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토 "브랜드·캐릭터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에 기여한다"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
※ 동국대학교의 캠퍼스타운은 ‘Hi! 동국, Hello 중구’라는 문구를 내걸면서,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지역의 주민과 기업들에게 ‘상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들은 현재 스타트업 30곳에 창업공간과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지원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국내 등록 장애인은 265만2000명이다. 2021년과 2020년에는 각각 264만5000명, 263만3000명이었다. 장애인 수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발달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얻었고, 최근 EBS ‘딩동댕 유치원’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별이’가 등장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은 여전하다. 기업이나 지자체, 문화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도 법적 의무 기준에 못 미친다.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인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은 전 직원의 3.4%, 민간기업은 3.1%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고용노동부 장애인 고용계획 및 실시상황 보고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정부부문 장애인 고용률은 2.93%, 민간부문 고용률은 2.98% 수준이다.
소셜 디자인 브랜드 ‘옐토(Yelto)’를 운영하는 이상훈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속해서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옐토를 창립했다. 발달장애인의 그림과 옐토 캐릭터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화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봉사 활동에서 얻은 깨달음
이상훈 대표는 2016년 결혼 이후 신혼여행지를 찾다가 이스라엘에 있는 지인을 통해 장애인 보호시설을 접하게 됐다. 결국 방향을 바꿔 이스라엘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한 건물에서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각종 수업을 보조했다.
그 기간 동안 이상훈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그들의 돌발행동이 처음에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웠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거부감이 줄었다. 그들을 대하는 것도 점차 자연스러워졌다. 그는 이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접촉점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아이템은 발달장애인의 그림에서 떠올렸다. 장애인 보호시설에 미술 수업이 있었는데, 그때 그린 작품으로 자체 전시회를 열었다. 지인들만 초청하는 소규모 행사였다. 이상훈 대표는 이 작품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가 생각한 방법은 그림을 활용해 굿즈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장애인 그림으로 굿즈 사업을 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때였다. 일단 대략적인 방향을 잡아두고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실무 부분을 익혔다. 이후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때 다시 한번 이스라엘 장애인 보호시설을 방문해 그림에 대한 저작권 사용 허가와 디지털 파일을 받았다.
2020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 선발되면서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시작했고 2020년 8월에 옐토를 설립했다. 참고로 옐토는 ‘좋은 아이들’이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옐라딘 토빈(ילדים טובים)’에서 따왔다. 이후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옐로우 토끼’ 캐릭터를 만들었다. 노란 모자를 쓰는 토끼다.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 인식 개선
옐토는 발달장애인의 그림과 자체 캐릭터 옐토를 이용해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있다. 장애인이라는 키워드에 익숙해지고 가까워지게 하기 위함이다. 초기에는 접근이 쉬운 문구류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케이스, 그립톡, 에어팟 케이스, 키링, 의류, 에코백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중 인기 있는 제품은 인스타툰 엽서다. 희망, 위로의 메시지를 재미있게 표현한 네컷 만화가 담겨 있다. 전시회나 플리마켓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키링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감이 시선을 끌고 있다.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이름은 ‘옐토당’.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 교류하고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2021년 SNS를 통해 처음 모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신청해 꾸준히 진행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대학교 내에 기업 연계 동아리도 만들었다. 현재 20명 정도가 모여 교내 행사 때 부스를 운영하는 등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훈 대표는 이것을 대학교 연합동아리 형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카페도 운영한다. 일반 고객에게 브랜드와 캐릭터를 노출하기 위한 공간이다. 실제 카페 한 켠에는 다양한 굿즈의 쇼룸을 만들었다. 추후 이 공간은 지역 주민 대상으로 굿즈 제작 수업, 디지털드로잉 수업,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수업, 옐토당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단순한 쇼룸이 아니라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는 발달장애인 고용까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상훈 대표는 카페 운영에 익숙해진 이후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면서 규모를 확장하고자 한다. 카페 옐토는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에 자리한다.
내년 1월에는 자체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장애 어린이들의 작품과 옐토 캐릭터, 병원 캐릭터를 활용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상훈 대표는 이 전시회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옐토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옐토는 굿즈, 동아리, 카페, 전시회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상훈 대표는 “단순히 장애인의 그림으로 굿즈를 만드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에 기여하기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좀 더 가까워질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드·캐릭터 인지도 강화에 주력
여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이상훈 대표 역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 것이 업무공간이었다. 2022년 말 새로운 업무 공간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업무공간까지 확보해야 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게다가 굿즈 재고 등 짐도 많았다. 마침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에 입주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업무공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는 다양한 행사 참여 기회도 제공했다. 옐토의 경우 브랜드와 캐릭터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상황인데, 동국대학교 교내 행사 등에 참가해 옐토를 알릴 수 있었다. 오는 10월에는 서울 중구청이 주최하는 가을문화축제 ‘정동야행’에서 플리마켓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상훈 대표는 “공간적인 지원과 오프라인 행사 참여 외에도 멘토링, 스케일업 등 사업 진행과 관련된 실질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상훈 대표는 “옐토 브랜드와 캐릭터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해지도록 노출과 홍보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이 자연스럽게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서로 눈치 보지 말고 화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브랜드가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