일 업체 ‘Brewcontec’의 ‘Markus Bormann’ 브루마스터를 초빈해 기술을 전수 받았다. 그리고 ‘필스터(Pilsner)’, ‘바이젠(Weizen)’, ‘둥켈(Dunkel)’ 3종의 독일식 맥주 양산 체제를 확립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IT동아: 맥주를 만드는 것이 많이 어려운지.
황 이사: 개인적으로 소량의 맥주를 만드는 방법은 조금만 찾아 보면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상업적으로 맥주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면허 취득부터 장비 구입 등 준비할 것이 많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양조 장비의 규모로 면허를 구분한다. 맥주를 만드는 기간도 꽤 길다. 짧게는 3주, 평균 1~2개월은 필요하다. 숙성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6개월 동안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다.
요리에 수많은 레시피가 있듯, 수제맥주 제조 방법도 다양하다. 발효 기간, 숙성 기간, 재료 등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매번 똑 같은 맛을 유지하고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IT동아: 트레비어만이 지닌 차별점이 있다면.
황 이사: 수제맥주를 취급하는 펍은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문화를 제공하고자 한다. 맛있고 품질 좋은 맥주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공간을 찾는 방문자에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저 맥주를 마시기 위해 방문하는 맥주 펍이 아니다. 조금 더 즐겁게, 조금 더 편안하게 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수제맥주를 즐겁게 제공하고 싶습니다
현재 10가지 이상의 수제맥주를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매장에 입장할 때 스마트밴드와 같은 형태의 팔찌를 제공하는데, 팔찌를 데고 원하는 맥주를 마시고 싶은 만큼 따라서 마딘 뒤 마지막에 결제하는 방식이다. 조금씩 다 맛을 보고 나에게 맞는 맛의 맥주를 즐기면 된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주유할 때 넣는 만큼 올라가는 가격처럼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요즘에는 여러 가지 맥주를 섞어서 마시기도 한다. 독일식 흑맥주인 둥켈과 독일 남부 스타일의 밀맥주인 바이젠을 섞어서 마시면 새로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하이볼도 위스키를 샷으로 즐기지 않고 다른 음료와 섞어서 즐기며 발전한 형태 아닌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즐기듯, 여러 맥주를 섞어서 즐길 수 있는 트렌드가 생겨난 듯하다. 사실 맥주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도 이렇게 맥주와 맥주 또는 맥주와 음료를 섞어서 마시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맥주에 레모네이트를 섞어 마시는 일도 있다.
IT동아: 트레비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든 것인지 궁금하다.
황 이사: 로마에 있는 트레비 분수에서 연상했다. 트레비 분수는 어깨 너머로 동전 하나를 던져 넣으면 로마를 다시 한번 방문할 수 있고, 두 번째 동전을 던져 넣으면 소원을 빌 수 있다는 전설이 있지 않나. 트레비 분수처럼 우리 매장에 한번이라도 방문하신 고객은 다시 한번 방문해 주길 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IT동아: 10가지 이상의 맥주를 다 맛보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한번 방문하기는 해야겠다.
황 이사: 세종, 페일에일, 처용 India Pale Lager, 호피라거, 임페리얼 스타우트, 바이젠, 둔켈, 필스너, 인디아페일라거, 보헤미안 라거, 우리쌀 라거 등 우리가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수제맥주는 모두 각각의 특징을 담아내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피라거는 우리의 시그니쳐 제품이다. 은은한 꽃, 솔향을 담아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우리쌀 라거는 국산 쌀을 활용해 은은한 단맛을 구현했으며, 국내 농가와 지역 공동체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담았다. 국내외 주류 대상에서도 많은 상을 받았다.
- 2018 대한민국 주류 대상 - 크레프트 에일 부문 세종 대상, 크레프트 라거 부문 호피라거 대상 수상
- 2019 대한민국 주류 대상 - 크레프트 라거 부문 처용 I.P.L 대상, 임페리얼 스타우트’ Best of 2019 대상 수상
- South Asia Beer Award(SEABA) - 세종 Bronze 메달 수상
- 2020 대한민국 주류 대상 - 임페리얼 스타우트, 처용 I.P.L, 우리쌀 라거 각 부문 대상 수상
- 국내 최초 국제 대회인 Korea International Beer Award - 우리쌀 라거 은상, 처용 I.P.L 동상 수상
- 2021 대한민국 주류대상 - 크래프트 에일 부문 임페리얼 스타우트 대상, 크래프트 라거 부문 우리쌀라거와 둔켈 대상 수상
지역과 소통하고자 하는 트레비어
IT동아: 초기에는 지금 양조장이 위치한 곳이 아닌, 울산 시내에서 수제맥주를 제조해 판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황 이사: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식당을 오래 운영하셨다. 울산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삼산동이었다. 2003년 소규모 양조면허는 풀렸지만, 당시 주세법상 수제맥주는 외부 유통이나 판매를 할 수 없었고, 매장 안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전국에 100개 이상이었던 수제맥주 양조장이 어려움을 겪으면 많이 줄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에야 소규모 양조면허자가 외부 유통과 판매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아버지는 평소에도 지역민들과 소통하기를 원하셨다. 식당을 운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스스로 축제를 열었었다. 매년 연말연시에는 떡국을 나눠주기도 했고… 울산시는 중공업 도시인만큼 외부에서도 많은 근로자가 찾아오는 지역이다. 일 끝나고 퇴근하면 갈 곳이 마땅찮은 근로자를 위해서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다.
IT동아: 현재 유통하고 있는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황 이사: 외부 유통과 판매 길이 열리면서 트레비어 네트워크 프렌차이즈를 시작했다. 경주, 광주, 춘천, 나주, 고흥, 거제, 제주 등에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고, 울산 시내에는 8개가 있다. 이외에도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에도 캔맥주 형태로 납품하고 있다.
IT동아: 지역과의 상생을 많이 강조하시는 것 같다.
황 이사: 트레비어는 가족, 연인, 친구 등 누구나 방문해 수제맥주라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공간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공감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제공하려고 한다. 피자,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도 계속 연구하는 이유다.
더불어 울산이라는 우리 지역을 알리고 싶다. 울산은 중공업 도시, 제조 도시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울산에는 풍경 좋은 산과 강, 바다가 있다. 아름다운 관광지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 도시라는 이미지는 거의 없다. 가까운 부산이나 경주와는 좀 다르다.
트레비어의 문화를 울산에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대표 상품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매년 9월 15일 이후 돌아오는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6~18일간 계속되는 독일의 유명한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간을 꾸미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울산시와 협력해 특정한 공간에 우리의 문화를 제공할 수 있는 이벤트도 제공하고 싶다.
얼마 전, 국내 유명 원유 정제 대기업이 자사 직원들을 위해 주유소처럼 꾸민 공간에서 맥주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었다. 이벤트에 울산을 대표하는 맥주로 트레비어가 참여했었는데, 이벤트를 보며 그 안에서 공감하며 소통하는 문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IT동아: 수제맥주를 제조해 판매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황 이사: 울산시를 한 명의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젊은 청년에 해당한다. 많이 젊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활기찬 지역이다. 젊은 청년과 같은 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 상품으로 발전하고 싶다. 트레비어 양조장과 매장을 활용할 수 있는 전시회, 박람회 등도 진행했었다.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트레비어를 알릴 수 있는 굿즈도 기획하고 있다. 작은 축제라도 좋다.
트레비어 양조장의 핵심 가치는 ‘지역성’과 ‘상생’이다. 고유의 스타일에 부합하면서도 지역적 가치를 담은 품질 좋은 맥주를 생산해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고 함께 살아나가는 것, 그것이 트레비어가 존재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우리 트레비어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