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의외로 편한 케이스 디스플레이, JBL 투어 프로 2
[IT동아 한만혁 기자] 무선 이어폰이 대중화되면서 전반적인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무선 연결 안정성이나 노이즈 캔슬링, 배터리 수명 등은 어떤 제품을 골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준다. 이에 제조사들은 편의성이나 부가기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잡고 있다. 개인 최적화 기능이나 공간 음향, UV 살균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만 인터내셔널 소속 오디오 브랜드 JBL이 최근 선보인 투어 프로(TOUR Pro) 2는 케이스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하는 방법을 택했다. 편의성과 활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다.
새로운 시도, 케이스에 디스플레이 추가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케이스에 있는 디스플레이다. 1.45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으로, 이어폰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음악 재생, 볼륨 조절, 주변 소리 제어, 공간 음향, 이퀄라이저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전화, 메일 등의 알림 메시지도 보여준다. 화면은 작지만 조작이 불편하지는 않다. 터치 감도도 적당하다.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폰을 보지 않아도 이어폰 상태를 확인하고 설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무선 이어폰의 경우 현재 설정을 확인하려면 이어폰 버튼을 눌러 음성 안내를 듣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투어 프로 2는 케이스를 보면 된다.
케이스 조작에 익숙해지니 이어폰 터치패드나 전용 앱보다 케이스를 먼저 찾게 된다. 다른 제품의 경우 이어폰을 꺼내거나 넣을 때, 충전할 때만 케이스를 꺼내고 그 외에는 가방 안에 넣는다. 하지만 투어 프로 2는 스마트폰과 케이스를 나란히 두게 된다.
실제 다양한 상황에서 테스트해 보니, 의외로 유용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 현재 감상하고 있는 앱을 끄고 전용 앱을 켜는 것보다, 스마트폰은 그대로 두고 케이스에서 조작하는 것이 좀 더 편하다. 투어 프로 2를 PC나 노트북에 연결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단 이동 중에는 그리 유용하지 않았다. 가방에 있는 케이스보다 스마트폰을 꺼내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은 있다. 디스플레이는 13개의 메뉴를 제공하는데, 한 화면에 하나의 메뉴만 보여준다. 원하는 메뉴를 찾기 위해서는 좌우로 하나씩 움직여야 한다. 여러 개의 패널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모든 패널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별도의 창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처럼 말이다. 주변 소리 제어, 공간음향, 이퀄라이저, 수면 모드 등 일부 메뉴는 전용 앱을 통해 뺄 수 있지만 여전히 아쉽다.
디스플레이 탓에 덩치도 커졌다. 크기의 경우 JBL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대략 가로세로 모두 60mm 이상이다. 두께 역시 30mm에 육박한다. 참고로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2 프로의 케이스 크기는 50.2x50.1x27.7mm, 애플 에어팟 프로 2세대는 60.6x45.2x21.7mm, 소니 WF-1000XM5는 64.6x40.0x26.5mm다.
무게도 마찬가지다. 투어 프로 2 충전 케이스는 73g, 이어폰은 좌우 각각 6.1g이다. 역시 무선 이어폰치고는 무거운 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2 프로는 각각 43.4g, 5.5g, 애플 에어팟 프로 2세대는 50.8g, 5.3g, 소니 WF-1000XM5는 39g, 5.9g이다.
노이즈 캔슬링, 개인 최적화 등 다양한 부가기능
투어 프로 2는 트루 어댑티브 노이즈 캔슬링(True Adaptive Noise Cancelling)을 적용했다. 내외부 마이크 4개와 초당 최대 5만 회의 사운드 자동 보정 기술을 이용해 주변 환경에 따라 실시간으로 소음 차단 수준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JBL에 따르면 안경이나 머리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미세한 소리에도 반응한다.
실제 대중교통이나 번화가, 카페에서 사용해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소음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강한 수준의 소음 감소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소음을 줄여 듣고 싶은 음악이나 소리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특히 투어 프로 2의 경우 사람 목소리보다는 자동차 엔진이나 지하철 소음 부분을 잘 잡아낸다. 대중교통의 안내방송도 작지만 분간할 수 있을 정도다.
노이즈 캔슬링과 짝을 이루는 주변 환경 인식(Ambient Aware) 기능도 담았다. 외부 마이크로 주변 소리를 들으며 주변 환경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다. 현재 재생 중인 사운드는 줄이고 상대방 목소리를 더 키우는 톡쓰루(Talkthru) 기능도 지원한다. 이어폰을 착용한 채로 상대방과 대화할 때 유용하다. 특히 가까이 있는 상대방의 경우 목소리가 이어폰을 뺐을 때보다 크게 들린다.
다양한 부가기능도 지원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개인 최적화 기능이다. 개인 환경에 맞춰 최적의 사운드 세팅을 찾아주는 퍼소니파이(Personi-Fi)를 이용하면 귀 상태나 주변 환경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이퀄라이저 조작이 어렵다면 이 기능을 사용해 보길 권한다.
또한 이어폰 착용 상태를 확인하는 ‘착용감 확인’, 이어폰 터치패드의 기능을 개인 취향에 맞게 변경하는 ‘제스처 기능 커스터마이징’, 외이도 상태에 맞게 노이즈 캔슬링을 조절하는 ‘외이도 보정’ 등이 개인에 최적화된 이어폰 사용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외에도 입체감 있는 스테레오 사운드로 변환하는 ‘공간음향’, 영상과 사운드의 지연 현상을 줄이는 ‘비디오 모드’, 블루투스 연결을 끊고 노이즈 캔슬링만 활성화하는 ‘수면 모드’, 최대 볼륨을 줄여 청력을 보호하는 ‘최대 볼륨 제어’ 등의 부가기능을 지원한다. 이들 기능은 전용 앱을 통해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강한 저음과 선명한 음색으로 대중음악에 적합
투어 프로 2는 올해 77주년을 맞이한 JBL답게 만족스러운 음질도 갖추고 있다. 10mm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통해 강한 저음과 선명한 사운드를 구현한다.
저음은 강하면서도 절제되어 있다. 단순히 힘만 센 것이 아니라 맺고 끊음이 정확해 깔끔한 느낌이다. 템포가 빠른 곡에서도 베이스라인을 선명하게 그려내 곡 분위기를 살린다. 저음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다른 음역대를 침범하지는 않는다. 중음이나 고음의 경우 저음에 묻히지 않고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강한 저음과 적절한 치찰음 덕에 음악이 한층 다이내믹하게 들린다. 단 고음이나 중음, 해상력에 비중을 두는 소비자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다.
이런 성향 덕에 클래식보다 대중적인 K팝이나 힙합이 듣기 좋다. 특히 비트가 강한 여성 보컬 곡이 잘 어울린다. 셀레나 고메즈 ‘Look At Her Now’, 앤 마리 '2002', 아리아나 그란데 ‘7 rings’를 들어 보면 귀를 가득 채우는 강한 저음과 깔끔한 고음 보컬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저음이 너무 과하다 싶으면 전용 앱의 이퀄라이저를 조절하면 된다. 이퀄라이저 세부 설정이 어렵다면 기본 세팅된 메뉴를 선택하거나 퍼소니파이 등의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음질 테스트는 이퀄라이저나 퍼소니파이, 공간음향 등의 기능을 끈 기본 설정으로 진행했다.
투어 프로 2는 착용감도 좋다. 적당한 크기에 귀 안쪽에 안정감 있게 밀착하는 형태로 오랜 시간 착용해도 이질감이나 압박감이 들지 않았다. 또한 바깥쪽을 평평하게 디자인했다. 이어폰을 착용하면 겉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이 거의 없어, 착용한 상태로 누워도 거치적거리지 않는다.
배터리 수명은 노이즈 캔슬링 사용 시 최대 8시간이며 케이스와 함께 사용하면 최대 40시간까지 쓸 수 있다. 15분 충전으로 4시간 재생하는 급속 충전도 적용했다. 충전 단자는 USB 타입C이며, 무선 충전도 가능하다. 블루투스 5.3과 IPX5 등급의 방수 기능도 지원한다.
케이스 디스플레이, 편의성은 충분
최근 애플은 자사 무선 이어폰 에어팟에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내용의 특허를 등록했다. 재생 목록, 수신 전화, 오디오 등의 정보를 표시하기 위한 디스플레이다. 투어 프로 2는 애플 에어팟보다 앞서 이어폰 케이스의 디스플레이를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실 처음 투어 프로 2를 봤을 때는 부정적이었다. 어차피 이어폰 케이스는 가방 안에 두는 물건이니 활용도가 얼마나 되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 써보니 의외로 편했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도 케이스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디스플레이에 가려지긴 했지만 톡쓰루, 퍼소니파이, 착용감 확인, 공간음향, 비디오 모드, 음질 등 다양한 장점도 갖추고 있다. 이들 부가기능과 음질만으로도 투어 프로 2는 충분히 매력 있는 무선 이어폰이다. 출시가 26만9000원를 기준으로 동급 제품과 비교했을 때 어느 것 하나 밀리는 부분은 없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앞서 지적한 대로 전체 메뉴를 보여주는 창 등 효율성 부분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크기와 무게도 마찬가지다. 크기와 무게를 줄여 휴대성을 높인다면 디스플레이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