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가속하는 아세안, 키워드는 ‘그린 인프라’[K비즈니스 가이드]
80억 인구가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입니다. 본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K트렌드의 등장을 응원하기 위한 공동기획, ‘K비즈니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KOTRA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포탈인 ‘KOTRA 해외시장뉴스’에 최근 올라온 소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용어에 대한 해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덧붙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참고: 아세안 4개국 그린 인프라 개발 동향 (2022.10.06, KOTRA)
요약: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과 도시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주요국가는 대규모 도시 개발 및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음. 이들 프로젝트는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등의 키워드를 앞세운 녹색성장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린 인프라 확보를 통한 상위 국가 진입이 최종 목표임.
[IT동아 김영우 지자] 환경보호와 경제성장,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속도를 높일수록 더 많은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숲과 하천을 파괴하는 등의 환경파괴가 가속화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지구의 미래를 파괴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죠. 하지만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도 등장했습니다. 바로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는 개념이죠.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면서 경제성장을 양립하는 길을 의미합니다.
녹색성장의 개념이 등장하던 초기에는 이미 성장을 마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공업국에게 환경오염의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나 인식의 개선을 통해 녹색성장이 현실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녹색성장에 호응할수록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죠.
한편, 아세안(ASEAN)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이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넉넉한 자원과 풍부한 인구 등을 기반으로 한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요.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녹색성장을 위한 생태계, 이른바 ‘그린 인프라’의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6일에 KOTRA에서 발표한 ‘아세안 4개국 그린 인프라 개발 동향’ 보고서에서 이러한 현황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살펴보면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주요국의 개발계획에서 그린 인프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들 아세안 국가들의 개발계획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도시개발’,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입니다. 이들 국가는 지방 도시의 개발이 미흡한 반면, 특정 주요 도시에 과도하게 많은 인구가 몰려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지요. 때문에 인구를 분산하기 위한 지방 도시의 개발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도시의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 중 상당량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신수도 개발하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의 경우, 아예 새로운 수도를 건설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국토의 6.7%에 해당하는 자바섬에 인구의 56.6%, GDP의 58.5%가 집중돼 있으며, 특히 수도 자카르타의 경우 국토 0.3% 지역에 인구 11%가 집중돼 있을 정도로 과밀화가 심합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2년 3월 신수도청(IKN, Nusantara Authority)을 발족했으며, 2045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신수도 건설 및 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요.
현재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신수도 ‘누산타라(Nusantara)’의 면적은 25만6000 헥타르이며 이는 현재 수도인 자카르타보다 4배, 서울의 약 4.2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이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전에 없이 거대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삼림을 비롯한 녹지, 그리고 첨단 ICT 기술이 공존하는 스마트 시티를 꿈꾸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를 위해 총 면적의 75% 이상으로 구성하는 한편, 탄소의 총 배출량을 0로 유지할 수 있는 탄소중립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누산타라의 주민 80%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며, 친환경 방식의 대중교통을 보급할 것이라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태양광 풍력, 가스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수요 100%를 충족할 것이라는 목표도 제시했지요. 한편 스마트 시티 구현을 위해 IoT, AI, 빅데이터를 비롯한 스마트 기술을 전반적으로 도입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호등이나 CCTV, 가로등을 비롯한 다양한 인프라에 에너지 절약 및 도시 미관 개선,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등의 요소를 적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방 도시 개발에 신재생에너지 적극 활용하는 필리핀
필리핀의 움직임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그 핵심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지난 1월 27일에 승인한 ‘필리핀 개발 계획(Philippine Development Plan, 이하 PDP)’ 입니다. 이를 통해 필리핀의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오는 2025년까지 중상위 소득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PDP에서 제시한 목표는 모든 국민의 번영, 미래를 위한 환경 보전, 빈곤과 차별이 없는 사회, 위생과 건강, 그리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 등 크게 5가지로 정의됩니다.
이렇듯, PDP는 최근 글로벌 전역에서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와 궤를 같이하고 있지요. ESG는 재무적 성과를 넘어, 환경 친화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까지 반영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PDP와 발맞춰 좀더 구체적인 개발 방향을 담고 있는 BBM(Build Better More) 프로그램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이전 두테르테 정부에서 추진하던 BBB(Build Build Build) 프로그램을 계승한 것으로, 'IFP(Infrastructure Flagship Project)'라고 불리는 세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IFPS는 물리적 연결 및 수자원, 농업, 보건, 디지털 연결 및 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분야로 추진되고 있으며, 마닐라 수도권 외에 중부 루존, 북민다나오, 서비사야, 중앙 비사야, 다바오 지방을 비롯한 다양한 지방도시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린 에너지 전환 역시 IFP를 추진하기 위한 핵심이기도 합니다. 필리핀 에너지부가 2022년 12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필리핀은 2020년 기준으로 석탄 41.7%, 천연가스 13.2%, 석유 16.1%, 신재생에너지 29% 비중으로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 석탄과 석유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2040년에는 석탄 11.5%, 천연가스 15.9%, 원유 3.9%, 재생에너지 68.7%의 비중을 달성할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 외에도 항공 및 공항, 도로 교통, 철도, 해양 등의 분야에서도 그린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8년 11월에 개항한 보홀 팡라오 국제공항은 전력 공급의 1/3을 태양광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클락 국제공항, 막탄 세부 국제공항, 비콜 신공항, 잠보앙가 국제공항, 제너럴 산토스 국제공항 등도 친환경 요소를 반영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그린 인프라 확립 위해 에너지 생태계 개혁 추진하는 베트남
베트남 정부에서 지난 5월 15일 승인한 ‘국가전력개발계획(이하 PDP8)’ 역시 그린 인프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2030년까지 전력원 개발과 송전망 구축에 약 1347억 달러를 투자하며, 2031~2050년에는 3992~5231억 달러를 투자하는 메가톤급 사업입니다. 특히 베트남 정부에서 PDP8을 추진하며 제시한 키워드 중 가장 핵심은 ‘탄소중립’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상업용 오피스 빌딩의 50%, 주거용 주택 50%에 옥외 태양광 발전 설비를 통해 전력 자체 생산 및 소비를 독려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2022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량의 16.2%를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30년 30.9~39.2%까지, 그리고 2050년에는 67~71.5%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탄소배출권’ 관련 시장에 베트남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이란 기후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유엔기후변화협약을 통해 발급합니다. 기업들은 할당량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고, 남거나 부족한 탄소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 가능합니다. 베트남은 2020년의 환경보호법을 통해 탄소배출권 및 그 시장에 대해 명시했으며, 2022년 1월에 공포관 규정을 통해 2025년 탄소배출권 거래소 시범운영, 그리고 2028년 거래소 공식 출범을 명문화했습니다. 탄소배출권은 주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사안이었지만 이젠 베트남도 그 기준에 걸맞은 면모를 갖추겠다는 포부를 선보인 것이죠.
에너지 산업 비중 큰 말레이시아, 신재생 에너지로 새로운 기회 노려
말레이시아의 신재생에너지 시장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에너지 산업 부문이 2018년 기준 국가 전체 GDP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크며, 에너지 수출이 주요 소득 중 하나인 국가입니다. 관련 분야 인구도 전체 노동 인구의 25%를 차지할 정도죠.
그러다 보니 에너지 공급 역시 화석 연료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편입니다. 2020년 말레이시아의 1차 에너지원별 공급 비중은 천연가스가 42.4%, 원유 및 석유 제품이 27.3%, 석탄이 26.4%로 그 뒤를 이었으며, 수력, 태양열, 바이오 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3.9%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탄소중립에 대한 세계의 요구가 점차 강해지면서 말레이시아 역시 과거의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파리 협정에 가입,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5%까지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을 2025년까지 3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했죠.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말레이시아는 에너지의 이용뿐 아니라 수출도 중요하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 인구도 많습니다. 때문에 에너지의 종류를 전환하는 것과 더불어 관련 산업의 진흥 및 확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22년 9월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표한 국가 에너지정책(NEP) 2022-2024에 의하면 태양광 자원, 수력 자원, 바이오 에너지 자원의 잠재력 강화 및 활용을 강조하고 있으며, ESG 표준에 따른 재생에너지 접근 플랫폼 강화, 신 에너지 발굴, 그리고 수소 경제의 기회 활용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의 강화 계획이 명시되어 있지요. 말레이시아의 녹색성장 및 그린 인프라 계획이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고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그리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겨냥한 국가전략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동남아 드림’ 꿈꾸는 K비즈니스 전략은?
위와 같이 아세안 주요국이 녹색성장에 힘을 기울이는 가운데, 대한민국 기업은 어떠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이는 현재 각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신수도 건설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막대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 마련이 관건입니다. 민관합작 사업 역시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이루어질 해외투자 유치에 대한민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만합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공기업들의 경우, 세금이 아닌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이익 구조를 낼 수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은 이들 공기업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리핀의 경우는 그들의 약점으로 지적 받고 있는 기술력을 보완할 수 있는 해외 기업과의 협업을 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PDP의 중점 분야 중 하나인 디지털 산업 및 제조업 분야는 대한민국 기업들의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무대입니다. 사업 능력 및 정부와의 네트워킹이 좋은 현지 업체와의 합작,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시장진출을 노려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는 이미 대한민국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한 상태이며,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도 상당히 개방적이고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때문에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신중한 진출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베트남 현지의 투자자들은 한국의 선진화된 기술에 관심이 높고 비용 분담 및 기술 이전을 원하기 때문에 합작 투자회사는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경험 및 자본의 부족,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법적 근거 미비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베트남 현지 업체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말레이시아 역시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술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현지 기관이나 기업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이끌 필요가 있으며, 그들에게 부족한 인프라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분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말레이시아 정부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분야와 관련, 생산된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저장 시스템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얻은 경험, 그리고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세안 국가들의 녹색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면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KOTRA 등에서 제공하는 해외시장 동향 정보, 그리고 비즈니스 지원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지난 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2023 한-아세안 프로젝트 플라자’는 아세안 각국의 친환경 프로젝트 시장의 활성화 전망 및 이에 따른 그린 인프라 사업 협력 확대를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연계해 오는 25일과 27일까지 온라인 상담회를 통해 국내 기업과 아세안 주요 발주처, 그리고 바이어 간 협력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니, 필리핀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의 그린 인프라 비즈니스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