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시행령·2단계 법안을 위한 제언 '불명확성 해소 필요'
[IT동아 한만혁 기자] 오는 2024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여전히 세부 시행령이 나오기 전이고, 2단계 법안도 준비 중이다.
이에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이 가상자산법 입법 취지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검토하고 그 방향을 가늠하기 위한 국회 정책 심포지엄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의 과제와 전망’을 개최했다.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정보 보호, 자금세탁방지에 관련 전문가가 모여 설립한 단체로 가상자산 관련 규제 및 방향 제안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임종인 디지털자산정책포럼 대표는 “가상자산법이 가상자산 산업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이루는 법안이 되도록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오늘의 논의와 제안이 금융당국, 산업 현장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법 제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가상자산법의 과제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금융 산업과 가상자산 산업을 분리하고 가상자산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를 전면 금지했다. 2021년 3월에는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를 도입했다. 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의 요건을 갖춰야 가상자산 사업자로 승인한다는 내용이다. 단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 산업을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용자 보호, 금융안정 등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가상자산법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객 자산 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부정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안은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024년 7월 시행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빈틈이 많다. 세부 시행령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모호하거나 논의가 필요한 부분도 적지 않다.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 등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2단계 법안도 여전히 준비 중이다.
이한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 사업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규제체계를 확보한다는데 의의가 있다”라고 분석하면서 “현재 가상자산 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규제 불확실성인데, 아직 가상자산법의 구조와 내용이 완결성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시행령·2단계 법안을 위한 제안
이날 행사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한 이한진 변호사는 가상자산법이 갖춰야 할 요소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전했다. 그는 가상자산법에 대해 ▲발행규제, 유통 규제, 발행공시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 ▲가상자산 사업자의 규제 범위 ▲예치금 규제, 내부자거래 금지, 시세조종 금지 등 조항의 불명확성을 짚었다. 추후 세부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2단계 법안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를 예시로 들며 고려할 부분을 언급했다. ▲규제 대상 사업자의 범위 ▲가상자산 법적 개념 ▲가상자산 유형 등이다. 우선 규제 대상 사업자의 경우 유럽 가상자산 시장에 관한 법률(MiCA)을 예로 들었다. 그는 “MiCA의 경우 세세하게 분류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간접적으로만 명시한다”라며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상자산 법적 개념 부분에서는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영국은 가상자산을 유체재산권, 무체재산권 외 제3의 데이터 객체로 인정하고 있다. 이한진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아직 가상자산의 법적인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라며 “가상자산의 개념이 확정되면 자산으로서의 법적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유형의 경우 스위스 사례를 제시했다.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가상자산을 지불형 토큰, 유틸리티 토큰, 증권형 토큰으로 나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증권형, 비증권형으로 구분한다. 그는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규제 기준이 불분명하다”라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한진 변호사는 “가상자산의 탈중앙화 특성, 기존 금융상품과의 차이점을 충분히 고려하길 권한다”라며 “샌드박스, 규제 특구 등을 통해 디지털자산 관련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공시, 자본시장과 달라야
이어 연단에 오른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가상자산 시장 특성과 현황을 고려한 공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공시 제도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해 시장 발전과 이용자 보호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시장과 자본시장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우선 한서희 변호사는 해외 가상자산 공시 사례를 설명했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경우 가상자산을 자본시장의 증권과 유사하게 보고 있다. 공시 대상 정보는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 설명, 가상자산 소유권 및 통제권에 대한 정보, 발행자와 비즈니스 관련 정보, 경영진에 대한 정보 등이다. 또한 발행자를 식별할 수 없는 경우 거래소가 거래량, 가격, 거래 내역, 운영 현황, 소유 현황, 관련 회사 보유 현황 등의 정보를 제시하도록 요구한다.
유럽 MiCA 역시 기존 자본시장을 기준으로 한다. 발행자와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 ICO나 거래 승인 정보, 가상자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 기반기술에 대한 설명과 리스크 등을 고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백서가 수정될 경우 공개해야 한다. 불성실 공시의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한다.
일본은 법률적으로 공시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대신 일본암호자산거래업협회(JVCEA)가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시가총액, 이용 목적, 활용 목적, 기능적 성격, 거래 단위, 연동 자산 유무, 발행자, 발행 상황, 기반기술에 대한 설명과 리스크 등을 공시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어 한서희 변호사는 가상자산 시장과 자본시장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했다. 두 시장 모두 ▲투자 대상 ▲자본조달 기능 ▲투자자 보호 및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국경 구분이 없는 초국경 ▲불명확한 발행자 ▲발행자의 유무, 건전성과 가상자산 가치의 연관성 등에서 자본시장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발행인이 불명확할 때, 불성실 공시 시 대응책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경우 발행인이 중요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발행인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라며 “발행자가 불분명할 때 공시 주체, 불성실 공시 시 제재 수단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불성실 공시 시에도 자본시장처럼 거래 정지나 상장 폐지하는 것이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서희 변호사는 “해외 사례, 자본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차이 등을 충분히 고려해 공시 주체, 매체, 항목, 불성실 공시 대응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의 특수성을 반영해 합리적인 규제 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석란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 금융혁신과장은 “해외의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시각도 다르고, 각 시장 환경에 따라 규율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국내 시장 특성을 반영하면서 발행, 공시 등 관련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공시에 대해서는 “현재 법안에는 관련 내용은 없지만 금융당국,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소통하면서 표준안 등을 체계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석란 과장은 “현재 시행령이나 하위 규정은 불공정거래 체계, 이용자 보호 체계를 우선으로 하면서 전문가 및 업계 의견을 적극 수용하며 준비하고 있다”라며 “업계에서 의견을 주면 그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에서 하위 규정이나 시행령, 가이드라인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