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시대] 전기차 시대…과연 멀어지고 있을까?

김동진 kdj@itdonga.com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엔진과 소재, 부품뿐만 아니라 연료를 채우는 방식까지 기존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의문점이 생겨납니다. ‘비 오는 날 전기차를 충전해도 될까’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에 IT동아는 전기차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살펴보는 ‘EV(Electric Vehicle) 시대’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올해 전기차 판매 물량은 지난해 대비 35% 증가한 1400만 대에 달할 전망입니다. 점차 사라지고 있는 디젤자동차의 과거 전 세계 최대 판매량과 비슷한 물량입니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판매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내연기관차 옹호론자들은 전기차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전기차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해묵은 소리도 들려옵니다. 주요국 정부와 소비자들도 전기차 보급과 구매에 관심을 덜 가지기 시작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EU는 독일 등이 강력히 주장해 온 e-퓨얼(fuel) 등 탄소중립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2035년 이후에도 판매하도록 허용한 데 이어 강력한 환경규제인 ‘유로 7’ 기준의 도입 시기를 5년 정도 늦출 예정입니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기존 내연기관에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엔진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e퓨얼의 경제성에 의문을 나타내면서 틈새시장용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노르웨이 정부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할 예정이며, 스웨덴 정부도 2025년부터 수도인 스톡홀름 시내에서 내연기관차 운행을 금지할 계획입니다. 영국 정부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했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무공해차(Zero Emission Vehicle)를 의무 판매해야 하는 규정은 고치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는 2024년에 판매 대수의 22%를 ZEV로 판매해야 하며, 2030년까지 판매 비중을 80%까지 단계적으로 끌어 올려야 합니다. 또한 EU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10년 후에도 75%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의무화하는 등 전기차 관련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이 가운데 1970년대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유럽의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늘리고 있는 것과 달리 픽업트럭을 포함한 고출력, 고성능의 소위 머슬 카(Muscle car)를 선호하면서 장거리 주행이 일상인 미국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 관련 조사에서 부정적으로 답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야후 금융과 입소스 컨설팅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4%만이 다음에 차량을 구매하면 전기차를 사겠다고 대답했으며, 57%는 부정적으로 답변했습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Global Mobility)가 미국의 전기차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닛산과 쉐보레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63.2%와 60.2%가 다음 차량으로 전기차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포드 머스탱 마하-E 소유자들은 37.3%만 전기차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 고급 브랜드의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는 응답자들의 60% 이상은 다음번 차량으로 전기차를 구매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3분기 테슬라의 실적이 하락하자, 전기차 사업에 마치 문제가 있는 듯이 평가하기도 합니다. 3분기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16.3%로 양산 완성차 업체보다 두 배가량 높습니다. 또 테슬라 차량 소유자들의 76.7%가 다음에도 테슬라의 전기차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가 8700만 대에 달하겠지만 전기차가 10만 대 이상 팔리고 있는 국가는 11개국에 불과합니다. 분기별로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은 국가는 22개국입니다. 우리나라는 2021년 2분기에 넘었으나 이후 정체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노르웨이는 지난 2분기에 82.1%를 기록했고, 세계 판매 비중 11.6%를 넘어선 국가도 15개에 달합니다. e퓨얼 사용을 강력히 주장해 온 독일도 17.5%를 기록했고, 얼마 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킨 프랑스도 16.2%를 기록했습니다. 전문 기관들은 2030년에 세계 전기차 판매가 최소 30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전기차 판매 비중 / 출처=BloombergNEF
국가별 전기차 판매 비중 / 출처=BloombergNEF

전기차 가격도 떨어지고 초소형 전기차 등 모델도 다양화해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려면 에너지와 원자재 수요가 많고 크며 무거운 내연기관차보다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작은 전기차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시트로엥 Ami Micromobility / 출처=시트로엥
시트로엥 Ami Micromobility / 출처=시트로엥

또한 누구나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자동차업체와 정부는 합심해 적정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하고 공급할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전기차 시대가 멀어지고 있다기보다는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전에 겪고 있는 진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혜안이 필요합니다.

글 /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항구 원장은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와 연관산업 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과 호서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조교수를 겸직했으며, 2023년 2월부터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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