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젤요 “맛·문화·영양 담은 젤라또와 디저트 전파”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젤라또는 상큼한 과일의 맛과 향에 부드러운 식감, 풍부한 풍미를 가져 먹을 때마다 깊은 여운을 가져다주는 디저트다. 세계 각국의 디저트 기업은 갖가지 재료로 젤라또를 만들어 시장에 공급한다. 각기 다른 개성과 차별점을 내세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디저트 전문 기업 ‘젤요’는 사뭇 색다른 매력을 제시한다. 품질 좋은 농산물과 과일을 아낌 없이 사용하고, 여기에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넣는 것이다.
김형범 젤요 대표는 디저트 카페 컨설팅을 오랜 기간 한 전문가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음식 소비 유행에 맞는 새로운 디저트를 고르던 그는, 주요 상품으로 젤라또를 낙점한다. 카페에서 다루는 메뉴와 가장 잘 어울리고,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어서다. 그는 쌀로 젤라또를 만들다가, 우연히 우리나라 과수농가와 만나 ‘사과로 젤라또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과를 공기 중에 오래 두면, 과육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이 일어난다. 사과는 수분이 많고 가격이 비싸 젤라또로 만들기 어려운 과일로도 꼽힌다. 연구 개발 끝에 김형범 대표는 사과 원물 비중이 83%에 달하는 젤라또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 기술로 2018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식품 창업 콘테스트 장관상을 받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농산물과 과일의 소비를 촉진할 목적으로 젤라또의 원물 함유량을 평균 30%대로 높인다. 공정무역으로 만든 비정제 유기농 원당처럼 몸에 좋은 재료도 적극 활용했다.
우리나라 농산물과 과일로 젤라또를 만들어 인기를 모은 김형범 대표는, 농촌과 동반 성장할 방안을 궁리한다. 먼저 사과와 작두콩, 유자와 딸기, 감귤과 생강 등 다양한 농산물과 과일로 젤라또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어 이들 젤라또를 지역 농산물, 나아가 지역의 문화와 융합해 홍보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많은 사람들이 농산물로 과자나 젤리 등 평범한 디저트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농산물로 만든 젤라또를 건네주면 그 우수한 맛과 향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이 젤라또를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이 재료가 나는 지역의 특산물과 문화는 무엇인지 함께 알리면, 놀라움은 곧 관심이 된다. 우리나라 내외에서 오는 관광객에게 지역 특산물로 만든 젤라또를 주고, 지역의 역사와 명소를 함께 소개하면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김형범 대표는 곧바로 전남 담양의 고급 품종 딸기 재배 농가, 강원 양구의 사과와 인삼 재배 농가를 찾아 원물을 확보했다. 지역별 농산물 가공 센터와도 손을 잡고 젤라또 생산과 개발 컨설팅에 나섰다. 그러다가 복병, 코로나19 팬데믹과 마주쳤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위기이자 기회라고 표현한다. 한창 국산 젤라또의 해외 공급 계약을 맺으려 노력할 때 일어난 일이기에 매출에는 나쁜 영향을 미쳤다. 한편으로는 젤라또의 온라인 판매 기술과 영업망을 확보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김형범 대표는 디저트 컨설팅에서 온라인 제작 판매로 기업의 노선을 바꾸고 수익 구조도 개선했다.
이 때 확보한 디저트 제조 기술들은 곧 젤요의 자산이 된다. 젤요는 과일의 과육으로 젤라또를 만드는 특허를 가졌다. 원물의 수분을 정밀하게 제어해 가공하는 원리다. 이를 활용해 원물의 수분을 포도당, 자당 등으로 바꾸는 기술, 부가 재료를 넣어 물성을 제어하는 기술을 속속 개발했다. 덕분에 젤요는 농산물이나 과일을 많이 함유한 베이커리류 디저트를 만드는 기술도 손에 넣었다.
김형범 대표와 젤요는 연구 개발을 이어간다. 올해에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신품종 가루미(도정 후 바로 분쇄 가능한 쌀)의 활용 방안을 연구한다. 지금까지는 쌀을 가루로 만들려면 물에 불린 다음 갈아야 했다. 바로 가루로 만들 수 있는 가루미의 활용 영역은 비건(채식) 파우더를 포함해 아주 넓을 것으로 기대한다.
디저트 제조 기술에 이어, 젤요는 원래 목표였던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와의 융합을 시도한다. 우선 젤요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기록된 전북 익산 미륵사지의 외관을 형상화해 초콜릿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공급했다. 이어 이 지역의 특산물 ‘마’를 젤라또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독특한 단 맛을 내는 마의 뮤신 성분을 강화하려고 작목반을 찾아가 함께 연구했고, 이 성분으로 젤라또의 식감을 더 좋게 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그 결과, 전북 익산의 마로 만든 마 바닐라·마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태어났다.
김형범 대표는 최근 전북 익산 왕궁면에 밭을 마련했다. 농산물을 직접 기르고 이를 디저트로 만들 기술을 연구할 목적에서다. 그는 전주대학교에 입학해 농업을 배우면서 왕궁면의 특산물 고구마를 활용할 방법을 연구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나라 농산물을 새롭게 해석, 더욱 다양한 디저트에 적용하고 함유량을 늘린다. 그러면 지역과 함께 성장하면서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우리나라 농산물의 맛과 향을 더 널리 알릴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젤요와 김형범 대표는 여러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판로 개척, 설비 투자 등 젤요의 매출을 높일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반응 덕분에 젤라또와 디저트의 판로는 차근차근 넓히고 있으나, 젤요는 아직 자동화 설비를 갖추지 못했다. 원가 구조도 지금은 다소 취약하다.
김형범 대표는 상온에서 운반 가능한 베이커리류 디저트, 고부가가치 디저트로 도전 과제를 푼다. 이들 제품으로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물류와 유통, 마케팅 전반을 다듬는다. 상품의 대량 생산 체계도 차근차근 구축한다. 튼튼한 기술력을 갖추고 성과를 낸 덕분에, 젤요의 디저트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과 축산물 두 부문의 해썹(식품제조 안전관리인증)도 취득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김형범 대표를 돕는다. 젤요가 전북에 자리 잡도록 여러 지원 정책을 제공했고, 전주 한옥마을을 포함해 곳곳으로의 오프라인 제품 공급을 도왔다. 연구 개발도 함께 한다. 이들은 지금 비건 아이스크림 파우더를 함께 개발 중이다. 특허 출원과 상품화, 마케팅과 기술 개발도 꾸준히 협업한다.
원물을 많이 함유해 맛과 향 모두 우수한 젤요의 디저트는 서울 마포와 대흥 인근의 디저트 카페, 양서 농협과 하나로마트, 여의도 국회의사당 치킨 가게에서 맛본다. 물론,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이들의 제품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륵사지 박물관, 삼내 문화예술촌 등 전북 소재 명소 곳곳에 가는 것이다.
김형범 대표는 젤라또에 지역의 설화와 인기 문화를 대입, 관광객에게 색다른 추억을 건네려 한다. 그래서 지역 곳곳에 있는 문화재의 외관, 역사와 이야기를 디저트에 녹여낸다. 젤요의 목표는 우리나라에 오는 해외 비행기의 기내식 디저트로 젤라또를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고유의 농산물의 맛과 문화를 전달하고 싶어서다. K 뷰티와 K 컬처를 잇는 K 디저트를 만들어서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서다.
젤요는 캐치볼클럽, 피키즈도넛 등 도넛 기업과 함께 젤라또를 전파 중이다. 파우더에 물을 섞어 얼리는 방식으로 만드는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키트 디키트, 비건 젤라또 등 상품의 종류도 늘린다. 무균 젤라또, 영양식 젤라또 등 우리나라 농산물의 영양을 고스란히 담은 신제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김형범 대표는 “달고 맛있을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각별한 의미를 주는 디저트를 만들겠다. 우리나라에서만 즐기는 디저트를 개발하는 선도 기업, 한국 고유의 재료와 기술에 문화까지 담아 세계 각국에 전파하는 농식품 제조 기업으로 발전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