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AI는 함께 발전할 것…다양한 기술·정책 논의 필요"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메타와 서울대학교가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의 기술과 관련 정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컨퍼런스를 열고 관련 국제 연구 네트워크 출범 소식도 발표했다.

메타와 서울대학교는 12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XR 허브 혁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XR 허브 코리아는 지난해 6월 메타와 서울대학교 AI연구원이 확장현실(XR) 기술과 메타버스 정책 관련 연구를 주도하기 위해 출범한 협력체다.

XR 허브 코리아 설립 이래 처음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외 학계, 정부,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혁신과 책임’이라는 주제로 XR과 인공지능 발전과 함께 제기되는 개인정보보호, 디지털 불균형 등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 및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서울대 AI 정책 이니셔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회사에서 “지난해 XR 허브 코리아 출범 이후 지금까지 기술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생성형 AI는 챗GPT 3.5 탄생 이후 전성기를 누리면서 새로운 디지털 거버넌스로 떠올랐다. 전세계적으로 이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임용 교수는 “파괴적 혁신과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이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모두들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혁신을 통해 포용적이고, 안전하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비전이 XR 허브 코리아의 기반 미션”이라고 소개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원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에 인공지능, XR 기술은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회규범적 프레임워크 구축이 중요해진다. 메타버스 생태계가 번영하려면 안전하고 건전한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스 앤 림 메타 아시아태평양 공공정책 디렉터가 'XR 허브 코리아 컨퍼런스' 개회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출처=메타
베스 앤 림 메타 아시아태평양 공공정책 디렉터가 'XR 허브 코리아 컨퍼런스' 개회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출처=메타

베스 앤 림 메타 아시아태평양 공공정책 디렉터는 “딜로이트에 따르면 메타버스가 한국에 미칠 잠재적 경제적 영향력은 670억 달러(약 89조 원)에 달한다”면서 “한국은 메타버스 분야 리더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 첫 세션으로는 ‘AI+XR이 가져올 메타버스의 미래’라는 주제의 특별 대담이 진행됐다. 대담자로 나선 데비 로젠바움 메타 리얼리티랩 법무팀 이사 겸 법률 고문은 “메타버스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생각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이 겪었던 발전 과정을 메타버스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와 AI는 별도로 존재할 수 없고 함께 가야만 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 간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표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로젠바움은 “메타버스에서 신어볼 수 있는 디지털 신발 같은 3D 물체를 로블록스에서 메타의 호라이즌 월드로 옮기고 단일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려면 보편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맥북에서 PDF로 보낸 문서를 PC에서도 열 수 있는 것도 우리가 PDF 문서에 대한 표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런 표준을 메타버스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에 나선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데비 로젠바움 메타 리얼리티랩 법무팀 이사 겸 법률 고문 / 출처=IT동아
대담에 나선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데비 로젠바움 메타 리얼리티랩 법무팀 이사 겸 법률 고문 / 출처=IT동아

그러면서 표준화를 위해 아태 지역 파트너들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메타가 국제 표준화 기구 크로노스 그룹에도 참여하는 등 표준화를 위한 실질적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도전과제 중 하나로는 법적, 윤리적 규범 마련을 꼽았다. 로젠바움은 “메타버스와 AI는 결국 기존 인터넷의 진화된 버전이라며 처음부터 모든 걸 다 구축할 필요는 없다. 개인정보보호나 데이터 안전에 관한 규제가 없지 않다”면서 기존 법률을 초석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과 규제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로젠바움은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경험과 사회적 측면도 발생한다며 이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와 강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꼭 법이 아니라도 윤리적 책임과 관련된 강령이 있다면 제품 출시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XR 연구 네트워크 참가자들 / 출처=메타
아시아태평양 지역 XR 연구 네트워크 참가자들 / 출처=메타

이날 행사에서는 XR 허브 코리아의 하위 이니셔티브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XR 연구 네트워크’도 공식 출범했다. 네트워크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역의 연구자들이 멤버로 참여해 한국을 넘어 아태 지역 전역의 정책 연구를 한 데 모으고, 정책 제안 및 개발 이정표를 제시하는 주도적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XR 허브 코리아 측은 밝혔다.

XR 분야의 기술 혁신으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사례를 선보이는 쇼케이스도 진행됐다. 안희창 위에이알(WE-AR) 대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장지훈 메타랩 부대표가 직접 단상에 올라 XR과 AI 분야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안희창 위에이알 대표는 “좋은 기술은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주는 기술”이라며 교육 현장, 브랜드, 크리에이터, 팬덤 등 다양한 분야와 현장의 필요에 맞춰 AR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지훈 메타랩 부대표도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와 협업해 트윈월드 형태로 메타버스를 구축하거나, 안창홍 작가와 메타버스 전시를 진행한 사례 등 메타랩의 다양한 메타버스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안희창 위에이알 대표 / 출처=IT동아
안희창 위에이알 대표 / 출처=IT동아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오픈AI의 GPT 모델을 활용해 개발한 애스크업(AskUP)의 다양한 사용 사례를 소개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이용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개인정보를 기꺼이 제공하면서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성훈 대표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대형 언어 모델(LLM)이 아닌 사용자 기기에서 작동하는 프라이빗 LLM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업스테이지는 프라이빗 LLM인 솔라(SOLAR)를 개발하기도 했다. 메타의 오픈소스 LLM인 라마2 기반으로 개발한 솔라는 지난 8월 AI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언어모델 성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날 오전 행사 말미에는 XR 정책 해커톤 수상작 발표도 진행됐다. 지난 6월 시작된 XR 정책 해커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이 팀을 꾸려 다양한 주제로 메타버스 발전 방향과 정책 방향을 설계하고 제안하는 경진대회다. 결승전에 진출한 다섯개의 팀 중 한국의 에포크(Epoch) 팀과 호주 메타마이트(Metamite) 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